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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리뷰 총점9.8 리뷰 17건 | 판매지수 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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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2년 07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84g | 130*190*18mm
ISBN13 9791160408416
ISBN10 116040841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그렇게 살면 망한다’고 속삭이는 세상에서
나만의 삶을 어떻게 운전할 것인가


밀레니얼 세대가 한국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를 통해 날카롭게 진단했던 정지우 작가가 2년 만에 새 사회비평 에세이를 내놓았다. 신작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는 ‘남부럽지 않은 기준’을 정답인 양 정해놓고 시기와 질투심,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끊임없이 조장하는 시대를 짚어보는 책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끊임없이 속삭이는 시대, 그런 타인들의 잣대가 알게 모르게 개인의 강박이 되는 시대에는 ‘나’의 진정한 선택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이런 시대는 무엇이 자기에게 적절하고 옳은지를 주체적으로 풀어내기보다, 타인들의 삶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소리 높이는 이야기들이 주목받는 ‘비난의 일상화’로 추동력을 얻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렇게 살면 망합니다’류의 메시지가 범람하는 유튜브 콘텐츠, 꺼질 줄 모르는 독설의 유행, 타인에 대한 저격 등은 이미 우리를 무감각하게 할 만큼 일상 깊숙이 스며 있다.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는 SNS 문화, 소비 패턴, 연애·결혼관, 일상 곳곳의 혐오와 분열에서 포착되는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딛고 나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 즉 시대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의연하게 주도하는 태도에 관해서까지 이야기한다. 특히 ‘불신’의 세상에서 타인과 어떻게 온전히 관계 맺으며 나 자신의 삶을 지켜낼 수 있을지 거창한 담론에 기대기보다는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사유를 담담히 전개해나간다는 점이 일반적인 사회비평 에세이와 차별된다.

“어쩌면 절망의 시대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고, 미쳐버린 세상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사회에서 살아간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모든 시대에는 저마다의 절망이 있으며, 모든 인생에는 어딘지 미친 구석이 있기도 하다. 결국 우리는 그런 시대나 사회를 자기만의 인생이라는 배를 타고 통과해야만 한다. 그럴 때 자신을 지켜주는 건 그 모든 것을 대하는 자기만의 기준과 태도일 거라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런 태도에 대한 것이다.” -서문 중에서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이런 세상에 살 줄은 몰랐더라도

1부 관계: 불신의 시대에 타인을 초대하기

지렁이는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사람 외로웠나 보다
MBTI로 사랑하는 법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소통인가 불통인가
“저요?”에 숨겨진 것들
내 안의 아재와 싸우기
무엇이 폭력인지 아는 시대적 감각
‘그 모든 게 너의 선택’이라는 잔인함
인간으로 지켜야 할 하한선
문해력 위기의 또 다른 배경
고의, 타자의 마음
인생 주기설을 깨뜨리며
왜 변호사가 되었냐 묻는다면
고시생의 애환과 사랑의 절실함
도자기 같은 사람
결혼은 ‘완성’인가
한쪽에 가혹한 결혼
예민함 궁합
딜레마를 해결하는 믿음의 연습
아이가 알려준 ‘지금 여기’라는 바다
부모라서 당연한 모습은 없다
바닷가 소녀

2부 지도 없는 시대: 삶의 구경꾼이 되지 않는 법

선례 없는 사회
불행과 완벽 사이, ‘양극성 분열’의 시대
부러움과 질투, 박탈감
독설 문화를 경계하다
이중성에 치를 떠는 이유
오징어 게임을 만드는 시스템
빼앗긴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실패를 규정하는 시간표
나태함이 문제가 아니다
하이퍼 리얼리즘 코미디
구경하는 유령들
집단주의라는 압박
‘개인’을 옹호한 대법원 판결
휴식권, 직업 바깥의 자아
경험에서 물질 소비로
저물어가는 낭만들
가성비 시대의 몰락
돈이 주는 행복을 의심하는 일
평가와 시선의 과잉
누구도 왕이 아닌 사회를 위하여
민법의 세계
우연의 비용 앞에서

3부 돌파와 회복: 저질러놓은 세상을 건너며

배반당한 시절을 통과할 때
장막을 걷어내면 폐허가 드러난다
태권도장이 문을 닫으면 경력단절여성이 쏟아진다
아이들의 슬픔을 보는 슬픔
대한민국은 거대한 노키즈존
갈 곳과 기댈 곳
가장 현명한 선택은 없다
적당한 구속이 주는 자유의 힘
닥치면 하게 된다
단점이 찾아준 정답
법을 공부하기 전엔 몰랐던 무기들
행복한 삶과 가치 있는 삶
행복이라는 강박에 맞서
도파민과 과몰입
해방의 순간, 에피파니
나를 살리는 글쓰기
책을 안 읽는다고 글도 안 읽을까
정확한 호의로 무성한 악의를 견디기
느낌을 불신하다
타인으로부터의 자기효능감
시간은 공간과 함께 흐른다
텅 빈 자루 하나 들고 이별하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타인들을 구경하면서 비난하거나 혐오하고, 시기와 질투심,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끊임없이 조장되고, 닮고 싶은 선례보다는 반면교사가 넘쳐나는 시대에 대해 묘사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런 시대의 묘사에만 그치지 않고,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했다. (…) 이처럼 사회에 대한 묘사뿐 아니라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고자 한 점이 전작인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와의 차이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 p.8

“저요?” 하는 습관은 ‘관심’에 대한 무서움과 갈구가 모두 담겨 있는 시대를 보여주는 유행어가 아닐까 싶다. 유명인들을 보면, 한순간에 떠서 잘나가다가도 몇몇 사소한 정보나 과거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거의 모든 정보는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을 걸고 넘어뜨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는 관심을 갈구하는 ‘외로운’ 시대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추앙’받길 바라며 SNS에 자기를 전시하기도 하고, 그 누군가에게는 화색이 도는 표정으로 “저요?”라고 말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 p.34

선택을 절대시하고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며 누구나 자기의 선택에는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사고방식은 상당히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사실 한 인간이 인생에서 무언가를 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우란 그리 많지 않다. 대개는 살아오면서 누적된 상황, 자기도 모르게 받은 상처, 원했든 원치 않았든 자신에게 주어진 제한적 선택지, 어쩔 수 없이 내몰리게 된 입장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강요당한 선택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 pp.45~46

문해력 또는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타인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뜻이다. 나아가 뇌가 그럴 ‘용기’를 학습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적으로 계속 자기 이해, 자기 입장에 익숙한 방식에만 길들여져서 그에 갇혀버리는 폐쇄성에 머무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실 문해력을 이야기할 때 거의 거론되지 않지만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에는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의 범람이 있을 것이다.
--- pp.54~55

‘결혼 또한 하나의 시작이며 주춧돌이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모두에게 결혼은 연습 같은 것이며 육아 역시 다들 낯설고 생경한 경험이지만 그렇게 배워나가는 것이다’라는 식의 기성세대적인 훈계는 거의 의미가 없다. 당장 인생 전체가 각종 할부, 빚, 이자, 온갖 리스크 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 시대에, 청년 세대는 그런 ‘위험’을 굳이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 p.80

타인들의 삶에 대한 저격은 늘 일정한 쾌감을 동반한다. 타인들의 삶을 깎아내림으로써 자기 삶은 괜찮다는 위안을 얻는 일이 그 속에 숨어 있다. 또한 내가 타인의 삶을 규정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힘의 확인’에서 오는 쾌감 또한 적지 않다. 한 명의 방구석 심사위원처럼 세상 모든 삶을 평가하고 비난하면서 마치 힘을 가진 듯한 착각을 느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책감 또한 중독적인 쾌감을 불러올 수 있다. 스스로를 꾸짖는 일은 그 자체로 자신이 보다 나은 삶에 대해 알고 있다는 ‘앎의 쾌감’을 준다. 자책감이 일종의 피학적인 쾌감을 동반하는 이유는 ‘꾸짖는 자’와 ‘꾸짖음을 당하는 자’가 결국은 모두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 p.122

이런 하이퍼 리얼리즘의 유행은 우리 시대 ‘구경꾼 문화’의 연장선에서도 볼 수 있다. 세상 모든 게 구경거리가 된 시대에서, 우리 일상 또한 더 적극적으로 더 리얼한 구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구경하면서 품평하고 비웃고 깔깔댄다. (…) 그러나 때때로 그 속에는 깔깔댐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때도 있다. 가령 ‘틀딱충’, ‘맘충’, ‘개독교’ 같은 말들이 거론되면서 특정 집단에 프레임을 씌우고 조롱의 대상으로 확정된 집단을 향한 혐오를 확산시키는 순간이다.
--- p.147

무엇이든 적당히 애쓰면 얻을 수 있는 것은 굳이 강조되지 않는다. 굳이 전 사회가 광적으로 몰입하는 게 있다면, 그만큼 그것을 얻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생에 필요한 ‘적절한 돈’이라는 것에 더 이상 손쉽게 접근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누적되어온 계층 간 격차에 더해, 지난 몇 년간 폭등한 부동산은 사실상 한 개인의 소득으로는 ‘적절한 돈’을 평생 버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불가능성이 한 시대의 선망, 동경, 갈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것이다.
--- p.177

코로나 시대란 우리 사회가 어떻게든 간신히 이어왔던 취약한 부분들이 폭로되는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태권도장 하나 문 닫아버리는 것으로 경력단절여성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취약해진 어느 가정의 수입구조는 다시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 그 시점에 집이라도 하나 가진 사람은 그나마 사정이 나을지 모르겠으나, 둘이 열심히 벌어 집 한 채 가지자고 마음먹었던 가정은 사실상 그런 최소한의 미래 계획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한 시대의 위기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비바람이라면 다른 어느 가정, 어느 집단, 어느 계층에는 유달리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것이다.
--- p.209

삶이 적당한 구속으로 채워져 있을 때는 그 구속의 틈새를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필사적이 되기도 한다. 나같은 경우는 로스쿨을 다닐 때 그런 상황이 절정을 이루었다. (…) 사람들이 하나같이 로스쿨 다니고 육아하면서 어떻게 책을 몇 권이나 썼는지 물어보곤 했는데, 그럴 때면 오히려 그런 상황이 더 집중적으로 시간을 쓰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학비를 벌어야 했고 글쓰기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 와중에 낼 수 있었던 하루의 극히 적은 시간을 온전히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에만 쓸 수 있었다.
--- pp.230~231

요즘 유행하는 “‘쎄함’은 과학이다” 같은 말이라든지, 타인에 대한 즉각적인 호감과 비호감을 나누는 경향, ‘시발비용(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나 ‘가심비’, ‘시심비’처럼 자기 느낌에 주목하는 소비 생활, 내면에서 자기 마음에 가장 맞는 꿈을 찾으라는 명령 등은 모두 개인의 느낌에 매우 대단한 것을 부여하고 있다. 또 내가 아는 한,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은 ‘사람을 잘 본다’고 하는데 이 또한 시대적으로 사람들이 점점 더 자기의 느낌, 직감, 직관 같은 것을 신뢰하도록 부추겨지고 있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pp.271~27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불신의 시대, 타인에게 말 걸기

이 책의 1부 ‘관계: 불신의 시대에 타인을 초대하기’에서는 혐오와 반목이 만연한 사회의 단면들을 살펴보고 그 가운데서도 타인과 의미 있게 소통하며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는 출구는 없는지 모색해본다. 예컨대 성격유형검사 MBTI의 식을 줄 모르는 유행을 두고, 그것이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쓰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타인을 ‘사랑하지 않기 위한 적극적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누군가를 깊이 알고 싶지 않을 때 우리는 그를 특정한 틀 안에 규정해, 더 이상 섬세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 존재로 고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MBTI의 과학적 근거를 떠나 그 ‘열풍’의 한복판에서 그것의 이면을 살피는 저자의 통찰은 청년층 사이의 유행어인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을 짚어볼 때도 드러난다. 이 말은 보통 ‘나는 그저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이니 당신이 반박해도 그 말에 재반박할 의사가 없다’는 태도로 해석되는데 언뜻 봐서는 논쟁이나 토론을 회피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 담긴 진짜 뉘앙스는 보다 복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내 말이 논리적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내 말을 한번 들어달라’는 호소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청년 세대는 서로의 ‘다름’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는 동시에 자신의 의견이 부정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타인을 비난하는 방식 중에 ‘그것은 당신의 선택’이라는 기준이 절대적이 되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내가 당신에게 공감할 필요가 없고, 당신을 연민할 이유가 없고, 당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나아가 당신을 혐오하거나 비난해도 되는 이유는 그 모든 게 당신의 ‘선택’이기 때문이라는”(44쪽) 식의 사고방식이다. 사실 한 인간이 인생에서 무언가를 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우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몇 년 전부터 관심사로 떠오른 ‘문해력 위기’에 대한 시선도 흥미롭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단순히 학교 교육 문제나 독서 부족 등을 떠나, 온라인 세계에 폭넓게 퍼진 이분법적 대립 구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청소년의 대부분이 이용하는 유튜브만 하더라도 유튜버들 간의 저격 영상 등이 매우 폭넓게 퍼져 있다. 이러한 저격 영상들이 하는 일은 대개 아군과 적군을 나누어, 상대편을 일반화하고 프레임화하면서 악마로 규정하는 작업이다. 언뜻 보면 통찰력을 발휘하여 공격할 대상의 의도를 파악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이런 일의 핵심은 오히려 상대방의 의도를 ‘곡해’하는 데 있다. (…) 다시 말해 이런 ‘지적 활동’의 핵심은 상대방의 의도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아니다.”_53~54쪽

타인을 대하는 방식의 왜곡,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의 미숙함을 그러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본인 일상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소중한 순간들에 빗대어 독자들에게도 저마다 각자의 출구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타인의 관심사와 무관하게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아재 같음’과 싸우는 방식, 육아를 하며 아이를 통해 배우는 믿음의 기술, 힘들었던 수험생 시절에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의 소중함 등에 ‘불신의 시대에 타인을 초대하는 법’이 녹아 있다.

지도 없는 시대를 건널 때 생각해볼 것들

2부 ‘지도 없는 시대: 삶의 구경꾼이 되지 않는 법’에서는 개인이 기댈 수 있는 공동체가 와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단주의 문화가 개인을 압박하는 현실, 청년들을 자신의 삶에 초대하는 데 실패한 기성세대, 무한경쟁과 각자도생, ‘기승전돈’으로 흐르는 소비문화, 상대적 박탈감으로 모래지옥이 되어가는 사회 분위기 등을 보다 날카롭게 분석한다. 특히 현재 한국 사회를 ‘구경꾼의 시대’라는 관점으로 조망한 점이 흥미롭다. 지극히 개인주의화되고 각자도생이 진리가 된 세상에서 세대·성별·계층·직업·정치적 세력 간 집단 갈등은 점점 더 예민하고 심각해지는 현상, 즉 집단은 약해지는데 집단 갈등은 심화하는 역설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실제로 집단 갈등을 부추기는 이들은 ‘구성원’보다는 ‘구경꾼’들이라고 지적한다. “실체가 있는 집단과 집단이 싸우고 있다기보다는 구경꾼들이 특정 집단을 규정하는 작업을 통해 집단 갈등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가령 한 아이의 엄마가 지하철에서 문제 되는 행위를 했을 때, 구경꾼들은 그에 대해 ‘맘충’이라는 집단적 규정을 놀이처럼 확산시킨다. 특정 사건은 한 특정 인물이 만들어낸 일이 아니라 아이 엄마라는 집단 자체의 속성으로 규정된다. (...) 이렇게 생겨난 양 진영은 언뜻 치열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있는 것은 구경꾼들의 ‘규정화 놀이’에 가깝다. 이 구경꾼들은 여기에서 저기로 얼마든지 옮겨 다닐 수 있고, 흥미가 떨어지면 그런 놀이에서 빠져나오면 그만이다. 그들은 어딘가에 소속된 집단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 특정 집단을 지목하고 만들어서 놀이를 즐기는 개인화된 유령에 가깝다.”_150~151쪽

저자가 몇 해 전 칼럼에서 처음 사용했던 용어인 ‘시심비’에 대한 이야기도 여전히 유효하게 논의된다. 시심비란 무엇이든 짧은 시간 안에 얻을 수 있는 만족이 중시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유튜브 영상 재생 시간이나 드라마 시리즈 등이 갈수록 짧아지는 것, 인스타그램 등 이미지 중심의 시간절약적 SNS 문화, 책이 얇아지고 글자 수가 적어지는 추세 등이 시심비 중심 콘텐츠의 유행을 반영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청년 세대에게 시심비가 꾸준히 중요해진다는 것, 즉 ‘시간’이 없다는 것은 ‘정신적인 시간’이 없다는 의미를 포함한다는 것에 주목한다. 물리적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게 습관화되면 여유로운 시간이 우연히 주어지더라도 그 시간을 ‘긴 시간’으로 누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 여유가 없는 삶 자체가 우리의 정신 구조를 바꾸고 결국 인생 전체를 지배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그 근원에는 어릴 적부터 시달려왔던 무한 경쟁, 인생의 모든 걸 스펙으로 평가받는 문화, 촉각을 다투며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렇게 청년 세대가 온통 빼앗긴 시간은 누구의 것이 되어 있는가? 누가 시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가? 누가 시간 부자로 살고 있는가? 모르면 몰라도, 그들은 생존을 건 경쟁에 시간을 갖다 바치지 않아도 되는 어떤 계층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 시간은 노동이고 곧 자본이다. 그러므로 이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의 핵심에 ‘시간’이 있음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시간 불평등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_136쪽

모든 시대에는 저마다의 절망이 있지만

3부 ‘돌파와 회복: 저질러놓은 세상을 건너며’에는 얼핏 답이 없어 보이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의지와 태도가, 1·2부에서 견지하는 비평적 시선에 더해 작가 개인의 이야기 곳곳에 더 깊이 녹아 있다. 먼저 ‘팬데믹’이 휩쓸고 간 이후 사회의 어떤 취약한 면이 드러났는지, 또는 일상의 회복이라는 미명하에 감춰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고립과 해체의 시간,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겪어야 했던 결핍과 슬픔에 관해 차근차근 짚어본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아이들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한국 사회를 일컬어 대한민국 자체가 거대한 ‘노키즈존’이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체 인생 중 아주 일부에라도 자신의 이익이나 행복이 아닌 다른 의미를 둘 여지가 있다면, 그 여지를 미래의 아이들에게 열어주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후 세대의 희생에 발 딛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적 위기, 부동산 버블 현상, 양극화, 국가 부채 증가, 각종 연금이나 기금의 고갈, 차별과 혐오의 문화 같은 것들은 모두 후대에 미뤄둔 폭탄과 같다.”_218쪽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했듯 “어쩌면 절망의 시대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고, 미쳐버린 세상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는” 시대를 산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모든 시대에는 저마다의 절망이 있”다. 결국 그는 누구나 그런 시대나 사회를 자기만의 인생이라는 배를 타고 통과해야 한다며, 자신이 특히 서른 넘어 처음으로 법학이라는 영역에 도전하면서 이러한 ‘삶의 구명조끼’와 같은 것들에 대해 절실히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학비를 벌면서 공부해야 했던 건 차라리 부차적인 문제였고, 로스쿨 첫 학년에 아이가 태어나 새벽 내내 법전을 넘기며 아이가 깰 때마다 분유를 먹이는 일상이 시작됐다. 설상가상 아내가 타 지역으로 복직하면서 그는 아이와 둘이 잠드는 밤마다 중압감과 초조감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한 시절을 보내며 자신을 버티게 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 살아낸다는 것의 절실함에 대해, 그 가운데 손을 잡고 나아가는 사람들의 힘에 관해 하루도 빠짐없이 글로 적어냈다.

“삶에서 사실상 거의 첫 직장 생활이라고 할 법한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역시 그냥 매일같이 사람들 쫓아다니며 물어보고 수십 번씩 지적받고 그래도 또 뛰어다니다 보니 부지런히 배우고 적응하게 되었다. 사람은 항상 무엇이든 하기 전에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어떤 일에 대한 편견, 선입관, 두려움 같은 것에 휘어잡힌 채로 한 걸음을 떼지 못할 때가 참 많다. 그러나 막상 들어서면,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하게 되는데 지나고 나면 그 시절의 두려움이라는 게 다 무엇이었나 싶기도 하다.”_235쪽

좌절과 냉소의 세상에, 특히 ‘청춘’의 좌절과 냉소가 당연해진 시대에, 젊은 작가이자 아빠이자 이제 막 법조인의 길에 새롭게 들어선 그가 날카롭고 차분하게, 삶에 대한 긍정과 믿음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풀어내는 글들은 오랜 경구,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던 시인의 말을 혐오와 분열의 시대에 새로이 불러낼 것이다.

회원리뷰 (17건) 리뷰 총점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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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내가 잘못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컬**드 | 2022.10.09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돈 앞에서 인간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다. / p.191   가벼운 일은 그냥 화를 내면서 넘어갈 것이겠지만, 뜻대로 상황이 굴러가지 않을 때 인생에 대한 깊은 불신을 느낀다. 과연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뭔가 실패한 느낌이 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고 넘어가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기는 했었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
리뷰제목

 

돈 앞에서 인간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다. / p.191

 

가벼운 일은 그냥 화를 내면서 넘어갈 것이겠지만, 뜻대로 상황이 굴러가지 않을 때 인생에 대한 깊은 불신을 느낀다. 과연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뭔가 실패한 느낌이 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고 넘어가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기는 했었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이 책은 정지우 작가님의 인문 서적이다. 올해 초에 글쓰는 삶에 대한 에세이를 읽었다. 가지고 있던 고민과 걱정, 불안을 그대로 적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때부터 정지우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이후부터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좋은 기회에 출판사의 이벤트로 서적을 받게 되었다. 

 

제목부터가 인상적이었다.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중심을 잡기 위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사람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또한, 다른 사람을 보면서 질투심을 느끼지는 않지만 스스로의 자책감을 심하게 가지는 편이다. 어쩌면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답과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잡아 줄 것 같았다.

 

크게 세 가지의 목차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장은 사람과의 관계, 두 번째 장은 세대나 시대의 현상, 세 번째 장은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장과 세 번째 장은 연결해서 보이기도 했다. 기대한 측면은 첫 장의 내용들이었지만 묘하게 두 번째 장과 세 번째 장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첫 번째 장에서 지렁이가 비를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살기 위해 비가 오는 날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통해 다가오는 사람이 무조건적으로 이기심과 자신의 이득을 위해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요즈음 인기 있는 MBTI가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는 수단으로 사용됨과 동시에 상대방을 규정하는 수단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두 번째 장에서는 집단주의의 압박이라는 파트와 개인을 옹호한 대법원 판결이었다. 집단주의 압박은 주인이 아는 척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간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집단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개인의 문제로서 자살, 우울 등을 이야기했다. 이와 연결지어서 개인을 옹호한 대법원 판결은 군대 내 동성 간 성관계를 대법원이 판결하면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해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무래도 군대 자체가 집단주의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집단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도 개인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보기에 저자의 생각에 큰 공감을 하게 되었던 파트이다.

 

세 번째 파트는 공감보다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었다는 의미로 인상적이었다. 특히, 태권도장이 문을 닫으면 경력단절여성이 늘어난다는 파트가 머리에 강하게 남았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실내에서 단체 운동을 하는 곳들이 휴업을 하거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아이들이 학원이나 태권도장을 가지 못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양육자인 어머니가 직장을 그만 두고 육아를 하면서 경력이 단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충격이었다. 그러고 보니 맞벌이 가정인 동생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다면 학원을 돌려야 한다는 고민을 터놓았던 일이 떠올랐다.

 

한번에 훅 읽는 것보다는 바깥에 나갈 때 들고 다니는 책의 용도로 느리게 읽었던 책이다. 그러나 이렇게 완독을 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어지럽다. 온전히 저자의 이야기를 이해했는지 의문도 든다. 너무나 일상에서 느끼고 있던 내용과 단순한 문체이기는 하지만 읽으면서 내내 곱씹는 내용들이 많았기에 안 그래도 느린 속도에 더욱 제어가 걸렸다. 아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에 재독이 필요할 듯하다. 공감과 별개로 조금 더 깊이 생각을 해 보고 싶다.

 

전에 읽었던 글쓰기 에세이가 작가의 개인적인 삶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주었다면 이번에 읽은 책은 세상에 대한 시각과 방향성을 주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었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도 그랬던 것처럼 정지우 작가님의 책은 믿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세상을 잘못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 중심을 잡는 고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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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f*****s | 2022.07.2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언제부터 우리가 방구석 심사위원 일에 몰두했던가, 누군가의 반짝이는 순간을 아름답게 보기보다 저격할 거리는 없는지 뒷조사를 하는 탐정놀이를 즐기게 됐던가, 보여주기식 sns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내가 깔고 앉은 불행의 삶과 내가 선망하고 질투하는 완벽하 삶 사이의 괴리에서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끄집어내리고 있나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가 어딘가 삐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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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우리가 방구석 심사위원 일에 몰두했던가, 누군가의 반짝이는 순간을 아름답게 보기보다 저격할 거리는 없는지 뒷조사를 하는 탐정놀이를 즐기게 됐던가, 보여주기식 sns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내가 깔고 앉은 불행의 삶과 내가 선망하고 질투하는 완벽하 삶 사이의 괴리에서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끄집어내리고 있나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가 어딘가 삐그덕대며 잘못 돌아가고 있단 생각은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일련의 이슈들과 사건, 사회 현상을 바로 보게 되었고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구나 싶었다. 
아, 여기가 지옥인가? 자처해서 지옥행 특급열차를 탄 건가?
최근 문화가 부러움과 질투라는 감정에 지배당하면서, 그리고 유튜브나 sns를 통해 그런 순환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그 안에서 누구도 온전히 나 자신을 지키기 어려워진 현실이 소름돋기도. 

 정지우 님의 전작인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도 기억 속에 꽤 강렬하게 남아있는데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는 좀더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읽으면서 갑갑했고 참담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희망은 존재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아, 난 모르겠다. 
세상이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_
타인은 지옥이라는 말이 현실감있게 와닿는다. 

 "요즘에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어떤 경쟁의 세계에서 무한하게 경력을 쌓아가면서, 끝이 없을 정도로 높은 정상에 올라서길 바라면서, 그렇게 현재에 계속 무언가를 더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대신 그러한 마음들을 손에 움켜쥐고 말뚝을 박듯이 지금 땅 아래 박아서, 현재에 나를 끌어내리는 일을 계속 잘할 수 있게 된다면 삶의 다른 문이 열리는 건 아닐까? 나도 무언가 더 대단한 것을 바라기보다는 그저 지금 여기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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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배반당하는 시간을 살아가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따***이 | 2022.07.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등 한국 사회에 대한 비평적 시각을 제시해온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신작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는 '비난이 일상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훌륭한 지침서다.   *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요즘 청년 세대가 자신의 생각을 길게 풀어 쓴 마지막에,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이라는 문구를 추가하곤 한다. 이 문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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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등 한국 사회에 대한 비평적 시각을 제시해온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신작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는 '비난이 일상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훌륭한 지침서다.

 

*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요즘 청년 세대가 자신의 생각을 길게 풀어 쓴 마지막에,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이라는 문구를 추가하곤 한다. 이 문구의 뜻은 '나는 내 생각을 적었지만 당신이 반박할 경우 당신 말이 맞는다고 인정하겠다. 그러니까 이건 내 생각일 뿐이고, 나는 당신 말에 재반박할 의사가 없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언뜻 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할 뿐 상대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문구에 담겨 있는 진짜 뉘앙스는 그보다 복잡할 수 있다. '내 말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 당신이 반박한다면 당신이 더 논리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냥 내 생각은 이렇다는 걸 들어달라'라는 호소의 뉘앙스가 더 강한 것처럼 보인다. 청년 세대가 생각하는 최악의 태도는 내 말만 맞고 네 말은 틀렸다는 사고방식이다.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은 내 생각과 네 생각은 둘 중 어느 한쪽만이 옳기보다는 서로 다를 뿐이고, 굳이 그것 때문에 말다툼할 필요도 없다는 '상대주의적' 선언인 셈이다.

 

--- 세대갈등, 이념갈등, 젠더갈등, 양극화 문제 등 서로 다른 입장만 내세우면서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는 우리 현실 속에서 청년 세대의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은 절묘한 문제 해결의 방식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냉소적인 느낌이 들어서, 진지한 대화는 어려울 것 같다.

 

* 작가에서 변호사로

작가 생활이라는 건 너무나 불안했다. 내게도 우연이 아닌 현실에 맞게 발 딛게 할 직장이나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그 무렵 이미 대여섯 권의 인문학 책이라는 걸 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이라는 게 아주 현실적이거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될 수 없다고 많이 느꼈다. 타자의 고통이나 옳음에 대해서 떠들기만 할 게 아니라 현실을 조금은 바로잡고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했다.

 

수험 생활이 끝난 마지막 날, 책들을 쌓아보았는데 천장까지 닿았다. 그래도 한 시절을 보내면서 무언가를 깨닫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사랑의 가치를, 살아낸다는 것의 절실함을, 그 가운데 손을 잡고 나아가는 사람의 일에 관해 무언가 아주 깊은 것을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책을 천장까지 쌓을 정도의 노력과 절실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누군가가 잘못 산다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 선례 없는 사회

근래 우리 사회에서 하나 확실한 것은,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를 자신들의 삶에 초대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청년 세대가 기성세대의 삶으로 진입하길 가장 꺼리는 사회다. 반면교사는 너무 많았다. 그러나 내가 도달할 수 있고 실현할 수 있는 삶 중에 닮고 싶은 삶은 너무 없었다.

 

--- 한국사회의 특징이 어른이 실종된 사회가 아닐까. 어른을 찾아보기도 힘들고 아무도 어른 대접을 해주려고 하지 않는 천박한 사회는 어디로 가는 걸까.

 

* 빼앗긴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과거에는 인생을 긴 마라톤으로 보는 비유가 유행하곤 했지만, 요즘 시대 또는 세대의 삶이란 끝없는 단거리 달리기의 연속에 가깝다. 100미터 달리고 나면 또 100미터, 곧바로 또 100미터를 달려야 한다. 그 사이 쉬는 시간이라는 게 있긴 하겠으나 잠깐 숨 돌릴 시간 정도이다.

 

--- 무엇을 위해서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일단 나 자신부터 마라톤이 아니라 쉴 틈 없는 달리기를 하고 있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런데도 무작정 달린다.

 

* 배반당한 시절을 통과할 때

인생에서 나의 믿음과 현실이 불일치하는 일은 수시로 일어난다. 원하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 간절히 붙잡고 싶은 연인이 떠나가는 일, 사업이 잘되지 않거나 시험에서 떨어지는 일들이 인생에 상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믿음이 배반당하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지에 대한 기술을 익혀야만 한다.

 

--- 다들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IMF로 삶의 기반이 무너져 내린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숨좀 쉬겠다 싶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인류가 입에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했다. 앞으로 또 어떤 배반의 시절이 다가올지 예측할 수도 없다.

다들 '믿음이 배반당하는 시간'을 어떤 기술로 살아가야 할까?

 

#내가잘못산다고말하는세상에게 #정지우 #한겨레출판 #허니포터4기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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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기우려야할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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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2 |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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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기준을 갖고 시대에 휩쓸리지 않는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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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드 |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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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챕터로 구성되어있어 빠르게 읽을 수 있었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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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u********r | 202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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