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스스로 수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영재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것은 겸손이 아닙니다. 오히려 왜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은데 다른 친구들보다 계속 더 높은 성적을 받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소위 ‘공부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갈라놓았던 것은 이런 사소한 태도의 차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이 갖고 있는 잠재력은 풍부합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소할지도 모르는 수학 습관을 익혀나가는 것이 어쩌면 학원을 남들보다 더 많이 다니는 것보다 유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p.5~6
수학을 배우는 목적이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건 단순히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건, 실생활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논리력를 얻기 위해서는 공식을 통째로 외우고 문제만 달달 푸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사물을 파악해 생각할 수 있는 두뇌’, 즉 ‘수학머리’를 단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사고력이 필요한 실제 시험문제와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의 수학적 사고방식을 소개하고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여러분은 수학적 사고방식, 이른바 수학머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학으로 생각하는 습관’은 여러분의 미래에 반드시 도움이 될 거예요.
--- p.13~14
2?의 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저는 이 질문을 0제곱을 아직 안 배운 중학생이나 수학을 잘 못했던 어른에게 많이 해봤습니다. 열이면 열 모두 ‘0’이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러나 어떤 수의 0제곱은 1이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단순히 ‘0제곱은 1’이라고 외우는 사람과, ‘왜 0제곱을 1이라고 하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면 0제곱을 1로 정의하는 이유를 살펴봅시다.
--- p.35
“Α, B, C 3명이 100m 달리기를 했습니다. Α는 B와 20m 차이로 골인하고, B도 C와 20m 차이로 골인했습니다. 그렇다면 Α는 C와 몇 m 차이로 골인했을까요?”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A와 B의 차이가 20m, B와 C의 차이도 20m니까 A와 C의 차이는 40m’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도 본질 이해를 우선시하는 사람이라면 ‘속도×시간=거리 식에서 거리는 속도, 시간에 비례한다. 즉 속도가 2배, 3배가 되면 거리도 2배, 3배가 된다’에 주목합니다. 그러니까 같은 시간에 나아간 거리의 비와 속도의 비는 같다는 말입니다. A와 B가 같은 시간에 각각 100m, 80m 달렸다고 하면 속도의 비 A:B=100:80=5:4 똑같이 B와 C는 같은 시간에 각각 100m, 80m 달렸으므로 속도의 비 B:C=5:4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비는 같은 수를 곱하거나 같은 수로 나누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성질을 이용해 B의 수치를 같게 만들면 A와 C의 속도의 비는 25:16임을 알 수 있지요. 그리고 거리는 속도에 비례합니다. ‘속도의 비=거리의 비’이므로 25:16이라는 속도의 비는 같은 시간에 달린 2명의 거리의 비이기도 하지요. 문제에서 묻는 것은 A가 골인(100m 완주)했을 때 C가 달린 거리이므로 25:16=100:64가 되겠지요. 그러면 A가 100m 달린 동안 C가 달린 거리는 64m임을 알 수 있고 문제의 답 100-64=36m가 바로 나옵니다.
--- p.78~79
여러분, 1m의 정의를 알고 있나요? 현재 1m는 ‘빛이 진공 속을 2,9979,2458분의 1초간 나아간 거리’로 정의합니다. 원래 1m의 정의는 각국에 나누어진 미터원기라는 금속 봉을 기준으로 했는데, 금속이다 보니 온도에 의한 오차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정의는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 가능한 한 오차를 없애기 위해 나중에 정해진 것입니다. 그럼 1m는 가장 처음에 어떻게 정해졌을까요? 세계 각 지역의 길이 단위는 대개 신체 일부 크기를 기준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무역이 발달하자 세계의 도량형(길이, 부피, 무게) 단위가 나라마다 모두 달라 불편해졌지요. 그래서 인류 공통의 재산인 지구를 기준으로 미터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미터법에서는 ‘북극점에서 적도까지 거리의 1000만분의 1을 1m’로 정의했습니다. 그렇게 약속한 것이지요.
--- p.146
저는 요리하기 전에 레시피를 쓱 훑어보고 전체 흐름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일단 요리를 시작하면 절대로 레시피를 보지 않습니다. 한편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레시피를 옆에 두고 일일이 확인하며 요리를 합니다. 그러면 언제까지나 그 요리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 레시피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창의적인 시도도 못하지요. 요리란 원래 대강의 본질은 같습니다. 구체적인 요리법만 조금씩 다를 뿐이에요. 그러니까 그 요리의 특징만 처음에 이해하고 나머지 부분의 흐름은 요리의 본질대로 나아가면 그만입니다. 수학 문제 풀이도 하나하나 순서를 확인하며 하는 요리처럼 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식 변형 때마다 해설을 본다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스스로 풀 수 없게 됩니다.
--- p.162
학원 강사 시절, 문제를 풀지 못해 끙끙대는 학생에게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을 전부 썼는지 체크해봐”라고 조언했습니다. 수학 문제를 어렵게 하는 요소에는 ‘조건의 수가 많다’가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조건의 수가 적으면 문제는 쉬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전형적인 예가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의 문장제예요. 나오는 숫자(숫자도 훌륭한 조건입니다)가 2개뿐이니까요. 그러면 어떤 연산을 할지 생각하기만 하면 되지요. 2개만 있으면 조건을 빠뜨릴 염려가 없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많아지면 빠뜨리고 맙니다. 문제에 조건이 많이 주어져도 한 번에 쓰는 일은 적고 “Α라는 조건에서 B라는 결론이 나오고 그 결론 B와 C라는 조건을 조합해 D라는 결과를 얻는다. 그 D와 E라는 조건을 합쳐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처럼 1개나 2개씩 씁니다. 그러면 아무리 신경 써도 조건을 자주 빠뜨리게 되지요.
--- p.215
‘리즈너블(reasonable, 합리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매우 리즈너블한 가격’처럼 쓰일 때는 가격이 싸다는 의미겠지만, 본래 이 단어에는 ‘싸다’라는 뜻이 없습니다. 리즈너블은 ‘reason(이유)’의 형용사로 ‘타당하다, 합리적이다, 사리에 맞다’라는 의미입니다. ‘I am a reasonable man’은 ‘나는 싼 사람입니다’가 아니라 ‘나는 합리적인 사람입니다’라는 뜻이지요. 수학 공식에는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고 그를 잘 이해해야 조리 있는 사고력이 키워집니다. 이유나 도출법도 모른 채 통암기한 공식에 숫자만 대입해 높은 점수를 받아봤자 제대로 된 사고력은 익힐 수 없습니다. 합리적인 사고력을 익히면 필요 없는 보험에 가입하거나 복권을 100장, 200장 사서 큰 손해를 보는 일도 없겠지요.
--- p.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