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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작별

서툰 작별

: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마주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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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34쪽 | 135*200*20mm
ISBN13 9788997947324
ISBN10 89979473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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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 곁에 있는 중한 것들은 언제나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도.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가르쳐 주었다.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여정은 나의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위대한 유산이었다.
--- p.10

“설령 암이라고 해도 노인은 암세포가 자라는 속도가 더디다는데…….” 말끝을 흐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던 언니의 말이 원망처럼 귀에서 쟁쟁거렸다. 암일 수도 있다는 의사의 한마디에 그만 덜컥 겁을 먹고 순진하게 곧바로 PET- CT 검사를 받겠다고 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 p.61

이번에는 알 수 없는 신음 소리에 고성까지 지르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며 심한 과다행동 증세까지 보였다. 눈을 치켜뜨듯 부릅뜬 채 허공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마치 정신은 다른 곳에 가 있는 듯했다. 혼미한 상태로 얼굴은 퉁퉁 붓고,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이 들어온 듯 아버지가 완전히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
--- p.71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 보호자들도 아버지 때문에 잠을 설쳤다며 뒤질세라 불평을 쏟아 냈다. 다들 환자라서 밤에 잠을 잘 자야 하는데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어떤 변명도 궁색할 뿐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그런 상황에서 간병인이 그만둔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 p.75

병원 생활에서 그나마 숨구멍 같은 시간이라면 아버지가 가끔 노래를 흥얼거릴 때였다. 몸 컨디션이 좋으면 입을 힘껏 벌려 올라가지 않는 목소리를 끌어올려 노래를 불렀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그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 p.108

아버지가 온갖 힘을 다해 움켜쥐고 있는 생명의 끈을 언제 놓아 버릴지 알 수 없어 불안했다. 요양원에서 병원으로 다시 요양병원에서 응급실을 쳇바퀴 돌듯 반복하다가 그 어디 언저리쯤에서 숨이 멈추면 삶이 끝난다. 한 번뿐인 생이 순간이었다. 아버지는 삶이란 죽음을 기억하며 살아 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p.149

아버지는 유동식이 경비위관을 통해 들어가고 있는데도 입으로 먹지 않으니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아버지가 배가 고프다고 하면서 밥을 먹었는지 확인하듯 물어보는데 갑자기 울컥 눈물이 솟았다. 처음에 가졌던 아버지 컨디션이 회복되면 비위관을 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도 이제 완전히 버렸다. 처음 도뇨관 삽입할 때처럼 비위관도 절대로 삽입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소용없었다.
--- p.181

기관내 삽관을 하고 의식 없이 누운 채로 식물인간처럼 사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가족과 상의한 결과 의사에게 기관내 삽관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나니 마치 아무런 의료 조치를 하지 않고 아버지의 죽음을 손 놓고 기다리는 것처럼 생각되면서 저절로 울음이 솟구쳐 올랐다.
--- p.192

한밤중 무거운 침묵이 가득한 병실에는 통곡과 원망어린 항의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의사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고장 난 녹음기처럼 되풀이해서 말했다. 병실에 가득 들어선 예닐곱 명의 의료진은 묵묵부답 고개를 떨군 채 말뚝처럼 서 있었다. 모든 것이 끝이 났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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