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우리가 울고 웃었던 추억의 순정만화를 만납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만화에 색을 입히며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
점심시간에 급식 1등으로 먹기,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친구와 쪽지 주고받기, 내가 좋아하는 우리 오빠들 인기가요에서 1등 만들어주기, 친구와 컵떡볶이 먹으면서 집에 오기.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모여 새로 나온 만화책 몰아보기.
우리의 세상을 가득 채웠던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사소하고 상관없는 것들이 되어버렸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소함이 더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그렇게 되고 싶던 어른이 되었건만, 어찌 된 게 키가 커지면 커질수록 땅에 디디고 있는 두 발이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다.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꿈 많은 그때의 나는 이제 간데없고,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나만 남았다.
지금 여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때로 잠깐 다녀올 수 있는 문이 내 앞에 있다. 첫 페이지를 열어 그때의 ‘나’를, 두 번째 페이지를 넘겨 그때의 ‘우리’를,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며 ‘우리의 세상’을 만난다. 지금부터 학창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만화에 나만의 색을 입히며 잊고 있던 나의 세상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는 없지만 만화는 남았다.
우리가 다녔던 책방에도, 선생님 몰래 만화책을 꺼내 보던 교실에도, 두꺼운 솜이불 속에서 귤 까먹으며 만화책을 보던 고향집 내 방에도 이제는 나도 없고 우리도 없지만, 그럼에도 만화책은 아직까지 남아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타지에 나와 아무리 힘들고 지쳤어도, 부모님이 늘 반겨주시던 고향집 현관문을 열면 모든 서러움이 녹던 것처럼,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 그 시절 순정만화에는 마음을 포근하게 다독여주는 힘이 있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만화책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즐거움 외에, 내가 정말 좋아했던 그때의 순수했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이제 그곳에는 없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갔던 네 명의 소녀
운명에 맞서볼 내일이 있기를
한국 만화라는 큰 바다의 시작이었던 신일숙 작가의 최고의 대표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컬러링북으로 재탄생돼 독자들을 다시 찾았다.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든, 200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든 나이와 세대에 상관없이 지금까지도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그만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네 명의 주인공들처럼 각자의 운명에 맞서 투쟁하며 살고 있는가 싶다. 주인공들의 각 시련과 운명, 그리고 용기와 도전을 사랑하고 응원해온 많은 독자들이 자신만의 색을 작품에 입혀가며 스스로의 투쟁도 함께 응원할 수 있는 책이기를 바라본다.
책방이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모여 과자 몇 봉지 뜯어 놓고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운 채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며 만화책을 읽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으로 만화를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찢어 놓은 마지막 페이지 때문에 화가 나 미칠 필요도 없고,
다음 장에 뭐라도 묻어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는 이상하게도 그때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그때가 그리운 건, 그만큼 가까웠던 ‘우리’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수십 년이 지나 우리는 편리함을 얻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던 그 따뜻함은 잃어버렸습니다.
멀어졌던 거리를 좁히고, 식었던 따뜻함을 다시 데우려고 합니다.
잊고 있던 감성을 키우고, 지친 감정들을 돌보려 합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순정만화를 한 장씩 색칠하며,
아직도 순수했던 그 모습 그대로 웃음꽃을 피우고 있을
15살의 나와 내 친구들을 다시 여기로 불러보세요.
잊고 있던 기억과 ‘우리’가 다시 떠오를 것입니다.
작가의 말
84년 데뷔한 이래, 어느새 30년이 넘은 작가가 되어 버렸네요. 데뷔작 『라이언의 왕녀』를 출간한 84년 당해… 저는 큰 결심을 해야 했습니다. 인쇄된 책을 본 후, 저의 부족함을 여실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 무렵 저는 어린 마음에 생활비를 좀 더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데뷔를 했으니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내서 스스로 자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작품성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림을 좀 더 보강해서 작품성을 높일지, 아니면 날림공사라도 최대한 많이 그려 생활비를 벌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습니다. 10년 뒤에도 사람들이 찾아보는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게 바로 그 무렵입니다. 돈보다는 작품이 내 자존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화면 연출이나 그림을 좀 더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랑의 아테네≫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조금의 자신감이 붙었을 때, 제 회심의 작품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읽히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그리고 그때의 선택이 참으로 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이란 건 범죄나 나쁜 짓을 해서 손에 넣지 않는 한, 시간과 운에 딸려있는 것이고, 우리가 아무리 아등바등해봐야 신의 손바닥 안일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막연한 생각… 혹여 결과가 좋지 않다 해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들였던 만큼 그 모든 것들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그의 인생과 돈보다 더 오랜 생명을 가진다는 것-.
진정 가치 있는 것에 당신의 삶을 투자하는 게 가장 후회가 적은 선택이라는 것.
오늘날 꽤 많은 젊은이들이 최고의 가치를 돈에 두고 있을 때 진짜 길을 발견하는 현명한 젊은이를 위해 제 인생의 일부를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