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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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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66g | 143*210*14mm
ISBN13 9791165701215
ISBN10 11657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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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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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직접 만난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어.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놀리거나 별일 아닌 것에 짜증 내지 않았을 거야.”
--- p.35 「페페」 중에서

“우리가 이렇게 가상 세계 속에서 살게 되고, 현실에서 학교가 사라진 것은 모두 생명을 쉽게 봤기 때문일 거다.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 말이다.”
--- p.37 「페페」 중에서

‘진짜담임’은 실제로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가짜담임’과는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다면 누가 진짜일까? 마치 진짜담임은 우주 같고, 가짜담임은 무당 같았다. 우주는 실제로 가 본 적이 없고 무당은 본 적이 있으니까.
현실은 진짜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 p.65 「누구」 중에서

그런데 만약 진짜정슬아라고 했을 땐 마음이 안 가다가 학교정슬아라고 하는 순간 좋아하는 마음이 샘솟는다면 정말 좋아하는 게 맞을까 싶어서 혼란스러웠다.
--- p.66 「누구」 중에서

자가 치유 능력을 지닌 ‘마법 물질’. 지금의 신소재 마스크를 만드는 이 물질이 개발됐을 때 전 세계가 인류의 위대함에 찬사를 보냈다. 석은은 매번 의문이 들었다. 왜 인류의 위대함은 마스크가 필요 없는 세상이 아닌, 마스크를 잘 쓰는 방향으로 향하는 걸까?
--- p.83 「몰락클럽」 중에서

도시락 테러의 목적이 교장에게 한 방을 날리기 위해서였다면, 조찬 모임은 ‘선택적 비말 포비아’인 교장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장소에서 교장을 기만하고자 했다. 기만은 어른들만 할 줄 아는 게 아니었으므로.
--- p.104 「몰락클럽」 중에서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제 스무 살이 된 ‘코로나 세대’와 그보다 어린 나이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비위생적이게 마스크도 안 쓰고 다 같이 몰려다니면서 팥빙수 하나를 여러 숟가락으로 나눠 먹는 게 사회성이라고? 그게 더 이상해 보인다.
--- p.116 「어떤 미래」 중에서

“세월호 추모관을 자주 가. 이상하게 거기를 가면 마음이 편해져. 내가 하도 자주 가서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이 피해자냐고 물어보는데, 아냐. 아는 사람 전혀 없어. 그런데 꼭 피로 이어진 사람에게만 위로를 건네줘야 해? 꼭 인생에서 뗄 수 없는 소중한 사람에게만 편지를 써야 해?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르지, 돌아오지 않을 거 알면서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들을 자꾸 보고 싶은 거야. 있는 걸 알면서도 오지 않는 부모보다는. 그런 심리일지도 모르지.”
--- p.142 「어떤 미래」 중에서

나는 실제의 것들을 잊거나 잃고 싶지 않다. 날이 갈수록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이 무섭다. 어느 날 자고 깨면 과거의 기억들이 전부 사라졌을까 봐. 미로가 내게 ‘무슨 생각해?’라고 한 번 더 물어본다면 나도 내 생각들을 술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155 「살아남은 아이들」 중에서

미로의 분홍색 입술 사이로 물방울이 방울방울 나온다. 미로는 오래전부터 ‘하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밖으로 나갈 방법을 생각해 놨다고.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저 집에 가고 싶고, 엄마 아빠를 만나고 싶고, 할 수 있다면 진짜 솜사탕을 먹고 싶다고.
--- p.166 「살아남은 아이들」 중에서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뭐가 무서워?”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면 어쩐지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잖아. 그러면 내가 불행해지잖아.”
“좀 불행하면 어때.”
“행복하고 싶지 않아?”
“지금까지도 뭐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어. 근데, 딱히 못 살지도 않았는걸.”
--- p.207 「여름의 빛」 중에서

“인간은 원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과 싸워. 내 영역과 다른 사람들의 영역이 부딪히는 거지. 덕분에 그러면서 새로운 색깔들이 만들어진다. 그 사람을 곁에 두고 계속 잘 싸워 봐라. 싸움을 무서워하지 말고, 성급하게 결단을 내리지도 말고. 그게 우리 인간들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애정의 비법이야. 계속, 끈질기게 기다려 주는 것 말이야.”
--- p.217 「여름의 빛」 중에서

그들 세대는 다들 개성에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대체 개성이 뭔 개밥 같은 소리람? 사전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납득이 안 된다. 개성? 어차피 우린 그들 표현에 따르면 다들 ‘같은 얼굴’이지만, 그럼에도 각자 알아서 잘 살아간다.
알아보는 게 어렵지 않은 게 그렇게 이상한가?
--- p.233 「2077년, 풀백 소년과 2루수 소녀」 중에서

하지만 나는 사랑에 빠진 소년이었다. 사랑에 빠진 소년답게 정아이유를 부지런히 관찰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난 1년간 정아이유는 내게 세계 그 자체였다. 짝사랑의 메커니즘이라는 게 원체 그런 것이다. 오히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보다 홀로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상대방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게 되는 법이다. 왜냐하면 알아도 알아도 충족이 되지 않으니까.
--- p.270 「2077년, 풀백 소년과 2루수 소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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