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마즈의 5원칙 중 무엇보다 ‘상호성(Mutuality)’이란 가치를 좋아한다. 상호성은 2대 오너였던 포레스트 마즈가 공표한 가치로 ‘공유된 이익만이 지속가능하다’는 신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사업과 연관된 모든 존재(구성원, 협력 업체, 거래처, 지역 사회, 고객, 환경 등)와 ‘윈윈’ 하겠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 피해 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며, 다른 사람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서까지 돈을 벌지 않겠다는 말이다. _p.9
경험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의견도 낼 수 있고요. 실무자가 놓친 포인트를 윗분들이 보완해줄 수도 있어요. 단, 전제가 있습니다. ‘소통은 양방향이어야 한다는 것.’ 직급을 떠나서 상대방 의견에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의견이 오가야 한다는 거죠. 반박할 수 없는 의견은, 실상은 지시입니다. 문제는 언제나 소통이 한 방향이라는 데 있던 거죠. “진짜 소통을 하면 되잖아”라고 쉽게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부분까지 윗분들 말 한마디면 일사천리로 결정되는 상황에서, 누가 자유로운 소통을 기대할까요. 평소에는 안 되던 소통이, 회의실에서만 가능할 리는 없잖아요. _p46
업무로 장거리 비행을 하면 피곤한 건 누구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니까 사원부터 대표까지, 4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이면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 겁니다. 사실 이런 표면으로 드러난 혜택에 과도한 관심이 쏠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저희가 실행하고 있는 정책들을 마치 선과 악의 잣대로 판단하려는 분들도 계시고요. 전 그런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실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모든 회사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회사마다 처한 상황도 다르고 또 선택할 수 있는 정책도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저는 특정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마즈가 왜 그런제도들을 선택하고 있는지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선택하고 있는 많은 제도 이면에는 ‘어소시에이트 개개인이, 경험이나 지식에 따라 하는 일은 다르지만, 모두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거든요._p51
그렇게 수십 번 고민하고 망설인 끝에 어렵사리 직속 상사이자 한국 마즈의 대표인 조셉에게 재택근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오전에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오후에는 재택근무를 해야겠어요. 아이도 일도 포기할 수 없어 내린 결정입니다. 이해해주실 수 있나요”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말을 꺼내기까지 고민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아무 말도 못 잇는 제게 그가 물었습니다. “집에서 일하는데 뭐가 필요할까요? 집에 팩스 있나요? 화상회의 장비는요? 반드시 사무실에 있어야만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_p85
많은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돈에 있습니다. 대부분이 주식회사가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존재할 때가 많죠. 그런데 ‘기업의 목적은 돈’이라는 공식을 만드는 순간 구성원들의 존재 이유 역시 돈이 되고 맙니다. 물론 돈도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지요. 결코 생존을 위한 노동의 숭고함을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일하는 목적이 오로지 돈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돈이 유일한 목적이 되면 신념에 어긋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도 쉽게 해버립니다.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삶이 되어버리는 거죠. _p93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노력, 그리고 약간의 금전적 손해를 보더라도 기업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 구성원들을 이중 잣대로 판단하지 않는 모습, 그것이 구성원들의 내적 동기를 유발하고 기업을 바로 서게 하는 힘이라는 것 말입니다. 앞에선 바른 가치대로 행동할 것을 요청하고 실제 업무에선 불합리하고 무리한 지시를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 이건 아닌데. 그런데 뭐 어쩌겠어.” 이렇게 느끼고 행동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을까요. _p118
회사에는 자율출퇴근제도 있고, 휴가 제도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들이 필요한 상황에서 상사에게 사정을 말하고 양해를 구했을 때, 반응이 부정적이라면 어떨까요? 한 번은 이야기해 보겠지만, 다음엔 아예 말을 안 꺼내고 말겠지요. 그런 제도가 없었으면 애초에 단념했을 텐데, 허울뿐인 제도만 있다는 데 더 불만이 생기겠죠. 결국 제도가 아닌, 생각의 문제입니다. 열쇠는 경영자가 쥐고 있는 겁니다. 조직을 바꾸려면 리더가 바뀌어야 합니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_p139
그런데 잘 생각해 보세요. 그런 사람은 20%도 안 됩니다. 많아야 10% 정도죠. 그렇게 생각하면, 대부분의 회사가 20%밖에 안 되는 직원들 바로잡겠다고 많은 에너지를 허비하는 거예요. 회사의 노력이 잘못된 곳에 집중돼 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관리의 프레임에만 빠져서, 정작 중요한 80%
를 놓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거죠. 공연히 일 잘하는 80%까지 괴롭게 만들면서 그들의 사기를 꺾어놓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거예요. 전 생각을 바꿔 잘하는 80%에 집중하자는 겁니다. _p201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