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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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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478g | 128*188*30mm
ISBN13 9788970124988
ISBN10 897012498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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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해변의 카프카》에 부쳐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보내는 메시지 4

서 장 모래 폭풍 같은 사람의 운명 13
제1장 15세 생일날의 가출 20
제2장 미국방부의 극비 문서 31
제3장 여행길에서 만난 여자 42
제4장 전시라는 높고 깊은 산 54
제5장 인간적 매력이 가득한 도서관 66
제6장 고양이와 대화하는 지능 장애 노인 92
제7장 백 년 뒤에 남는 것 107
제8장 미궁에 빠진 집단 혼수 사건 121
제9장 한밤중 옷에 묻은 핏자국 136
제10장 빛이 없는 무명의 세계 149
제11장 누나일지 모를 그녀와의 짜릿한 밤 168
제12장 피 묻은 수건의 비밀 187
제13장 절대 고독의 세계 203
제14장 고양이 탐정과 고양이 킬러 228
제15장 상상력과 꿈에 대한 공포 250
제16장 기묘한 자발적 피살 사건 269
제17장 빛과 그늘 속 〈해변의 카프카〉 292
제18장 일소에 부친 살인범의 자수 317
제19장 속이 텅 빈 사람들의 자기 증명 332
제20장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관계의 고리 354
제21장 저주받은 부자의 비극적 종말 378
제22장 ‘천사표’ 같은 노인의 내력 397
제23장 부조리의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서 419

역자의 말 작가적 성숙을 실감케 하는 하루키의 탁월한 작품 444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김춘미
1943년 충북 괴산에서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일본어과 졸업(문학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역임. 일본 동경대학 비교문학연구실 객원교수 역임. 현재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 『김동인 연구』, 역서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일요일 오후의 잔디밭』, 『물의 가족』, 『해변의 카프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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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당신이 세계가 끝나는 그곳에 있을 때
나는 사화산의 분화구에 있고
방문 뒤에 서 있는 것은
문자를 잃어버린 말.

잠이 들면 그림자를 달이 비추고
하늘에선 작은 물고기들이 쏟아져 내리고
창밖에는 굳게 마음을 가다음은
병사들이 서 있네.

(후렴)
해변의 의자에 카프카는 앉아서
세계를 움직이는 흔들이 추를 생각하네.
마음의 둥근 원이 닫힐 때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스핑크스의
그림자가 칼처럼 변해서
그대의 꿈을 꿰뚫었네.

물에 빠진 소녀의 손가락은
입구의 돌을 찾아 헤매네.
푸른 옷자락을 쳐들고
해변의 카프카를 보고 있네.
--- pp 437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즉 네 선택이나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너는 조금도 어김없이 너인 거고, 너 이외의 아무도 아닌 거야. 너는 너로서 틀림없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눈을 들어 오시마 상의 얼굴을 본다. 그의 말에는 뭔지 모를 설득력이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거기에는 아이러니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아이러니?"
오시마 상은 내 눈을 들여다본다. "자, 내 말 잘 들어. 다무라 카프카 군. 네가 지금 느끼는 것은 수많은 그리스 비극의 동기가 되기도 한 거야. 인간이 운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이 인간을 선택한다, 그것이 그리스 비극의 근본을 이루는 세계관이지. 그리고 그 비극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하고 있는 것이지만-아이러니컬하게도 당사자의 결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사자의 장점을 지렛대로 해서 그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내가 말하는 걸 알 수 있겠어? 다시 말하면 인간은 각자가 지닌 결점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질 즉, 타고난 장점이나 아름다운 성질에 의해서 더욱 커다란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그 뚜렷한 본보기라고 볼 수 있어.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 게으름이나 우둔함 때문이 아니라 그 용감성과 정직함 때문에 그의 비극은 초래되었거든. 거기에 불가피하게 아이러니가 생겨나는 거야."
"그러나 구원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원이 없을 수도 있어. 그러나 아이러니가 인간을 깊고 크게 만들거든. 그것이 더욱 높은 차원의 구원을 향한 입구가 되지. 거기에서 보편적인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어.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 비극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예술의 하나의 원형이 되고 있는 거야. 다시 되풀이하게 되지만, 세계의 만물은 은유라고 하는 메타포거든. 누구나 실제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육체적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야.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는 메타포라는 장치를 통해서 아이러니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스스로를 크게 그리고 넓게 다져나가다는 얘기야."
--- pp 384
"오시마 상, 이상한 것을 묻는 것 같지만, 인간이 살아 있으면서 유령이 되는 수도 있나요?"
오시마 상은 카운터 위를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내 얼굴을 본다.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군. 그러나 그 질문은 문학적인, 그러니까 은유적인 의미에서의, 인간 정신의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이야, 아니면 좀더 실제적인 질문이야?"
"아마 실제적인 으미로..." 하고 나는 말한다.
"유령이 실제적인 존재라고 가정하고, 라는 말이군?"
"네."
오시마 상은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닦고, 다시 그것을 쓴다.
"그것은 '생령'이라고 불리는 존재지. 외국의 예는 잘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종종 그런 것이 문학 작품에 등장하곤 해. 예를 들어, <겐지 모노가타리>의 세계는 생령으로 가득 차 있어. 헤이안 시대에는, 적어도 헤이안 시대의 사람들의 심적 세계에서는, 인간은 어떤 경우에는 살아 있는 채 영혼이 되어 공간을 이동하고, 그 상념을 이룰 수가 있었어. <겐지 모노가타리>를 읽어본 적은 있어?"

나는 고개를 흔든다.
"이 도서관에도 몇 가지 현대어역이 있으니까 읽어보는 게 좋을 거야. 예를 들어, 히카루 겐지의 애인이었던 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는 본처인 아오이노우에에 대한 심한 질투로 괴로워하다가, 악령이 되어 그녀에게 씌워버렷던 거야. 밤이면 밤마다 아오이노우에의 침소를 습격하여 마침내는 죽여버리고 말았어. 아오이노우에는 겐지의 아이를 잉태하고 있어서, 그 소식이 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의 증오의 스위치를 켜버린 거야. 히카루 겐지는 승려를 모아놓고 기도를 해서 악령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그 원한이 너무 강해서, 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에게는 무슨 수를 써도 당할 수가 없었어. 그러나 이 이야기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 자신은 자기가 생령이 되었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점에 있지. 악몽에 시달리다 잠이 깨면 길고 검은 머리에, 전혀 기억에 없는 호마(호마목을 태우며 재앙과 악업을 쫓는 불교의 일파인 밀교의 의식-역주) 냄새가 배어 있었지. 그녀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혼란스러웠지. 그것은 아오이노우에를 위한 기도에 사용하던 호마 냄새였어.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간을 뛰어넘어 심층 의식의 터널을 빠져나가, 아오이노우에의 침소에 다녔던 거야. 이것은 <겐지 모노가타리> 속에서도 제일 으스스하고 스릴 넘치는 장면이야. 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는 나중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저지른 소행을 알고, 자기의 깊은 악업을 두려워하여 삭발하고 출가하지..."
--- pp 432
"나는 보다시피 이런 인간이다 보니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여러 의미에서 차별받아 왔어"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차별당하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인지, 그것은 차별당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지. 아픔이라는 것은 개별적인 것이어서, 그 뒤에는 개별적인 상처 자국이 남아. 그렇기 때문에 공평함이나 공정함을 추구하는 데에는 나도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만 내가 그것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상상력이 결여된 인간들 때문이야. T.S. 엘리엇이 말하는, '공허한 인간들'이지. 상상력이 결여된 부분을, 공허한 부분을, 무감각한 지푸라기로 메운 주제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인간이지. 그리고 그 무감각함을, 공허한 말을 늘어놓으면서,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하려는 인간들이지. 즉 쉽게 말하자면, 조금 전 도서관의 실태를 조사하러 온 두 여성 같은 인간들이라구."

그는 한숨을 쉬고 손가락으로 긴 연필을 돌린다.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정상인이든, 페미니스트든, 파시스트의 돼지든, 공산주의자든, 힌두교 신자든,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떤 깃발을 내걸든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아.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공허한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과 부딛치면, 나는 참을 수가 없거든.(...) 결국 사에키 상의 연인을 죽인 것도 그런 인간들임에 틀림없어. 상ㅅ아력이 결여된 속 좁은 비관용성 독불장군 같은 계급 투쟁의 운동 방침, 공허한 말들, 찬탈된 이상, 경직된 시스템. 내가 정말로 두려운 것은 그런 것들이야. 나는 그런 것을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증오해. 무엇이 옳고, 옳지 않은가-물론 그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지. 그러나 그런 개별적인 판단은 혹시 잘못되었더라도 나중에 정정할 수가 있어. 잘못을 스스로 인정할 용기만 있다면, 대개의 경우는 돌이킬 수 있지. 그러나 상상력이 결여된 속 좁은 것이나 관용할 줄 모르는 것은 기생충과 마찬가지거든. 중간 숙주를 바꾸고 형태를 바꾸어서 끝없이 이어져가는 거야. 거기에는 구원이 없어.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을 여기에 들여놓고 싶지는 않아."
--- pp 351~352
그녀의 말은 언제나 공손하고 상냥했으나, 거기에는 본래 있어야 할 호기심이나 놀라움의 파장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녀의 본마음은-만일 그런 것이 있다고 해도-언제나 어딘가에 간직되어 있었다. 현실적인 판단이 요구될 때를 빼놓고는, 그녀의 개인적인 의견이 표면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녀 자신은 조금밖에 이야기하지 않고, 주로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다정하게 맞장구를 쳤다. 그녀와 이야기하는 사람은 대부분, 어느 지점에서 불현듯이 막연한 불안감을 품게 되었다. 이렇게 이야기함으로써, 자기가 그녀의 조용한 시간을 쓸데없이 허비하게 하고, 그 단정하게 정돈된 세계에 진흙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닐까 하고. 그리고 그런 인상은 대개 옳았다.
--- pp 311~312
"나는 운전할 때 곧잘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크게 틀어놓곤 하지. 왜 그러는지 알겠어?"
"몰라요" 하고 나는 말한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야. 특히 이 D장조 소나타가 그래. 아주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거든. 이 작품의 한두 악장만 독립적으로 연주하라면, 어느 정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는 있다고 해. 그러나 네 개의 악장을 통틀어 통일성을 염두에 두고 들어보면, 내가 아는 한 만족할 만한 연주는 단 하나도 없어. 지금까지 여러 다양한 명피아니스트가 이 곡에 도전했지만, 그 어떤 연주도, 느낄 수 없는 결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거든. 바로 이 연주만은 결함이 없다고 할 만한 연주는 아직 없다, 왜 그런지 알아?"

"모르겠어요" 하고 나는 말한다.
"곡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야. 로베르트 슈만은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의 뛰어난 이해자였지만, 그런데도 이 곡을 '무지무지 장황'하다고 평했지."
"곡 그 자체가 불완전한데 어째서 수많은 명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에 도전하는 걸까요?"
"좋은 질문이야"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그리고 사이를 둔다. 음악이 침묵을 채운다.
"나도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어. 하지만 하나만은 말할 수 있지. 요컨대 어떤 종류의 불완전함을 지닌 작품은 불완전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적어도 어떤 종류의 인간의 마음을 강렬하게 끌어당긴다는 거야. 예를 들어, 넌 소세키의 <고후>에 마음이 끌리다고 했지. <고코로>나 <산시로> 같은 완성된 작품에는 없는 흡입력이 미완성의 작품에는 있기 때문이지. 너는 그 작품을 발견한 거야. 바꿔 말하면, 그 작품이 너를 발견한 셈이지. 슈베르트의 D장조 소나타도 그것과 마찬가지야. 그 음악에는 그 작품이 아니고서는 바랄 수 없는 마음의 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단 말이지."

"그래서," 하고 나는 말한다. "처음 질문으로 되돌아가는데요, 어째서 오시마 상은 슈베르트의 소나타를 듣는 거죠? 특히 운전하고 있을 때?"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특히 D장조 소나타는 곡 그대로 매끈하게 연주해서는 예술이 되지 않아. 슈만이 지적한 것처럼, 소박하고 서정적인 목가와 같이 너무도 길고 기술적으로도 지나치게 단순하거든. 그런 것을 악보 그대로 연주하면 아무 맛도 없는 흔해 빠진 골동품이 되어버려. 그래서 피아니스트들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기교를 구사해. 장치를 마련하는 거야.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아티큘레이션(또렷한 음 표현)을 강조하거나, 루바토(박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연주법)로 하거나, 빨리치거나, 강약을 궁리하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런 장치는 흔히 작품의 품격을 무너뜨리게 되고, 슈베르트의 음악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되어버려. 이 D장조 소나타를 치는 모든 피아니스트는 예외 없이 그런 이율배반 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그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그리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내가 운전하면서 자주 슈베르트를 듣는 것은 그 때문이야. 아까도 말한 것처럼 그게 대부분의 경우, 어떤 의미에서든 불완전한 연주이기 때문이지. 질이 높은 치밀한 불와전함은 인간의 의식을 자극하고 주의력을 일깨워주거든. 이것 이상은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완벽한 음악과 완벽한 연주를 들으면서 운전을 하다간, 눈을 감고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어질지도 몰라..."
--- pp 214~21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더욱 깊어진 주제,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

《해변의 카프카》는 23년간의 하루키 문학을 집대성하는 소설이다. 그의 전작들에서 이룬 성과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과 동서양의 고전, 특히 인간의 삶의 원형이라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깊은 고찰이 이 소설의 주제의 근간을 이룬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독자들을 매혹시켰던 내면적인 세계와 《태엽 감는 새》에서 추구했던 역사와 개체 간의 관계는 더욱 심화되었고,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부모 자식간의 모습과 일본의 고전 《겐지 모노가타리》에서 차용한 생령의 모습 등에서 볼 수 있듯 문학적 모티프는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아이들의 꿈과 어른들이 만들어 낸 현실의 틈바구니에 자리한 미궁 속에서 끝없이 방황하고 고뇌하며 힘겹게 성장해 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성장의 두려움을 겪은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절실함으로 가득하다.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

《해변의 카프카》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이다. 지금까지 하루키의 장?단편에서 종종 등장하던 양 사나이나 뚱뚱하지만 매력적인 여인 등의 캐릭터 대신 좀더 현실적인 인물들(카프카, 아버지, 사에키 상)과, 그들의 내면과 과거를 상징하는 또 다른 분신 같은 존재들(까마귀라 불리는 소년, 조니 워커, 사에키 상의 생령)을 등장시켜 현실과 초현실의 두 가지 트랙을 함께 그림으로써 하루키는 하루키 특유의 내면세계의 묘사에 있어 또 한번 한계를 뛰어넘는다.

이와 함께 하루키가 《해변의 카프카》만을 위해 창조한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자신의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인간답지 않은’ 독특한 말투로 고양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나카타 상의 캐릭터는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미키마우스가 될 뻔 했으나 결국 KFC의 상징인 커널 샌더스의 모습을 하게 된 ‘본래 형태가 없는 추상 관념’의 모습은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던진다. 을씨년스럽고 공허한 집 안에서 고양이의 시체들을 냉장고 안에 가둬둔 채로 여러 가지 기괴한 일들을 벌이는 조니 워커의 캐릭터는 하루키가 아닌 그 누구도 창조해 낼 수 없을 것이다.

독자를 흡인하는 스토리와 문장력, 아련한 여운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스토리 전개가 대단하다. 열다섯 살의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소년’과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노인’을 양대 축으로 하여 미스터리와 스릴러, 판타지를 오가며 숨 한 번 고를 틈을 주지 않고 독자를 이끌어간다.

이런 스피디한 스토리 전개 속에서도 하루키는 특유의 문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작품의 주된 배경이 되는 고풍스런 도서관 건물과 옛 책들이 자아내는 공기는 나도 이 복잡한 세상 어딘가에 그런 ‘세계의 움푹 패인 데와 같은 은밀한’ 은신처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절로 갖게 만들고,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의 진동, 인적 없는 산 속의 신선한 공기 등은 배경 그 자체만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깊숙이 자극한다.

특히 《상실의 시대》에서도 두드러지는, 책을 덮은 후 오래도록 가슴 속에 머무르는 작품의 여운은 변함이 없다. 긴 여정이 끝나고 마침내 환상을 떠나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는 주인공의 내면 묘사와 소년을 현실로 돌려보내야만 하는 사에키 상과의 절절한 이별의 대화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묵묵히 속으로만 담아낼 수밖에 없었던 우리 자신의 아픈 시절을 불현듯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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