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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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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 창비 | 2016년 05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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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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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84g | 145*210*20mm
ISBN13 9788936437381
ISBN10 8936437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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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스러지고 몸은 늙어간다. 다시 술을 마신다. 기억은 믿을 수 없고 몸이 아프다. 죽음의 그림자가 사방에서 어른거린다. 어둡고 불길하며, 때론 눈물이 난다. 그녀는 마른 팔이 부러져라, 온 힘을 다해 활시위를 당긴다. 아득히 먼 과거에서 지금 여기를 향해. 스러져가는 한 세대의 진혼곡은 그렇게 우리 가슴에 화살처럼 날아와 박힌다. 이토록 생생한 아픔이라니! 이토록 지독한 순수라니!
그녀의 소설을 읽는 것은 한국문학의 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화살촉처럼 선연한 언어들은 여전히 푸르게 살아 있고 그녀는 아무도 가닿은 적 없는 기억의 심연으로 우리를 잡아 이끈다. 그 경이로운 소명의식이 피 흘리는 예수처럼 숭고하다. 그래서 오래오래 그 목소리가 듣고 싶다. 아득한 기억의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잊지 마라. 제발 잊지 마라!

천명관 (소설가)
주류(酒類)문학의 위엄을 보라,고 어느새 속으로 외치고 있다. 술을 적대해온 나는 『안녕 주정뱅이』를 읽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때로 커피잔에 소주를 부어 마셔도 좋은, 아니 마셔야 하는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다. 취한 감각에 기록되는 다른 질감의 세계, 삶과 인간을 재는 다른 방식의 산술, 기만과 연민의 경계를 지워가며 구축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서늘하게 포착하며 권여선의 화자는 결코 독자의 짐작을 놓치는 법이 없다. 주정뱅이들의 세계에서 그 맨정신은 한층 뚜렷하고, 일그러짐으로써 더 선명해진 그 풍경이 권여선만의 고유함이다. 그녀의 소설이 어떤 근본적인 사람됨과 세상됨의 배치를 보여준다면 그 배치는 뼈처럼 단단한 것이 아니라 장기(臟器)처럼 뭉클하게 잡히는 어떤 것이다. 알코올중독이 그렇듯이 좋은 소설이 만들어내는 “모든 신체적 감정적 반응들이 거짓”이라 해도 이 거짓보다 나은 진실의 존재형태가 있을까. 술 마시는 자들을 이야기하는 권여선의 소설, 이 두겹의 거짓이 전달하는 위태하고도 매혹적인 서사, 그리고 한층 깊어진 이해와 연민에 나는 그만 설득되고 만다.

황정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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