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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여름
중고도서

두 해 여름

에릭 오르세나 저 / 이세욱 역 | 열린책들 | 2004년 07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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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98쪽 | 344g | 127*191*20mm
ISBN13 9788932905600
ISBN10 8932905606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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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번역가들은 돌아가면서 그 질책의 제물로 지목되었다. 그중의 한 번역가는 지상의 어떤 외딴 곳(사전이 잔뜩 쌓여 있고 냉장고의 요란한 진동 때문에 5분마다 실내의 모든 것이 부들거리는 초라한 부엌, 또는 정원 한쪽 보랏빛 아가판투스가 빙 둘러 피어 있는 속에 외따로 선, 비가 새는 헛간, 아니면 중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파리 13구 슈아지 대로의 한 고층 빌딩 꼭대기에 마련된 두 칸짜리 아파트)에서, 그의 채찍을 맞고 오만상을 찌푸린 채 이를 악물고 눈물을 삼키면서, ?롤리타? 16장의 스물두 번째 번역 원고를 찢어 버리고 스물세 번째 번역을 시작하고 있었다.
--- p.42-4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죽은 친구, 장 콕토를 생각나게 하는 파리가 싫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프랑스 전역을 떠돌던 번역가 질은 브르타뉴 지방의 B섬이 번역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언약의 땅>임을 발견한다. 주민들 모두가 정확한 어휘와 전문가적 표현을 구사하는 풍요로운 말의 고장, 완벽한 기후와 끊임없이 오가는 배들이 언어의 뱃사공인 번역가에게 비할 데 없는 영감을 주는 곳, 간만의 차가 큰 미세기가 하루에 두 차례 밀고 썰면서 머리를 상쾌하게 씻어 주는 곳. 그 섬에 정착한 처음 몇 해 동안, 그는 열일곱 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번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헨리 제임스,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등 이미 죽은 작가들의 고전들을 번역하며 아주 조용하고 평화롭게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질은 파리의 출판인 아르템 파야르로부터 나보코프 만년의 걸작 ?에이더 또는 아더?의 번역을 청탁하는 편지를 받게 된다. 동봉한 수표에 눈이 먼 질은 덜컥 그 제의를 받아들이며 환호작약한다. 그러나 고양이들과 벌인 축제는 단 하루 만에 끝나고 만다. 편지 안에는 출판사에서 참고하라고 보낸 나보코프의 성품을 알려 주는 서신들이 들어 있었다. 무작위로 집어든 한 편지에서 나보코프는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를 상투적인 멜로드라마라고 맹비난하며 자신을 파스테르나크와 비교하는 것을 그만둘 것을 외치며, 책표지의 도안에까지 시비를 걸고 있었다. 저자의 자부심과 까다로운 성격에 당황한 질은 ?에이다?를 펼쳐 본다. 추억의 잡동사니 속을 나비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교태를 부리는 나보코프의 문체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불쌍한 질. 그 후로 3년 5개월이 지난 1973년 4월이 되어서도 질의 번역은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질은 파리의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고 버린다.

인내심의 한계에 달한 파리의 출판인 파야르는 급기야 B섬의 우체국장을 임무 태만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지경에 이른다. 게다가 섬의 본당 신부는 나보코프가 ?롤리타?라는 추잡한 소설을 써서 교황 성하로부터 비판받은 작가임을 강조하면서 그의 작품을 번역하는 일에 공모자가 되지 말라고 신자들에게 신신당부하는데……. 생텍쥐페리의 종손녀인 원예 전문가, 섬에 들어온 만년 박사 학위 준비자들, 아르헨티나에서 온 전직 피아니스트 사진작가 페르난데스, 우체부 등 온 섬사람들이 『에이다』번역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두 해 여름 동안의 이야기가 생생하고 흐뭇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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