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기>
여러분, 주말에 시장 가시나요?
저와 함께 시장 가실 용의(用意, ようい[요우이])가 아닌 뜻이 있으시면, 떠나시기 전에 용무(用務, ようむ[요우무])나 용변(用便, ようべん[요우벤])이 아닌 일 다 보시고, 무엇을 구입(購入, こうにゅう[고우뉴우])할 필요 없이 그냥 사러 가볼까요?
집을 나서면서 시건(施錠,せじょう[세조우])장치 대신 잠금장치로 단도리(段取り, だんどり[단도리])가 아닌 단속이나 채비 꼼꼼히 하시고, 가는 길에 가건물(假建物, かりたてもの[가리타테모노])이 아닌 임시 건물에 세 들어 있는 은행에 들러, 납기(納期, のうき[노우키])일이 아닌 내는 날 늦지 않게 전기요금 내시고, 육교(陸橋, りっきょう[릿쿄우])가 아닌 구름다리 건너 백화점에 갑니다.
남편은 애들과 함께 대기실(待機室, たいきしつ[다이키시쓰])이나 대합실(待合室, まちあいしつ[마치아이시쓰])이 아닌 기다림 방에서 쉬라고 하고요. (……)
나오시기 전에 야채(野菜, やさい[야사이]) 대신 남새나 푸성귀, 하다못해 채소를 꼭 사셔서 가족 건강 챙기시길…….
--- pp.39-40
<밥 먹고 삽시다>
먼저 ‘밥’은 “쌀, 보리 따위의 곡식을 씻어서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우리가 끼니때마다 먹는 밥입니다. 심마니들은 밥을 무리니라고 합니다.
그 밥을 누가 먹느냐에 따라 밥 이름이 달라집니다.
임금이 드시면 수라, 양반이나 윗사람이 드시면 진지, 하인이나 종이 먹으면 입시, 귀신이 먹으면 메라고 합니다. 쌀로 만든 것은 같은데, 어느 목구멍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밥 이름이 달라지는 것이죠. (……)
밥 먹기 전에 먼저, 밥을 먹을 때에 숟가락을 적시는 것이라는 뜻으로, 국˙찌개와 같이 국물이 있는 음식을 이르는 말이 술적심입니다.
솥에서 처음으로 푼 밥이 숫밥이지만, 손대지 않은 깨끗한 밥도 숫밥이라고 합니다.
국이나 물에 말지 아니하고 그냥 먹는 밥은 강다짐, 국이나 찬도 없이 맨밥으로 먹으면 강밥, 반찬 없이 먹는 밥은 매나니나 맨밥이라고 합니다.
드난 밥은 드난살이하면서 얻어먹는 밥이고, 상밥은 반찬과 함께 상에 차려서 한 상씩 따로 파는 밥이며, 소금엣밥은 소금을 반찬으로 차린 밥이라는 뜻으로, 반찬이 변변하지 못한 밥을 이르는 말입니다.
소나기밥은 보통 때에는 얼마 먹지 않다가 갑자기 많이 먹는 밥이고, 한밥은 마음껏 배부르게 먹는 밥이나 음식을 말합니다. (……)
밥 다 드셨나요?
먹다가 그릇에 남긴 밥은 대궁, 숭늉 속에 들어 있는 눌은밥은 물눌은밥, 먹고 남은 음식은 턱찌꺼기, 먹고 남아도는 밥은 군밥, 지어서 먹고 남은 밥은 찬밥입니다. (……) 구메밥은 예전에, 옥에 갇힌 죄수에게 벽 구멍으로 몰래 들여보내던 밥입니다.
국수원밥숭이는 흰밥과 국수를 넣고 끓인 떡국이고, 원밥수기는 떡국에 밥을 넣어 끓인 음식입니다. (……)
한참을 달려왔네요. 언제 어디서나 먹는 밥, 꼭 먹어야만 하는 밥, 오늘 하루만이라도 농업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밥을 먹으면 어떨까요?
--- pp.4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