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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쓰는 일, 몸을 쓰는 시

마음을 쓰는 일, 몸을 쓰는 시

: 시인 조수형의 가전제품 청소 노동 이야기

조수형 | 눌민 | 2022년 06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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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32g | 128*190*10mm
ISBN13 9791187750604
ISBN10 11877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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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타인의 집이 작업 공간이라는 것, 내가 그 집 안으로 들어가서 일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고 섬세한 일이다. 육체노동인 동시에 감정노동까지도 수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 p.19

내가 아는 것이 그 일의 전부이거나 모두 옳다고 할 수도 없고 내 방법이 최고라고 할 수도 없다. 사고나 실수는 그런 자만심을 갖는 순간 반드시 찾아온다. 내가 백번 일을 잘해 아무리 칭찬과 격려를 받고 인정을 받아도 일 앞에서는 겸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현장에서 진행되는 노동 서비스의 일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 이런 일도 그럴진대 삶이라는 무한 우주의 실상은 어떠할까.
--- p.26

“고객님 화내지 마시고요, 제 말을 들어보세요.”
--- p.33

나의 노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남을 돕는 것이 바로 나를 돕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또 세월이 흘렀다. 삶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나에게 무수히 많은 말을 건넨다. 당신이 하는 일이 당신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라는 말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을 것이다. 당신은 그것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 p.47

청소를 하기 위해 냉장고 속 음식과 식재료들을 몽땅 꺼내 놓으면 어느 집이든 거실 하나 가득이다. 냉장고 안을 행주로 닦고 음식물 묻은 곳을 닦아내고 곰팡이 낀 곳을 치우고 나면 다시 물건을 냉장고 안에 집어넣어야 한다.
--- p.55

나도 하나하나 박스를 열어서 내용물인 마른 멸치를 버리며 겉면에 적힌 글을 보았더니 ‘죽방멸치’라고 써 있는 게 아닌가. 그 귀하다는 죽방멸치 말이다. 이날 죽방멸치 1킬로그램짜리 박스를 자그마치 22박스나 버렸다. 냉동실이 이 죽방멸치로 채워져 있었던 거다.
--- p.65

“아저씨를 아빠라고 부르면 안 돼요?”
“안 될 게 뭐 있어. 아빠라고 불러.”
쉽게 승낙했지만 정말 그 아이의 아빠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다.
--- p.81

청소를 위해 세탁기 윗면과 정면을 탈거하고 하단부에 있는 찌꺼기 거름망을 빼자 온갖 찌꺼기들 속에 뭔가 반짝이며 금속으로 여겨지는 것이 보였다. 일단 물로 헹궈보았다. 앗! 금목걸이 조각이었다. 더 있나 하고 살펴봤지만 그게 전부였다. 고객님을 불러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목걸이 조각을 드렸다.
그랬더니 고객은 다른 조각은 없었냐고 되묻는다.
“여기에 달린 메달은 못 봤수?”
--- p.100

“우라질년, 뒈질 때가 됐는데도 습성을 못 버리네.”
“남의 서방 데리고 살았으면 잘 살기나 하지 뭐 하러 들어와서 송장 치우는 일이나 하게 하고, 내가 뭔 복이 많아서 이제 저년 뒈질 때 치워주게 생겼으니 에휴….”
그분의 혼잣말을 모두 모아 서사를 짜보면,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시는 할머니는 어떤 남자분의 첩이었고, 욕하시는 분은 본처, 조용히 음식 하시는 할머니는 본처인 할머니가 시집올 때 따라온 종의 딸이었다.
--- p.142

지금 내 궁극의 목표는 의뢰받은 제품도 깨끗이 청소하고 의뢰인의 마음까지 안마해 드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p.153

나는 시집 속에 삶에 대한 나의 태도와 진심을 담았다. 내 시를 통해 사람들과 더 깊고 진솔하게 소통하고 싶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 산문집은 좀 길게 늘여 쓴 시집인지도 모른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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