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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우정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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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500g | 140*210*30mm
ISBN13 9791158791919
ISBN10 115879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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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우정이라는 이름 뒤의 비밀과 거짓말] 한 출판사 편집자의 죽음, 동기를 가진 그의 동료와 친구들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사건이 점점 미궁에 빠지는 가운데 지금의 사건이 35년 전 여름 휴양지에서 벌어진 또 다른 사건과, 그들 친구들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데, 그들의 ‘영원한 우정’은 무엇을 감추고 있을까. -소설P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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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며칠 전부터, 친구인 하이케에게 연락했는데 전화도 받지 않고 이메일이나 문자에 답장도 보내지 않아요.” 에이전트는 걱정이 많아 보였다. “40년 친구인데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답니다. 실은 그 친구가 얼마 전에 직장을 잃었어요.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게 아닐까 걱정스러워서요.”
“무슨 뜻인가요?” 피아가 이마를 찡그리며 물었다. “혹시 자해했다고 짐작하시나요?”
“모르겠어요.”
--- p.46

“제 관점에서 좋은 책이란 잘 읽히고 잘 팔리는 책이에요. 비평가와 문예란 집필가들에게 극찬을 받은 후에 책장에서 먼지만 쌓이는 책이 아니라요. 출판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1천 종 가운데 영업연도 2017년에 2천 부 이상 팔린 게 어떤 책인가요? 큰아버지, 제목이 뭐지요? 몇 권인지 제가 말씀드릴게요. 백리스트 중에서 정확하게 여덟 종이에요. 그것도 학교에서 의무로 읽어야 할 책들!” (…) “이 건방진 코흘리개야, 네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내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때 너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
--- pp.82∼83

“내가 오래전부터 아는 에이전트가 빈터샤이트 출판사가 범죄소설을 쓰는 젊은 작가에게 적합한지 나에게 물었어요. 난 다른 출판사가 더 나을 거라고 대답했고요. 그게 다입니다.”
“그것 때문에 제가 몇 달 동안이나 공들인 일이 거의 망가질 뻔했다고요!” 율리아는 이렇게 비난했었다.
“그래도 뭐 일은 당신이 제대로 잘한 모양이더군요.” 하이케 베르시가 이렇게 말을 받고는 비웃듯 미소 지었다. “작가가 에이전트의 조언을 무시하고 결국 당신과 빈터샤이트를 선택했으니까요.”
“앞으로는 그런 일반적인 조언을 삼가주세요.” 율리아가 싸늘하게 대꾸했다. “범죄소설은 당신 분야가 아니에요. 어떤 에이전트가 그런 걸 다시 묻는다면 바로 저에게 안내해주시면 되겠네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문학계의 전설인 베르시 씨에게 그렇게 말할 용기가 어디서 생겼는지 율리아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효과가 있었다. (…)
“당신 말이 옳아요.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요. 믿을 수 있는 좋은 관계를 작가들과 유지하는 게 편집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겠군요.”
--- pp.97∼98

“처리하지 못하면 난 크리스토프와 정말 곤란한 상황이 되는데.” 피아는 보덴슈타인과 크뢰거가 엿듣지 못하게 몸을 돌렸다. “당신이 크리스토프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서 그러지 않아도 이미 화가 나 있단 말이야.”
“무슨 소리! 내가 도대체 그를 어떻게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는 거지?”
“당신 책에서 토막 난 시신을 본 동물원장이 구역질을 하잖아.” 피아가 말했다.
“그게 뭐? 내 기억이 옳다면 그건 사실이야.” 헤닝은 이 상황이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트리스탄 폰 부흐발트가 ‘땅딸막하고 불친절하고 다혈질인 남자’를 자기 동료가 왜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한다는 내용도 아주 별로야.” 피아가 원고를 그대로 인용했다. “그거 내가 바꿔달라고 부탁했잖아.”
“문학적 표현의 자유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 p.113

“흐음, 나라면 내가 몇 달 또는 몇 년이나 쓴 책을 누군가 돌아가는 카메라와 청중 앞에서 그런 형용사로 난도질하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면 끔찍한 모욕감을 느낄 거야.” 카이가 대답했다. “하지만 저는 베르시가 추천한 책보다 쓰레기통에 던진 책을 언제나 더 재미있게 읽었어요.” 카트린이 말했다. “잠깐만, 쓰레기통은 무슨 이야기지?” 스마트폰을 두드리던 보덴슈타인이 얼굴을 들고 물었다. “하이케 베르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을 비난한 후에 쓰레기통에 던지는 게 방송 중에 나와요.” 니콜라 엥겔이 설명했다.
--- p.126

“하이케는…… 그러니까 베르시 씨와 저는 좋은 친구이자 30년 동안 직장 동료였답니다.” 피아는 세련된 사장과 완전히 반대인 이 남자를 자세히 살폈다. 그는 잔뜩 긴장한 채 거의 죄책감까지 드러나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주무르며 피아의 시선을 마주하려고 애썼다. 더운 날씨인데도 긴팔 셔츠에 아주 새까만 진바지 차림이었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그분을 찾아간 진짜 이유가 뭔가요?” 피아가 곰살맞게 물었다. “무…… 무슨 뜻입니까?” 그의 울대뼈가 오르락내리락했다.
--- pp.175∼176

“저를 체포하시는 건가요?” 작가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수갑도 제대로 채워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혹시 저항하신다면 몰라도요.” 보덴슈타인이 대답했다. “그리고 체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진술을 받으려는 겁니다.”
“오케이, 알겠습니다.” 벨텐은 코를 비비고 주위를 둘러봤다.
“오케이, 오케이. 잠깐 생각 좀 하고요. 흐음. 원고를 다 쓰고 나서 경찰서에 들러도 될까요? 저는 외국으로 도주하지도 않을 거고, 원하시는 건 뭐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맹세하지요. 하지만 지금은 안 돼요. 이 흐름을 중단할 수 없습니다.”
--- pp.251∼252

“그거 알아? 베르시가 죽었대!” 안야가 흥분해서 눈을 빛내며 소곤거렸다. “오늘 아침에 숲속에서 시신을 발견했다는 거야! 아이고, 엄청나네! 흐음, 하기야 얼마 전부터 누군가 그녀를 갑자기 살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
“믿을 수 없어. 무시무시해.” 예상도 못 한 소식은 아니었지만 율리아는 충격을 받았다. 하이케 베르시가 살아서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날마다 속으로 죽기를 바랐던 누군가가 정말 죽었다는 건 그야말로 끔찍한 느낌이었다.
“로트 씨 이야기도 들었어?” 율리아가 물었다.
“혼수상태로 누워 있대.” 아트디렉터는 이 속보를 왓츠앱으로 퍼뜨리느라 분주했다. 이런 불경한 행동은 역겨웠다. 충격받은 척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 p.271

“잘못한 게 없는데 여기 계속 머물면서 구금실을 사용하실 수는 없습니다.” (…)
“부탁입니다! 제발 내쫓지 말아주세요!” 벨텐이 애원했다.
“내쫓는 게 아니에요. 가시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왜 여기 있으면 안 된다는 거죠? 저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구금실은 어차피 비어 있잖아요.”
“이유 없이 사람을 잡아두면 안 됩니다.”
“그게 아니에요! 저는 자발적으로 여기 있겠다는 겁니다!”
“세금 낭비예요.”
“그렇다면 비용을 지불하겠습니다!”
--- pp.281∼282

“자네는 나를 정말로 걱정하잖아. 그렇게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어. 우리 어머니를 제외하면 말이야. 그래, 모두 나를 걱정한다고 말은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기적인 동기에서야. 코지마는 내 안색이 좋지 않아서 걱정한다는데, 정말 내 건강이 걱정되는 걸까? 아니면 내가 간 이식을 해주지 못할까 봐 두려운 걸까? 내 아이들과 동생, 또 니콜라도 그래. 내가 소중하기 때문에 수술을 하다가 죽을까 봐 염려하는 걸까, 아니면 믿을 만하고 실용적이며 무료인 해결사이자 운전사, 베이비시터 등등이 더는 존재하지 않아 자기들의 안락함에 해가 될까 봐 걱정하는 걸까?”
피아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피아, 자네는 진정한 의미에서 유일한 친구야.” 보덴슈타인이 말했다. (…)
“저…… 저는…… 으음…….”
--- p.328

“우리 둘은 친구일까?” 니콜라가 문손잡이에 손을 뻗었을 때 보덴슈타인이 물었다. “모르겠네.” 니콜라가 손을 내렸다. “나는 당신의 상관이야. 한때는 약혼녀였고. 아니, 내 생각에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친구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어쩌면 친구 이상인지도 모르지. 서로 요구나 기대가 없으니까. 나는 형사가 뭔지, 살인사건 수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퇴근하지 못하는 게 뭔지, 거기에 더해서 공공을 위해 희생양이 되어야 할 때가 아주 많다는 게 뭔지 모르는 ‘친구’보다 훌륭하고 믿음직한 동료가 더 좋아.”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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