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자,
학자, 공직자, 외교관으로서의
고 김경원 박사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
학자, 공직자, 외교관으로서 한 세기를 풍미한 고 김경원 박사의 추모집 『자유주의자의 고뇌와 소망』이 출간됐다. 20세기 후반 30여 년 동안의 우리나라 정치와 외교는 물론 국제정치 전반에 관해 김경원 박사가 집필한 논문과 언론에 기고한 글을 모은 책으로서, 그의 사회적, 정치적 견해와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1994년 개원해 미국과 북한 정치뿐만 아니라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전문가 그룹과 함께 한미동맹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국제정책연구원이 유가족과 함께 정리한 것이다.
1936년 평남 전남포에서 태어난 감경원 박사는 남한으로 건너와 서울대 법대 재학 중 미국 윌리엄스대학으로 유학, 하버드대학원에서 헨리 키신저 교수와 스탠리 호프먼 교수의 지도하에 1963년 한국인 최초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박정희대통령 국제정치담당 특보로 관계에 입문하였고 1980년 전두환대통령 비서실장, 1982년 주유엔대사를 거쳐 1985년부터 1988년까지 주미대사를 지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사회과학원장을 맡았고, 계간《사상》을 창간해 한국 지성의 새 경지를 개척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한국 현대사의 산 증인이자 분석가
생전에 자서전 출간을 거부한 이유는?
두 대통령을 보좌하고, 냉전의 막바지에 유엔과 워싱턴에서의 외교활동을 지휘했던 그의 업적은 정치학자로서, 그리고 당시 대표적 현실주의자였던 키신저의 수제자로서 높이 평가된다. 그가 권위주의 체제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시도한 사례도 다수다.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권고, 신군부의 언론통합 반대, 6월 항쟁 진압을 위한 군 투입을 예방한 미국 측 노력의 조정 등이 그 예다. 퇴임 후 4강 균형외교나 동북아 세력균형 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생전 그의 일생에 대한 회고, 자서전을 쓰는 것 등을 끝내 사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본인의 역할은 분석가와 증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겸손함 때문일지 모른다.
일제암흑기에 태어나 어린 시절 분단된 조국의 북반부에서 자랐고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을 경험한 그의 생애는 파란 많은 현대사가 망라된 시기와 겹쳐 있었다. 분단의 슬픔과 한국의 민주화, 산업화, 세계화의 과정을 몸소 체험한 김경원 박사!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가 학자로서, 외교관으로서 꾸려간 인생을 엿보는 동시에 지난 40여 년간 대한민국 사회의 성장 및 발전 역시 폭넓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