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처럼 신비로운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는 늘 이렇게 탄식했다고 합니다. 그의 곁에는 늘 삼색 얼룩고양이 카타리나가 함께했다고 하는데요. 포가 아니더라도 고양이에 매료된 작가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작가들은 왜 고양이를 좋아할까요? 글을 쓰는 이들은 고독과 명상이 본업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고양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의뭉스럽기 그지없는 고양이와 함께하기로는 책과 글에 파묻혀 살아가는 작가만큼 잘 어울리는 친구가 없겠죠. 원고 더미를 어슬렁거리기, 노트북에서 ‘식빵 굽기’, 서재의 사서 노릇 하기, 그리고 나머지는 귀찮아하며 싫어하기……. 고양이는 자기와 똑같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의 미묘한 뉘앙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작가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듯합니다. 조용히 꿈과 영감을 지켜보고 꾸준한 탐구를 이어나가는 존재, 고양이와 지식인은 천생연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작가는 영원한 관찰자입니다. 인간을 바라보고 들여다보는 사람, 인간에 대해 숙고하고 열심히 기록하는 사람이 작가입니다. 작가라고 하면 사람들은 태평하고 자유로운 보헤미안을 떠올립니다. 시무룩한 은둔자의 이미지도 강하고요. 실제로 작가는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일반인보다 10~20배 높다는 의학 결과도 나왔는데요. 영국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 쓰는 사람치고 미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는 쾌활함이 병이고 누구는 우울함이 병이지만, 어쨌든 모두가 미쳐 있다.” 실제로 의학적 근거에 따르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스트레스, 불안, 심장병 위험이 덜하다고 합니다. 작가들이 유독 고양이를 사랑하는 까닭은 대중에게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복슬복슬한 녀석을 통해 완화하라는 강력한 생물학적 요청에 반응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고양이는 우정을 나누고 서로를 버팀목으로 삼는 관계에 이르는 특별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SNS에 노출되고 연결되죠. 작가들도 어쩔 수 없어서 작품과 책을 알리기 위해 SNS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작가와 SNS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너무 가까이도 하지 말고 너무 멀리도 하지 마라)’이어야 합니다. 작가들은 작업에 몰입하기 위해 깊디깊은 환상과 인간 감정의 세계에 침잠하기 위해 스스로를 격리시켜야 하는 고달픈 존재입니다.
그런 삶은 고독하지 않느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외부 연결을 끊은 채 글쓰기에 매달린다고 해서 혼자 외롭게 지내는 것은 아니니까요. 바로 고양이가 있거든요. 사람과 조용히 공존할 줄 아는 고양이는 펜 한 자루 또는 컴퓨터 한 대로 이어가는 길고 힘겨운 시간을 함께하는 완벽한 동료입니다. 고양이가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는 작가가 현실에서 너무 오래, 너무 멀리 벗어나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알림일 테니까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빗속의 고양이」(1925)에서는 “가엾은 새끼 고양이”가 ‘아내’의 외로움과 여린 마음을 표현하는 매개자로 나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진짜 고양이들과 환상 속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우주와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등장인물의 잠재의식적 갈망을 생생히 드러냅니다.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시집 『악의 꽃』에서 고양이들이 잠든 모습을 보면서 “끝없는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하며 인간의 세속적인 차원을 초월하는 고양이의 비범한 능력을 노래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작가가 마치 거울을 보듯이 고양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발견합니다.
고양이를 사랑한 작가들, 그 다정한 사람들. 늘 책을 곁에 두는 사람이라면,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고양이를 곁에 두고 책을 읽고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여태껏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장이 불쑥 나타나고, 지금까지 쓰지 못했던 문장이 술술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그 곁에 『우리는 고양이와 함께 글을 씁니다』가 함께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겁니다.
고양이를 예찬한 작가의 말, 말, 말
내 눈엔 고양이의 불완전한 면이 절대적으로 완벽해 보여요. - 앨리스 워커
지금 내 어깨에 고양이가 앉아 있어. - 앨런 긴즈버그
고양이들과 사이가 좋은 이유요? 마녀의 후예여서! - 앤절라 카터
어린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나의 베이비 시팅이랍니다. - 앤 M. 마틴
정원을 둘러보며 야생 친구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늘 확인한답니다. - 아누자 차우한
내가 딴 데 관심이 쏠리면 어서 안아달라고 조르죠. - 베리트 엘링센
도대체 고양이는 왜 이러는 걸까요? - 라비벌리 클리어리
고양이는 내 곁에서 소중한 원고를 지켜주죠. - 빙신
나는 언제나 고양이에게 범상치 않은 이름을 붙여주었더랬죠. - 카를로스 몬시바이스
사랑이란 문 앞의 배고픈 고양이처럼 나를 찾아와야 하는 것. - 찰스 부코스키
고양이 녀석이 작업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책을 물어뜯어 놓았어. - 고체스터 하임즈
세상에 평범한 고양이는 없다. - 콜레트
고양이란 인간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가. - 도리스 레싱
고양이는 멍청한 말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아요. - 그이디스 시트웰
고양이는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순종하지 않는 동물이에요. - 엘리너 글린
내 고양이는 쥐를 잡으면 남은 부위를 주방 바닥에 예쁘게 늘어놓지요. - 엘리자베스 비숍
고양이는 한 마리로 끝나는 법이 없지. - 어니스트 헤밍웨이
나를 찾으며 갸릉갸릉 우는 소리가 저 멀리에서부터 들려와요. - 길리언 플린
내 고양이 앨리스는 비밀이 많고 주관이 뚜렷한 친구죠. - 글로리아 스타이넘
밤에 고양이를 무릎에 앉히고 맥주를 홀짝이며 소설을 썼답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32년간 편집장으로 일하며 서명할 자리에는 늘 고양이를 그려 넣었지요. - 헬렌 G. 브라운
나와 아내에게 고양이는 우리의 ‘아기들’이었답니다. - 헌터 S. 톰슨
고양이의 신비로운 내면을 관찰하며 글을 써내려갔지요. - 아이리스 머독
사는 동안 500여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았답니다. - 오사라기 지로
널 마주 보는 저 흰 것, 처음 보는 금빛 눈동자.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나는 늘 동물과 함께했어요. 열여섯 살까지 장수한 고양이도 있었죠. - 주디 블룸
나는 비평가의 말과 고양이의 말을 똑같이 믿어요. - 훌리오 코르타사르
고양이와 작가는 서로에게 자유를 줍니다. - 카짐 알리
고양이를 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요. - 잭슨 브라운
나의 독립 서점의 주인공은 고양이랍니다. - 루이스 어드리크
고양이는 나에게 페티시의 대상이에요. - 리디아 데이비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쓰기 전, 고양이에 관한 글을 썼답니다. - 마거릿 미첼
당신이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다른 말 필요 없이 나의 친구이고 동지입니다. - 마크 트웨인
내가 다녀간 뒤로 고양이 톰은 놀랍게도 보름이나 더 버텼다고 합니다. - 말런 제임스
글은 쓰지 않고 종일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나를 발견했죠. - 닐 게이먼
내가 글을 쓰면 고양이 스파이더만은 늘 곁에 앉아 있었지요.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늘 어디선가 고양이가 나타나서 나에게 친구 하자고 해요. - 프리티 셰노이
글을 잘 쓰는 중요한 비결? 아이디어를 고양이처럼 대하기! - 레이 브래드버리
나의 비서를 소개해야겠군요. 열네 살 된 검은색 페르시안 고양이입니다. - 레이먼드 챈들러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와 함께 자랐어요. 모두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들이었죠. - 사라 존스
우리 집 고양이들은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 스티븐 킹
시 「아빠」의 ‘대디’는 어릴 적 키우던 고양이 이름이랍니다. - 실비아 플라스
현실 세계에서 티파니 같은 장소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고양이에게 이름도 붙여줄 텐데. - 트루먼 카포티
내가 늦잠을 자면 살금살금 내 얼굴 쪽으로 올라와요. 너무나 멋진 알람시계였죠. - 어슐러 K. 르귄
고양이보다 아름다운 친구는 없다. - 젤다 피츠제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