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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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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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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세와 지혜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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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74g | 135*210*20mm
ISBN13 9788932922720
ISBN10 893292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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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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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우리가 물질적으로는 굉장히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을 실감한다.
--- 「첫 문장」

그해 여름, 나는 꽤 그럴듯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었다. 간절히 원하던 꿈을 이루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고 다양한 취미 활동과 문화생활을 누리면서 하루하루를 채워 나갔다. 하지만 만족이 뭔지 몰랐다. 나는 너무 많이 일하고 너무 많이 놀았다.
--- p. 18

오늘 점심에는 쌀국수를 삶을 생각이다. 파김치와 함께 순하고 부드러운 국물을 마실 것이다. 국물 베이스는 고기 대신 채소 스톡이다. 생태 소설을 쓰고 있고, 쓰고 싶다. 나는 채식을 지향하지만 육식을 허용하며 가끔은 불량 식품을 먹듯이 햄버거를 사 먹는다. 그게 나의 채식주의 리얼리티다.
--- p. 58

에코 백에 채소를 담고 계산을 마친 뒤에는 다회용 장바구니를 꺼내자. 장을 보러 갈 때는 배낭을 메자. 〈절실하게〉 〈거절하자〉.
「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
어제 우리가 놓친 5천2백만 봉지 중 한 봉지의 거절을 하자. 바다 생물들이 해파리나 오징어라고 착각해서 먹고 있다는, 우리가 무심코 버린 비닐봉지 한 장을 그렇게 되가져오자.
--- p. 67

〈거절하기〉가 환경 유해 물질을 아예 허용하지 않는 단단한 지침이라면 그에 비해 줄이기는 조금 타협적이다. 나는 이 실천 방식을 〈영쩜일 웨이스트〉라고 이름 붙였다. 영과 영쩜일의 차이는 제법 크다. 제로를 지향하다 겪게 되는 피로감에서 벗어나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
--- pp. 75~76

비닐 사용을 줄이기로 한 이들은 〈가격을 낮추면 더 많이 소비한다〉는 이 세계의 원리에서 살짝 벗어난 셈이다. 나는 이런 실천에 꽤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고 느낀다. 휘말리지 않는 데서 오는 쾌감이랄까, 벗어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있다.
--- p. 77

사물의 쓰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불교에서는 만물이 계속 변하는 것이 이치인데 인간이 스스로의 모습을 규정해 놓고 고집할 때 어리석음이 생긴다고 한다. 물건들을 살피고 다른 쓰임을 생각해 보는 시간은 내게 지혜를 가져다주었다. 난 원래 오로지 소설가이고, 소설 아니면 안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렇게 신나서 제로 웨이스트 에세이를 쓰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고집을 꺾고 나자 굳게 버틴 바위 같은 마음에 살랑살랑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어온다. 그 봄의 기운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 pp. 91~92

분리수거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도 나와 같은 〈사람〉이 일하고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는다면 딱히 어려울 것은 없다. 내가 버리는 이 물건이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려 다른 물건이 될 수 있도록 내놓는다는 마음, 버리는 게 아니라 보낸다는 마음을 잊지 않으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분리수거도 문제 될 게 없다.
--- p. 97

새로운 전자 제품이 당신을 유혹할 때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자.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미 내가 갖고 있는, 슬슬 골동품을 닮아 가는 구식의 사물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기억하자.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지구를 살리는 만트라를 기억하자.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 p. 135

우리가 매일 버린 쓰레기는 사라지는 게 아니다. 어딘가로 간다. 누군가에게로 간다. 누군가는 돈을 받고 쓰레기를 팔고, 누군가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몰래 갖다 버리고 도망친다. 어떤 이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한 돈으로 목숨을 부지한다. 어떤 이는 쓰레기 더미에서 놀며 자란다. 어떤 이는 쓰레기를 먹고 죽는다.
--- p. 191

숨 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마라.
챈들러의 글쓰기 규칙과 비슷한, 최정화식 명상의 규칙이다. 지금 내게는 카톡 대신 휴식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코트를 네 벌이나 옷장에 간직하는 대신 휴대 전화와 거리를 두면서 되찾게 된 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깊은 숨을 쉬는 기쁨이었다.
--- pp. 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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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마음에 단단한 기둥이 되어 주는 책을 만났다. 내 한 걸음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로 갈 수 있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함께 공생하는 걸음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는 이정표 같은 책이다. 지구를 지키고 싶지만 자신의 행동이 어딘가 엉성한 것 같을 때, 확신이 없어 주저할 때, 완벽하지 못해 스스로를 꾸짖게 될 때 당신이 이 책을 펼치기를 바란다. 외롭지 않은 응원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 천선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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