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지. 다이아몬드 같은 여자와 진주 같은 여자. 밖으로 광채를 뿜어내는 타입의 여자와 광채를 안으로 품는 타입의 여자. 행복을 손에 쥐는 것은 누구한테나 금방 눈에 띄는 화려한 다이아몬드 같은 여자지. 좋은 진주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남자는 매우 드물거든.”
--- pp.57-58
이제 아이를 낳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결혼도 영영 못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남자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고생하는 일 없이 약간의 사치를 즐기면서 자기 자신의 힘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일뿐일까?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삶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 p.76
“기쁜 일도 있었고 어려운 일도 겪으면서 손은 남자 손처럼 투박해지고 향수 냄새가 아닌 잉크 냄새가 나는 여자가 되어버렸어. 그렇지만 난 내 삶의 방식을 아주 좋아해. 만약 하느님이 다시 한 번 인생을 선택하게 해준다고 해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 같아. 혼자서 잠 못 드는 밤, 마감에 쫓겨 도망가고 싶은 날에는 괴로워 죽겠다가도, 만족스러운 판화 한 장이 찍혀 나오는 순간, 모든 괴로움이 다 사라져버려.”
--- p.84
“그렇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제일 잘 이해해주기 때문이라거나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 아니야. 잘 모르겠지만 함께 삶을 나누고 싶다, 그 사람의 일부가 되고 싶다, 그런 마음 때문이 아니겠어?”
--- p.130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아줘. 언제까지나 나를 기억해줘. 모토키, 정말 사랑해.” 주름 하나 없이 눈부시게 빛나는 젊은 남자의 목에 뺨을 댔다.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 사요코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은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갑자기 모토키가 화난 얼굴로 몸을 일으켜 사요코의 두 손을 잡고 소파 위로 쓰러뜨렸다. “잊지 말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사이는 이제 막 시작되었는데.”
---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