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나도 처음에는 영대가 바보인 줄 알았어요. 아이들이 다 '굼뱅이 바보!'. '엄마 없는 바보!'라고 놀렸거든요. 우리 엄마는 영대 얘기를 들으시곤 가슴 아파했어요. 영대 어머니가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슬퍼하고 계시겠냐며 눈물을 글썽였어요. 나는 생각했어요. 만약에 우리 엄마도 영대 어머니처럼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영대처럼 되었을 거예요. 아니, 엄마를 따라 죽어 버렸을 거예요. 나는 영대를 도와 주고 싶었어요. 나도 한번 '굼벵아, 저리 가!'하고 소리 질렀는데 그걸 사과하고 싶었어요.
--- p.19
이제 영대를 괴롭힌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할 수 없어요.영대는 우리 반에서 제일 소중한 아이가 되었어요.나에게도 그래요.영대는 지금 내 짝꿍이에요.
--- p.47 마지막
영대는 엄마가 갑자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 거의 말을 안 하고 지냈대요. 그래서 지금은 할 수 있는 말이 몇 안 된대요. 그리고 옷차림도...... 생각해 보면 불쌍한 아이였지만 우리는 모두 영대를 따돌렸어요.
--- p.9
내가 얼른 가서 영대 다른 쪽 옷에 내가 산 기념 배지를 꽂아 주었어요. 내 것이 더 예뻤거든요. 그랬더니 다른 애들도 제각각 자기 것을 가져 왔어요. 그러고는 한 명씩 그 애에게 기념 배지를 꽂아 주는 거예요. 배지를 사지 않은 아이는 호주머니에 사탕을 넣어 주기도 했고 그저 악수를 청하고는 돌아서는 아이도 있었어요.
--- p.42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으앙!' 하고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영대가 울음을 터뜨린 거예요. 아이들은 깜짝 놀랐어요. 영대가 울 수 있다는 걸 몰랐거든요. 영대는 한 번도 운 적이 없었어요. 울고 있는 영대의 모습은 어두운 방 한 구석에 떠올랐어요. 모두들 영대를 볼 수 있었어요. 양 무릎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어깨를 출렁이며 울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