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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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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판 한정 친필 사인 인쇄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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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38쪽 | 478g | 135*195mm
ISBN13 9791138411851
ISBN10 11384118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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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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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오전 세 시의 차 모임』을 아주 크게 칭찬했어. 몇 군데만 손보면 바로 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했어. 도우미로서만이 아니라 제자로서 받아줄지도 몰라. 분하지만, 에미는 역시 재능이 있어. 이 기회를 이용해 프로 추리 작가가 되기 위해서라도, 부디 긍정적으로 검토해줘. 좋은 답변 기다릴게.」
꿈을 꾸는 게 아닐까, 편지에 적힌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수없이 다시 읽었습니다. 마쓰키 류세이가 나를 제자로 삼는다. 게다가 『오전 세 시의 차 모임』이 발간될지도 모른다. 내가 쓴 글이 활자가 되어 책이 되고 일본 전역의 책방에 놓인다. 작가가 된다…….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 뜨겁게 가슴을 채웠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가슴속에서 금방 그 마음이 차갑게 식었습니다. 도쿄 같은 데 나갈 수 있을 리 없다. 햄 씨와 결혼해야 하는데. 빵집 일도 해야 하고. 하지만……. 뜨거워진 가슴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한 권이라도 좋다. 한 권이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책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 한 권이라면 햄 씨도 허락해주지 않을까. 결혼을 기다려주지 않을까. 삼 년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하자. 꿈을 좇게 해달라고.
--- 「하늘 저편」 중에서

직장암이 발견되었을 때 내 배에는 이미 새로운 생명이 깃들어 있었다. 임신 삼 개월, 낙태라는 선택도 있었다. 낙태하면 항암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낳으려면 자연 치료를 지속하면서 태아가 칠 개월이 될 때까지 기다려 제왕 절개한 뒤 항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아버지처럼 손 쓸 수 없을 정도는 아니나 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항암 치료를 늦추면 병을 극복할 확률도 낮아진다.
지금 태아를 포기하고 암을 치료하고 다 나은 다음에 다시 아이를 가지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뱃속의 생명과 다음에 가질 생명은 똑같지 않다. 아이를 포기하고 항암에 전념한다고 해서 꼭 극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아이를 포기하고, 자신은 살고, 새로운 아이를 갖는다.
아이를 포기하고, 자신은 살고, 새로운 아이도 갖지 못한다.
아이를 포기하고, 자신도 죽는다.
아이를 낳고, 자신은 죽는다.
아이를 낳고, 자신도 산다.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야 좋을지 몰랐다. 류이치와 상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에게는 나와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깨달았다.
--- 「과거로 미래로」 중에서

할머니는 책을 꺼냈다.
“왜 안 알려줬어?”
“벌써 수십 년 전이었고 모에가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하는지도 몰랐잖아. 게다가 책을 내고 할머니의 첫 번째 꿈은 다 이뤄져서 만족했거든.”
“두 번째 책은?”
“『은방울꽃 특급』은 전혀 안 팔렸어. 더는 묻지 마라. 할머니는 책을 쓰는 재능보다 빵 굽는 재능이 더 크다고 생각해다오.”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하지만 온화한 표정 그대로 똑바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모에야.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그렇게 해줬다고 해서 마나에 대한 보상으로 출판사를 알선해줘야겠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그렇다고 미래로 미뤄둬도 될 일도 아니야.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생각해라. 잘 들어라. 착각해서는 안 된다. 네가 편해질 방법이 아니야. 마나가 뭘 원하는지 잘 생각하렴.”
할머니는 내가 상처받은 척하며 자기만 생각했다는 것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
“나는……, 마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누가 뭐라든 『유리 양』은 정말 재밌었다고 전하고 싶어. 또 새 작품을 써달라고 하고 싶어.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거나 마나의 재능이 아깝다는 게 아니야. 내가 읽고 싶으니까 써달라고 부탁하고 싶어……. 어때?”
“집에 돌아가서 해도 좋고, 네 주머니에 든 편리한 도구를 사용해도 좋지 않을까? 그러라고 있는 거 아니니?”
파카 주머니 위로 스마트폰을 만져봤다.
“나도 이제 적당히 햄 씨에게 연락해야겠다. 외로워서 지금쯤 혼자 훌쩍이고 있지 않을까.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지낸 마을을 천천히 안내하게 해보자.”
할머니도 무릎에 둔 핸드백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하지만 산길에 들어선 버스가 속도를 줄이면서 급커브를 돌며 나아간다. 이런 길에 들어서면 할머니는 끝이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지 않으면 멀미가 나고 만다.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문자는 보류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 곰곰이 생각하면서 말을 하나씩 끌어내자.
--- 「여로의 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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