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7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370g | 133*200*20mm |
ISBN13 | 9788954699808 |
ISBN10 | 8954699804 |
발행일 | 2022년 07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370g | 133*200*20mm |
ISBN13 | 9788954699808 |
ISBN10 | 8954699804 |
MD 한마디
『대도시의 사랑법』,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잇는 박상영 ‘사랑 3부작’의 최종장. 전작에서 나누었던 10대, 20대의 불안과 열기는 이제 30대의 새로운 분투가 된다. 여전히 잡히지 않는 어떤 것들을 바라고 붙잡고 잃고 그리는, 살아가는 이들의 매일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소설PD 박형욱
요즘 애들 _007 보름 이후의 사랑 _063 우리가 되는 순간 _115 믿음에 대하여 _175 해설| 오은교(문학평론가) 우리의 없는 미래, 우리의 있는 열기 _261 작가의 말 _287 |
박상영 작가님의 '믿음에 대하여'입니다. 사실 전작 1차원이 되고싶어를 너무나 재밌게 읽었던터라, 이번책의 분위기는 조금은 약간 예상밖의 분위기였다고 해야할까요? 뭔가, 이전 책의 씁쓸하면서 또 말랑말랑한 느낌이 사라지고, 약간은 다 슬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자체도 충분히 재밌게 잘 읽었어요! 어떤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북토크나 이런것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작가님 오래오래 써주세요 !
조금 더 세심할 필요가 있었다. ‘연작소설’이란 단어를 그냥 넘기지 않았어야 했다.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렸던 나는 숨 고르기를 했고, 다음 이야기를 읽기 시작함과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앞선 이야기에도 등장했던 인물이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데, 단지 이름만 동일한 건가 싶었다. 원래 독자에겐 읽고자 하는 대로 작품을 읽어낼 자유가 있긴 하다. 그러나 자유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전혀 다른 인물을 같은 인물이라며 마구잡이로 욱여넣는 건 자유의 영역을 벗어난다. 순간 나는 얌전해졌다. 호흡을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나 자신을 다독였다. 삶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 아리송한 말이 이번 작품을 읽으며 내가 절실하게 느낀 바다.
사회생활은 버겁다. 요즘처럼 경기가 얼어붙은 시절은 더더욱 그러하다. 버젓이 대학을, 그것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더라도 내 한 몸 받아주는 곳이 없어 쩔쩔맨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했을 때 등장인물들의 처지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우선 가장 먼저 이야기를 이끈 김남준의 경우를 살피자. 그는 비정규직으로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기자’라는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간극은 컸다. 오로지 그만이 정규직 입사에 성공했다. 좋은 일은 겹쳐 온다 하였던지 그는 최연소 여덟 시 뉴스 앵커 자리까지 꿰어찼다. 걷잡을 수 없이 뻗어나가는 그의 영향력이 이러쿵저러쿵 많은 말들을 낳고는 있다. 다들 부러워서 하는 소리로 여기지 않는다면 정신건강에 해로울 것이다.
조찬호. 사회 초년생인 그에게 두려움이란 없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참가자가 이백 명이 넘어가는 대규모 행사마저도 성황리에 마무리 지었다. 혼자가 아니었기에 더더욱 흥겨웠다. 같은 회사의 한영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남들과는 성적 취향이 조금 다르다는 둘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어 더욱 편했을 수도 있다. 한영과 달리 자신은 진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조언대로 데이트 앱을 깔았더니 인연이 다가왔다. 상대는 나름의 인지도를 지닌 상태로,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날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둘만의 단란한 만남을 지속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고집을 자꾸만 부린다. 행복한 모습을 주변에 선보이고 세상으로부터 인정도 받고 싶은 찬호로서는 답답함이 크다. 그래도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작은 거에 욕심을 부렸다가는 처음으로 찾아온 진심 어린 마음을 잃을까 봐 두렵다.
고 천호와 유아 한영은 같은 회사를 다니며 알게 됐다. 여기에 동갑내기 팀장 황은 차까지. 나이가 같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게 통함을 의미했다. 그가 몸담은 마케팅 2부는 자유로웠다. 여느 직장과 달리 출퇴근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됐고, 코로나19가 번지기 전부터 이미 재택근무 등에 모두가 능했다. 겉모습만으로는 직장인이 맞나 싶은 경우도 있었으나 정작 일을 시작하면 다들 프로페셔널했다. 승승장구가 무언지를 실천하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한 팀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에 한영은 자부심을 느꼈다. 진 연희 부장을 마냥 악하다고 욕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자신의 팀이 그간 너무 자유분방했던 것일 수도 있다. 진 부장의 저울질은 어른이 행할 법한 무언가였고, 아직은 어린 한영과 은채는 잘 재단된 진 부장의 움직임 속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를 상실해간다. 이제까지는 거리낌 없이 ‘우리‘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상대 또한 내게 온전히 개방 않은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다. 비난받는 ’요즘 애들‘과는 자신이 다를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한영과 은채는 선을 긋는다.
이제 마지막 인물이다. 한때 잘나가던 사진작가이던 철우가 주인공이다. 한영과 한 집에 살며 이태원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그는 배신 아닌 배신을 경험한 적이 있다. 전 애인 Y가 하나부터 열까지 그에게 속였음을 깨달았을 때 이미 Y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후 그는 사진이 진실을 담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렸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차가운 세상은 그에게 내리 시련을 부여한다. 예술 하는 사람들의 아지트로 키우고자 했던 술집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그의 발목을 잡는다. 안정적인 집을 구해 형태는 조금 다르나 단란한 가정을 꿈꾸는 한영에게 지금 그는 데면데면 굴 수밖에 없다. 영원을 말하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나 그의 사랑은 식었다. 퍽퍽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선 모든 감정을 덜어내는 게 우선 같다. 과연 그가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게 가능할까. 한 번 깨어진 믿음을 되찾기 위해 그는 무얼 행해야 할까.
얽히고설킨 관계 어디에도 악의는 없었다. 상대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걷기 위한 노력에 그들은 진심이다. 저마다의 전략이 달라서, 상대가 취한 태도가 나와는 어딘가 모르게 어긋나서, 우린 아프다. 때때로 상대를 욕한다. 힘겨워하며 쓰디쓴 실패를 삼킨 청춘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어른의 모습을 닮아간다. 결코 떠올리지 아니할 줄 알았던 예전을 상기하며, 닮고 싶지 않던 인물과 제법 유사해진 스스로를 재발견하며. 서로의 삶이 닮은 꼴을 하고 있단 사실에 우습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영 마음에는 아니 들지만 완벽히 망하지는 않은 거 같다는 자조가 내게 허락됐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왠지 같은 질문을 저자가 창조해낸 인물들도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우린 어찌할 도리 없는 ’요즘 애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