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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 세계의 여성 17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삶을 이야기하다

리뷰 총점8.7 리뷰 11건 | 판매지수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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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394g | 125*200*22mm
ISBN13 9791157062652
ISBN10 115706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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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전쟁에 관한 여성 17명의 목소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은 수많은 사람의 일상을 파괴했다. 난민이 된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전장에서 저격수로 활동하는 전직 기자,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반전 시위자 등 여성 17명은 침묵을 거부하고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증언한다. - 손민규 사회정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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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2일 동안 어머니 쪽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고, 할아버지는 어딘가로 끌려가셨다고만 들었어요. 지금은 돌아오실지 어떠실지 모르는 상태예요. 지금 마리우폴 사람들에게는 음식도, 물도, 빛도, 통신 수단도 없어요. 아버지 쪽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마리우폴로부터 조금 떨어진 지역에 살고 계신데, 그곳은 이미 러시아에게 점령당한 지역이에요.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전화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사흘에 한 번씩 어떻게든 소식을 전해주시고 있어요.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금 살아남기 위해서 싸우고 있지만, 어쩌면 나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살아남으려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우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려요. 눈물이 나기 시작하면 한동안 멈추질 않아요.
--- p.27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면 다른 사람들은 다 착한데 실업 수당 지급 담당자만 착하지 않잖아요. 나도 딱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영국 사람들은 다 착한데, 직업 센터 직원만 착하지 않은 것 같았어요. 센터 직원은 나를 정부 보조금을 받으러 온 난민으로 취급했어요. 그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농장에 가서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요.
--- p.67

나는 동정이나 도움만 바라는 난민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이곳에서 나는 한 개인이기도 하고 그 이상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우크라이나 난민 전체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내가 얼마나 꿈을 갖고 열심히 사는지 보여주고 싶다. 무례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내 미래를 걱정해본 적이 없었다. 그곳에서 내일은 걱정이 아니고 꿈이 있는 미래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다르다. 지금 내 수준에서 얻을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는 가사 도우미 정도다. 우크라이나에서 꿈꾸던 미래와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아 슬퍼지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몇 번이나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과연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 pp.99~100

노르웨이 직원이 답을 하려는 순간에 프랑스 직원이 끼어들었다. “나는 여기에 러시아인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알았다면 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침략자와 함께 회의를 할 수 없으며 침략자와 함께 자리하고 싶지 않다. 러시아 직원이 참여하는 한 절대로 회의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 직원은 온라인 회의 공간을 나갔다. 나는 당황했다.
--- p.181

스테파니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스테파니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이자 경력이 길지 않은 화가였을 뿐, 큐레이터도 아니었고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방법도 몰랐다. 하지만 예술가 친구가 유명 예술가들을 소개해주었고, 그 유명 예술가들이 또 다른 예술가들을 참여시켰다. 아티스트가 어시스트였다. 짧은 시간 안에 예술가 76명이 84점의 작품을 기부했다.
--- p.195

러시아의 많은 예술가가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러시아를 떠난다. 그들은 단지 몇 개월 동안만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들고 떠나는데, 그 기한이 지나면 난민과 다를 바 없게 된다. 나는 이제 여행으로도 러시아에 갈 수 없다. 이미 공개적으로 얼굴이 알려졌고, 계속 반정부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최소 3년 동안은 감옥에 있어야 한다.
--- p.227

미국의 외교관이며 역사학자였던 조지 케넌은 여성은 국제 관계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진지하게 말하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당연히 나는 케넌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울브라이트를 비롯한 뛰어난 여성 국무부 장관들이 있었고, 유럽의 리더와 외무부 장관 중에도 걸출한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국제 정치에서 여성 리더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는 국제 정치에서 큰 함의를 가질 거예요.
--- p.260

작품을 운반할 직원으로는 보리스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전쟁이 발발한 이후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남성은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쟁터에 가거나 전쟁터에 가지 않더라도 예비군으로 편성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보리스가 작품을 가지고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당국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했어요. 특별 허가를 받는 것이나 국경을 통과하는 것이나 돌봐야 할 가족을 두고 오는 것이나, 어느 것 하나 보리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보리스는 전시를 돕기로 했고, 작품을 들고 피난민들 사이에 껴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을 넘은 뒤 비행기를 타고 바젤에 도착했어요.
--- p.301

어느 예술가는 유물이나 미술품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각가는 도시 방어를 위해 철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있으며, 디지털 아티스트는 박물관 전시품을 온라인 자료로 구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일에 재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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