서점의 앞날을 내다봐야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이상모 대표는 월세를 내는 날이 다가올 때마다 ‘괜히 서점을 넓혔나’ 후회했다. 서점 밥을 먹고 산 지 20년, ‘내 서점만의 색깔을 입히자’는 뜻은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인가. 서점에 책을 다양하게 갖춰놓지 못한 것, 사람들한테 책 읽을 공간을 주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다.
--- p.28,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서점」중에서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는 남편이 아이디어를 준 기획이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오랫동안 책 읽는 어린이를 뽑는 대회. 재미있을 것 같았다. 독서하는 아이들로 꽉 찬 서점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니까 너무 근사했다.
--- p.37,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중에서
책을 사면서 수십 번의 실패를 겪은 은수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장르를 선명하게 알아갔다. 어떤 책은 책장을 덮으면 그대로 끝이었고, 어떤 책은 은수씨의 일상까지 스며들었다. 은수씨는 책 속의 사람들을 자꾸 생각나게 하는 책이 좋았다.
--- p.70, 「어떤 책은 일상까지 스며들었다」중에서
“나이를 먹다 보면, ‘내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하나?’ 항상 조심스러운 게 있어요. 진짜 큰 용기를 내서 한길문고에 왔습니다. 나는 이제 머뭇거릴 시간이 없거든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숙자씨는 말했다. 1944년생이라고 했다.
--- p.98, 「나는 이제 머뭇거릴 시간이 없거든요」중에서
“작가님의 도시는 참 다정하고 멋지고 위엄 있는 곳이에요.”
서울에 도착한 나윤씨는 카톡을 보내왔다. 코끝이 찡한 채로 나는 “ㅋㅋㅋ” 웃었다. 군산에 온 여행자들이 동국사나 신흥동 일본식 가옥 같은 원도심의 근대문화만 보고 가지 않기를, 한길문고와 동네서점에도 꼭 들렀다 가게 하고픈 내 야망이 무모하지 않다고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 p.123, 「작가님의 도시는 참 다정하고 위엄 있네요」중에서
읽고 나서 내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글은 잘 쓴 글이다. 심사하기 위해 글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가 보고 싶었다. 산골에서 할부로 책을 사주고,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면서 해수욕장과 대도시의 동물원에 우리 사남매를 데려가준 엄마. 길을 못 찾을까 봐, 인파 속에서 아이들을 잃어버릴까 봐 긴장했던 엄마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직전에 꼭 포장마차에 들러서 소주 한두 잔을 마셨다. 그때 엄마는 겨우 서른서너 살이었다.
--- p.169~170, 「‘심사위원 feel’도 심사 기준이 되는 200자 백일장 대회」중에서
한길문고는 2012년 여름에 수해를 겪었다. 오물에 잠겼다가 드러난 10만 권의 책 더미, 그 폐허를 딛고 서점이 다시 일어난 건 기적이었다. 온라인서점에서는 50% 할인, 심지어 90% 할인을 해도 한길문고는 어떻게든 버텼다.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싸움을 묵묵히 해온 한길문고 문지영 대표는 말했다.
“전국적으로 서점 없는 동네들이 많아졌어. 그런데 2014년에 도서정가제가 강화 시행되고 나서는 동네서점도 해볼 만하게 된 거야. 온라인서점하고 책값이 크게 차이 안 나니까 독자들은 동네서점으로 오시잖아. 지금처럼 도서정가제 하고 나서는 특색을 가진 동네서점이 전국에 엄청나게 늘었어. 군산도 월명동에 ‘마리서사’, 독립책방 ‘카페미원동조용한흥분색’이 생겼고, ‘그림책앤’처럼 취향을 반영한 서점이 문을 열었잖아.”
--- p.175, 「동네서점이 온라인서점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중에서
서점 밥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작가 초청 강연회라는 것을 해봤다. 서점이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닌 동네 사랑방도 되고, 초보 글쟁이들의 토론장이 되고, 선배 글쟁이들과 만남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어쩌면 지금까지 내 마음속에만 존재했던 책방을, 이제는 실제 만들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 p.182, 「마지막까지 읽고 쓰는 사람으로 남겠지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