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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와 함께하는 여름

랭보와 함께하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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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268g | 118*188*20mm
ISBN13 9791161110981
ISBN10 1161110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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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었다. 우리는 아득한 어린 시절의 풍경 속에 들어서 있었다. 장소는 인간을 조각하기에, 나는 그 차가운 들판에 스며드는 것이 좋았다. 그 들판은 어린 랭보를 설명해주었다. 1870년대 초, 아르튀르는 이곳을 거닐며 첫 시들을 썼다. 어린 학생의 가출을 그린 시 「나의 방랑」과 「감각」을. 태양이 빛났다.
--- p.14

때때로 우리는 우리의 어머니를 놓친다. 어머니를 두려워해서 멀리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항상 가까이 있다. 어쩌면 어머니의 정의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어머니란 우리가 떠나 살 때조차 우리의 중심이다.
--- p.33

천재의 정의는 보기 전에 알고, 맛보기 전에 느끼고, 듣기 전에 듣는다는 것! 열여섯 살에 랭보는 「취한 배」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대양의 이미지들을 담는다. 그는 먼바다에서 생활하는 뱃사람들보다 바다의 모태를 잘 포착한다. 그것이 통찰이고, 천재성이다.
--- p.41

랭보와 체 게바라는 혁명의 운명을 타고났다. 한 사람은 프롤레타리아를 다스리길 바랐다. 또 한 사람은 언어를 다스리길 바랐다. 두 사람 모두 상점에 걸린 반항자용 티셔츠에 그려진 초상화 신세가 되었다.
--- p.52

랭보의 불행은 제 천재성에 대한 재능을 갖지 못했다는 데 있다. 자기 안에 태양을 갖는 것과 그 빛의 방향을 잡는 건 다른 일이다. 그는 자신의 뇌에서 솟아나는 다이아몬드 간헐천을 활용하지 못한다. 3년 동안 마그마는 전망들, 불꽃들, “인간의 피부를 가진 표범들”을 분출하지만, 중심 사상을 표현하지 않았고, 예술과 문학 일반에 대한 소신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세기의 정점에 선 그리스 불이었다.
--- p.58

우리는 망나니 랭보를 온갖 시렁에 내걸었다. 때로는 순수한 음악성마저 무시하고서. 아나키스트 랭보, 파리코뮌 가담자 랭보, 부랑배 랭보, 펑크 랭보, 비트족, 천재 또는 야만인, 아방가르드 예술가, 모더니스트, 음유시인 또는 미래파. 이 무슨 자선바자인가!

르네 샤르는 단호히 말했다. “시인 랭보, 이것으로 충분하고, 이것으로 무한하다.”
--- p.78

그는 더 멀리 나아간다. 무역 분야에 진출을 시도하고, 공사장 일자리나 군대에도 지원해보았지만 실패한다. 그는 독일로, 이탈리아로, 이집트로, 자바로, 그리고 키프로스로 떠난다. 아! 그의 여행은 발레리 라르보의 것처럼 방과 욕실과 맹그로브 나무 아래에서 맞이하는 포근한 저녁을 갖춘 다정한 체류가 아니다. 여행은 경찰서나 병원에서 끝이 난다. 여행자 랭보는 어지럽히는 아르튀르다. 그는 절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언제나 목표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 p.217

랭보는 두 가지 목표를 좇는다. 언어를 바꾸는 것, 세상을 다시 말하는 것. 단순하지 않은가? 랭보는 말에 불을 붙이고, 시선이 마주치는 모든 것에 불을 놓는다. 그러곤 사라진다!
--- p.141

이 땅에서 제 동료들의 기억에 자신이 남기고 있던 흔적을 이토록 알지 못한 사람은 결코 없었다. 포석 위 달팽이들처럼 기를 쓰고 흔적을 남기려는 우리 같은 세속적인 익살꾼들에게는 이 얼마나 큰 교훈인가. 랭보는 지리 속에 녹아들길 바랐다. 주소조차 남기지 않고.
--- p.237

제아무리 활활 타오르는 시인일지라도 삶의 평범한 축복을 제때 보지는 못한다. 우리를 빛 가운데 붙들어두는 그 충분하고 지고한 기적을 소홀히 하는 우리는 얼마나 분별없는가. 우리는 참으로 미치도록 가볍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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