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거울을 볼수록 얼굴이 이상해 보이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쌍꺼풀 없는 눈초리는 예전보다 더 치켜 올라간 듯하고, 들창코는 한층 더 들려진 듯 보였다. 광대뼈와 돌출입은 유난히 촌스러워 보이고, 콧등도 예전보다 좀 꺼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마당에 윤호찬한테 ‘쫌 이상하다’는 말을 들은 거다. 윤호찬 곁에 있던 다른 녀석까지 덩달아 깝죽거렸다.
“강뮬란, 이참에 본판 교체해라. 다친 김에 손보는 거지 뭐.”
윤호찬이 손을 내저으며 호기롭게 대꾸했다.
“본판 교체한다고 다 근사해지는 줄 아냐? 본판 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귓불까지 뜨거워졌다. 예전 같으면 뭐라고 소리라도 쳤을 텐데, 입안에서만 뱅뱅 돌 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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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샤 그림은 창의적이고 독특하고 환상적이야. 강혜규 그림은? 혜규도 그림은 제법 그리지. 그렇지만 이 그림에선 독창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구나. 교탁에 놓인 꽃병 그림, 너무 흔하지 않나? 흔한 그림, 독창성 없는 그림은 죽은 그림이다. 예술도, 인생도, 독창성과 개성을 잃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 p.37
“들창코는 돼지코라고도 하는데 정면에서 볼 때 콧구멍이 보이고, 코끝과 입술이 이루는 각도가 110도 이상으로 들린 코를 뜻해요. 이상적인 각도는 90에서 100도인데 말이죠. 들창코야말로 이미지를 망치는 일등공신입니다. 그래서 콧날개 연골을 연장하면서 피부를 늘여줘야 하는데, 콧기둥을 절개해서 할 수도 있지만 콧구멍 안쪽만을 째서 수술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실장은 구구절절 설명했다. 개방법, 비개방법, 실리콘, 고어텍스, 귀연골, 콧속 물렁뼈, 자가 연골 이식 등…….
웬만한 성형수술법과 인공보형물 이름은 미리 익혀두었는데도 실장이 말하는 낱말과 문장은 낯설기만 했다. 또한 그 낱말과 문장들은 ‘네 코는 엄청나게 문제가 많다’라는 하나의 문장으로 이해되었다. 한숨만 나왔다. 두렵기도 했다. 예뻐지기 위해 이렇게 많은 수술을 해야 한다니.
--- p.73
나는 혼란스러웠다. 과연 노댕쌤 얼굴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성형수술 한 얼굴은 가짜인가 진짜인가. 어쨌거나 확실한 건 인주와 윤호찬 말대로 노댕쌤한테 배신감과 실망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성형수술은 미친 짓’이라 여기며 거부감을 가졌을 때, 나는 성형수술 한 얼굴은 무조건 성형 괴물, 인조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성형수술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부터는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지고 말았다. 부족한 내 외모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생각, 내 목표는 오로지 그것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노댕쌤이 성형수술을, 그것도 예전 얼굴과는 완전히 다르게 수술한 사실을 알게 된 지금, 내 생각은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 p.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