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테오야 ! 지나간 쓰라린 몇 달 동안 난 무엇인가를 향해 열심히 일하면서 내 인생으로부터 그 진실한 목적과 의미를 캐내려 노력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걸 몰랐다니 ! 하지만 이제 그걸 알았으니 난 다시는 결코 꺾이지 않을 거다. 테오, 그 말이 무슨 뜻인 줄 아니? 그 몇 달을 헛되이 지낸 뒤에 마침내 내 천분을 발견했다는 얘기야 ! 난 화가가 될 거다. 물론 화가가 되야지. 꼭 그래야만 돼. 그 때문에 다른 모든 일에서 난 실패했던 거야. 그런 일들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야. 하지만 잊제, 결코 실패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일을 찾았구나.
--- p.157
마우베는 일곱장의 스케치를 바라보며 연신 뇌까렸다. '틀렸어! 틀렸어! 틀렸다구!' 그는 그것들을 모두 조각조각 찢어 바닥에다 던져버렸다. '언제나 똑같은 미숙함, 똑같은 서투름! 자넨 저 석고 모형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릴 수 없나? 자넨 단 한 줄의 선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없나? 자네 일생 중 단 한 번만이라도 정확하게 복사할 수 없어? '당신 말은 꼭 미술학원 선생님 말처럼 들리는군요' '자네가 차라리 미술학원이라도 좀더 많이 다녔더라면 지금쯤엔 그림 그리는법을 알았을 거야. 그 발을 다시 그리게. 그 다음 자네가 정말 발이 되게 그리는지 한번 보자구.'
--- p.290---마우베와 함께 있다(석고발을 그리고있음)
나는 빈센트 반 고호의 생애 앞에서 사제라는 낱말을 떠올린다. 고통의 사제 빈센트 반 고호. 그라는 한 인간 앞에서 나는 '공감하는 인간'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의 작품들 속에서 나는 단 한 마디의 비명을 듣는다. 그것은 '나는 사랑한다'는 비명이다. 바로 그 외침으로부터 고호의 영원한 스토리는 시작되며, 바로 거기서 고호의 전설은 끝난다. (번역을 마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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