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 피가 문 밑으로 흘러 나와 거실을 가로질러 거리로 나왔고, 울퉁불퉁한 테라스를 향해 곧장 가더니 다시 난간을 타고 내려와 층계로 올라가 터키인의 거리를 따라 갔고, 길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다른 길모퉁이에서는 왼쪽으로 돌았고, 부엔디아 가족의 집 앞에서 직각으로 돌아 닫힌 문 아래로 통과하여 카펫을 적시지 않기 위해 벽 쪽으로 달라붙어 응접실을 가로지르고는 다른 거실로 향했고, 커다란 원을 그리며 식탁을 피했으며, 베고니아 화분들이 놓인 복도로 나아가서 아우렐리아노 호세에게 산수를 가르쳐 주던 아마란타의 의자 아래로 눈에 띄지 않게 지났고, 그런 상태로 곡간으로 들어가더니 우르술라가 빵을 만들려고 36개의 계란을 깨려고 하던 부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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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새로운 무기가 지닌 전술적가능성이 무엇인가를 측정하면서 오랜 시간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지낸 결과 마침내 어찌나 명쾌한지 가르치기에도 쉽고, 읽으면 머리에 쏙쏙 들어올 수 있는 설명서 하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는 그 설명서를 자신의 실험에 관한 여러 증빙 자료들을 여러 장의 도해들과 함께 어늘 심부름꾼에게 맡겨 당국으로 보냈는데, 그 심부름꾼은 우편물을 실어 날으는 노새들이 다니는 큰길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산을 넘고, 헤어나기 힘든 늪에서 길을 잃고, 거센 강을 건넜고, 맹수들의 발길질과 정망과 역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지경에 처하기도 했었다.
그 당시 수도로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는 군 당국자들앞에서 자신의 발명품에 대한 시범을 보이고, 태양 전쟁과 관련된 복잡한 기술들을 몸소 교육시킬 목적으로 정부에서 연락이 오자마자 곧장 수도로 가리라 작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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