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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멈추지 않는다

: 차별을 부순 무적의 농구부 이야기

필립 후즈 저 / 김충선 역 / 류은숙 해제 | 돌베개 | 2020년 03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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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3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80g | 152*214*30mm
ISBN13 9788971999950
ISBN10 897199995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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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올바름은 항상 이긴다. 두려움 없이 항상 올바른 일을 하라.”
『열다섯 살의 용기』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에 이어
또다시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필립 후즈의 역작
“스스로를 희생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 소년들의 이야기”


- 2019년 미국 도서관 협회 선정 최우수 도서
- 2018년 뉴욕 공립 도서관 선정 최고의 청소년책
- 2018년 커쿠스 리뷰 선정 최고의 청소년 논픽션

『소년은 멈추지 않는다』는 인종차별이 판치던 1950년대에 흑인 학교 최초로 ‘인디애나주 고등학교 농구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한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 농구부의 위대한 도전을 그린 논픽션이다.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청소년들의 의미 있는 활약을 발굴해 온 필립 후즈의 신작으로, 로자 파크스보다 먼저 버스 내 인종 분리에 저항했던 소녀 클로뎃 콜빈의 이야기 『열다섯 살의 용기』, 침묵하는 어른들을 대신해 덴마크 최초의 레지스탕스 조직을 만들었던 소년들의 투쟁기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에 이어, 또다시 ‘청소년의 참여’와 ‘용기’에 대해 말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머리말: 오스카의 주장 009
프롤로그: 플랩의 슛 017
1장 희망을 찾아 북부로 023
2장 후지어 히스테리아 053
3장 레이 크로: “네 가족 전부 만나 뵙고 싶구나.” 083
4장 신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전사가 될 것인가? 103
5장 재즈 형식처럼 135
6장 10점은 심판들의 몫 157
7장 “나의 사람들 곁에” 173
8장 “애틱스는 우리 팀이었으니까요!” 201
9장 완벽 241
10장 유산 269
감사의 말 287
에필로그: 이후의 시간들 290
해제 297 / 옮긴이의 말 305 / 참고문헌 307 / 주석 316 / 찾아보기 328

저자 소개 (3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느 해 크리스마스 날 아침 오스카가 선물 포장을 열고 농구공을 꺼냈을 때 베일리와 헨리, 두 형은 눈만 휘둥그레 뜬 채 얼어붙은 듯 꼼짝 못 했다. 삼형제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농구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오스카는 크리스마스 전에 엄마에게 농구공이 갖고 싶다고 졸랐다. 하지만 베일리와 헨리는 엄마에게 그런 부탁을 진지하게 하거나 졸라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농구공은 로버트슨 가족의 벌이로는 어림없이 비싼 물건이었다. 도대체 세 소년의 어머니는 무슨 돈으로 공을 구한 걸까?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메이절이 설명했다. 그녀가 청소 일을 해 주던 집의 부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들이 바라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메이절은 마지못해 오스카가 농구공을 원한다고 말했고, 그 부인이 자기 아들에게 새 공을 사 줄 생각이었다면서 낡은 공을 건네주었고, 메이절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베일리나 헨리에게 엄마가 공을 어떻게 구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오스카의 공이라는 점이었다. 오스카는 이제 로버트슨 가족 중에서 농구공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 되었고, 동네 전체에서도 혼자만의 공을 소유한 유일한 아이였다.
--- p.80~81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볼링장에서 핀을 세우는 일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였어요. 코치님이 제게 자기 양말을 주었어요.” 윌리 가드너가 말했다. “그분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냥 제 라커에 가져다 놓으셨지요. 제게 양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분은 알고 계셨던 거예요.” 코치보다 이미 30cm가량 키가 더 컸던 윌리에게 코치의 양말은 너무 작았다. 하지만 코치가 빌려준 훌륭한 슈트와 잘 어울리는 것으로 신중하게 고른 아가일 무늬 양말은 이 훌륭한 선생님이 윌리 가드너를 사랑한다는 증거였고 윌리 가드너가 사랑받아 마땅한 소년임을 의미했다. 윌리는 이 양말을 특별히 아꼈다고 한다. 자퇴하지 않고 애틱스 고등학교에 남기로 한 그의 결정과도 견줄 수 없는 큰 사랑이었다. 어느 일자리라도 레이 크로 코치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가치가 클 수는 없었다.
--- p.140~141

애틱스 팀을 곤란하게 만드는 심판들의 괴롭힘은 해가 갈수록 심해졌다. 타이거스 팀은 흑인 심판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었다. “애틱스 팀이 경기 초반에 선전하면 이 사람들[심판들] 중 몇몇은 완전한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인디애나폴리스 스타》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밥 콜린스가 말했다. “박빙의 경기에서 1분이 남았을 때 흑인 선수의 손이 공을 쥔 백인 선수의 손 가까이 가기만 해도, 그러다 백인 선수가 공을 놓치기라도 하면 곧바로 휘슬이 울렸습니다.”
심판의 휘슬 때문에 웃지 못할 코미디가 연출된 적도 있었다. 한번은 애틱스와 라피엣 제퍼슨 고등학교가 붙었는데 경기 시작 불과 8분 만에 심판이 윌리 가드너에게 5반칙 퇴장을 선언했다. 낙담한 윌리 가드너는 하릴없이 경기장을 걸어 나가 벤치에 앉았다. 몇 분이 지난 뒤 바스켓 아래에서 공을 다투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심판이 다시 ‘13번’ 선수의 반칙을 선언했는데 그때 손을 번쩍 든 것은 벤치에 앉아 있던 윌리 가드너였다. “아마 확실하게 저를 내보내고 싶었나 봐요.” 윌리 가드너는 훗날 말했다.
--- p.163~164

백인이 흑인보다 당연히 우월하다는 가정과 전제하에서 성장했던 다수의 백인 후지어들에게 애틱스 농구팀이 무패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앞으로도 무적일지 모른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어떻게 열등한 인종이 무적일 수 있지? 백인들이 흔히 공유했던 생각 중 하나는 이렇게 표현되기도 했다. “그래, 좋아. 몇몇 흑인들은 신체적으로 우월할 수도 있어. 하지만 흑인들은 백인만큼 똑똑하지는 않아.”
그런데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로서 백인 후지어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오스카 로버트슨은 이런 주장에 전혀 맞지 않는 골칫덩어리였다. 농구 코트 안에서의 오스카는 너무 똑똑했고, 경기의 흐름을 지휘했다. 오스카가 주도하는 경기였다. 오스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오스카가 키나 도약 능력, 빠른 발과 같은 신체적인 장점만큼이나 다른 누구보다 탁월한 경기 이해력 덕분에 이토록 능수능란하다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 p.249~254

많은 사람들이 애틱스의 성공 덕분에 흑인과 백인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애틱스 팀의 포워드였던 스탠포드 패튼은 이렇게 말했다. “이전까지는 없었던 일로 알고 있는데 인디애나폴리스 시 전체가 하나의 팀을 응원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무엇인가를 보여 주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우리를 반드시 좋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이룬 모든 것, 그것을 이룬 방식을 존중해야 합니다. …… 우리는 수없이 많은 신화를 깨뜨렸습니다. 백인 코치보다 나은 흑인 코치는 없다는 신화, 우리가 심리적 압박에 쉬이 무너진다는 신화, 우리가 겁쟁이라는 신화. 사람들은 우리들에 대한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흑인들 스스로 그렇게 믿기도 했습니다.”
--- p.27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소년은 멈추지 않는다』는 인종차별이 판치던 1950년대에 흑인 학교 최초로 ‘인디애나주 고등학교 농구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한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 농구부의 위대한 도전을 그린 논픽션이다.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청소년들의 의미 있는 활약을 발굴해 온 필립 후즈의 신작으로, 로자 파크스보다 먼저 버스 내 인종 분리에 저항했던 소녀 클로뎃 콜빈의 이야기 『열다섯 살의 용기』, 침묵하는 어른들을 대신해 덴마크 최초의 레지스탕스 조직을 만들었던 소년들의 투쟁기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에 이어, 또다시 ‘청소년의 참여’와 ‘용기’에 대해 말한다.

성공적인 스포츠 서사물이 흔히 그렇듯, 『소년은 멈추지 않는다』는 언더독에 불과했던 팀이 열악한 환경을 딛고, 갖은 난관과 모략을 넘어서, 끝내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따라간다. ‘북부의 남부’라 불리는 도시 인디애나폴리스. 제대로 된 공도 골대도 없이 흙바닥에서 농구에 열중하던 소년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소년들은 대부분 남부 출신으로, 600만 명의 흑인이 일자리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북부로 이주한 ‘흑인 대이동’ 시기에 부모 손에 이끌려 인디애나에 정착했다. 희망을 찾아 떠나왔지만, 가난과 차별도 따라왔다. 부모들은 허드렛일이나 남의 집 일을 하며 근근이 살림을 꾸렸고, 소년들은 배를 곯기 일쑤였다. 식당과 놀이공원은 ‘백인 전용’이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소년들을 돌려세웠다.

코트도 평등하지 않았다. 흑인 선수는 심한 압박을 받으면 좌절하기 마련이라는 편견이 만연해 있었고, 당시만 해도 농구 코트는 백인들의 독무대였다. 심지어 인디애나 사람들이 열광하던 ‘인디애나주 고등학교 농구 토너먼트 대회’는 오랫동안 흑인 학교를 끼워 주지도 않았다. 흑인 공동체가 십수 년간 지치지 않고 항의한 끝에 1941년에야 비로소 흑인 학교에도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 애틱스 팀은 1942년부터 토너먼트 대회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1차전에서 탈락했다. 장벽은 여전히 높아 보였다.

『소년은 멈추지 않는다』는 무명의 애틱스 팀이 명코치 레이 크로와 함께 눈부시게 비상하는 몇 년간의 행보를 박진감 넘치게 서술한다.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의 코치가 된다는 것은 선수들의 배 속에 음식을 넣어 주고, 선수들이 학교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 주고, 그들의 성적을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본문 138~139쪽) 레이 크로는 “소년들을 모아서 농구팀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농구팀을 통해서 소년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내 일”이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나 소년들의 일상과 함께했고, 그 덕에 레이 크로를 코치가 아니라 아버지처럼 여기는 선수들도 많았다.

레이 크로가 취임한 지 불과 1년 만인 1951년에 애틱스 팀은 주 토너먼트 대회 4강에 오른다. 인디애나주의 주도(州都)이면서도 단 한 번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었던 인디애나폴리스는 열광한다. 애틱스 팀은 흑인들에게는 권투 선수 조 루이스에 버금가는 자긍심이었고, 백인들에게는 인종차별적인 편견을 누그러트리는 계기가 되었다. 궁극적으로는 애틱스 팀의 성취가 인종 통합에도 크게 기여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애틱스 팀은 언제나 손을 모으고 외쳤다. “10점은 심판들의 몫. 나머지가 우리 것.” 극심한 편파 파정과 모략과 시기 속에서도 애틱스 팀은 한 고비 한 고비를 넘어서, 1955년과 1956년 연속으로 ‘인디애나주 고등학교 농구 토너먼트 대회’ 챔피언에 오른다. 훗날 카림 압둘자바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로부터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NBA의 전설 오스카 로버트슨이 이 위업의 주역이었다.

이처럼 이 책은 위대한 승리의 기록이다. 애틱스 팀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정상에 오르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스릴 넘치고 통쾌하다. 그러나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개천에서 용 난 이야기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저자 필립 후즈는 노력만 하면 어떤 시련이든 이기고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거나 우승이라는 결과 자체를 칭송하는 대신에, 소년들을 짓눌렀던 당대의 폭력적인 공기를 치밀하게 서술하고 그처럼 견고한 폭력 앞에서도 그들이 끝까지 믿고 따랐던 신념에 의미를 부여한다. 레이 크로 코치가 언제나 마음속에 새기고 소년들과 나누었던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올바름은 항상 이긴다.” “두려움 없이 항상 올바른 일을 하라.” “모든 사람을 존중하되 어느 누구 앞에서도 뒤로 물러서지 마라.”

애틱스 팀이 1951년 대회에서 최강팀 앤더슨 고등학교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준결승 라운드에 진출한 뒤 《인디애나폴리스 타임스》에는 이런 기사가 실린다.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그것은 우수한 선수, 월등한 팀이 되고자 하는 개인의 계획과 열망에 관한 것이다. 또한 근면함과 인내력, 끈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희생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 소년들의 이야기다.”(본문 120쪽) 이 네 문장은 이 책을 설명하는 데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소년은 멈추지 않는다』는 차별과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던 시절에 굳은 의지로 세상을 뒤흔든 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존중과 용기의 힘에 대해 말한다.

인종차별 문제는 언뜻 과거의 이야기, 우리와는 공간적으로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과연 그럴까? 불과 한 달여 전 농구 선수 라건아는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인종차별 메시지로 인해 가족까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창궐하는 중국 혐오와 음모론이다. 시선을 조금 돌리면, 열망했던 법대 입학을 포기해야 했던 트랜스젠더 여성과 변희수 하사가 눈에 들어온다. 다름에 대한 차별과 혐오와 공포가 역습한 오늘,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너와 나를 존중하는 일의 엄중함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행동을 촉구한다. “항상 올바른 일을 하라.”

인종차별과 흑인 민권운동의 역사에 관한 책

『소년은 멈추지 않는다』는 크리스퍼스 애틱스 농구부에 대한 책이자 인종 분리 시대 자체에 대한 책이다. 저자 필립 후즈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당대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인종차별과 흑인 민권운동의 중요한 장면들을 인상적으로 소개한다. 남부와의 경계에 자리한 인디애나주는 공식적으로는 피부색에 따른 차별이 없었지만, 1924년 기준 인디애나주 백인 남성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5만 명이 쿠 클럭스 클랜 단원이었을 만큼 백색 폭력이 만연했다. 인디애나주 전역에서 위세를 떨치던 쿠 클럭스 클랜은 이후 기세가 한풀 꺾이는데, 1925년에 쿠 클럭스 클랜의 인디애나주 책임자 D. C. 스티븐슨이 비서였던 여성을 납치, 강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는 1927년 9월 12일, 문을 열었다.

책임감 있는 부모, 선한 이웃, 지역사회의 리더였던 평범한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머리 위로 두건을 뒤집어쓰고 어둠을 도와 떼 지어 다니며 흑인과 유대인, 가톨릭교도 들의 가정과 일터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석유가 뿌려진 십자가들이 언덕 위에서 밤새 불타올랐다. “이 고장 검둥이들은 해가 저문 뒤에 감히 나돌아 다니지 말 것”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인디애나주 여러 마을에서 높이 세워지고는 했다.
1922년 예비선거일에 클랜 단원들을 태운 자동차 행렬이 허공에 리볼버를 발사하며 프로그아일랜드를 질주했다. 시민들이 두려움에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려는 심사였다. _39쪽(1장)

어느 흑인 학교의 일대기: 인종 분리를 위해 세운 학교가 통합에 기여하다

한편으로 이 책은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가 부침을 겪으면서도 흑인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우뚝 서는 성장기다. 1920년대 초, 인디애나폴리스의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은 수십 년째 인종에 상관없이 한 교실에서 공부했다. 물론 흑인 학생들은 교실 뒤편에 모여 앉았지만, 겉보기에 짐 크로법은 인디애나 관내 학교에서 유효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러나 쿠 클럭스 클랜이 점점 활개 치는 가운데, 백인 단체들은 인종 분리 학교를 세우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결국 1922년 인디애나폴리스 교육위원회는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흑인들의 가상한 열망”을 추켜세우며 “자립”과 “독립” 정신, “선량한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흑인 전용 고등학교의 신설을 선언한다. 허울 좋은 핑계일 뿐, 진짜 목적은 인종 분리라는 것을 흑인과 백인 모두 다 알고 있었다. 1927년 9월 12일,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가 흑인 전용 학교로 문을 열자, 인종 통합 학교에 다니던 상당수 학생들이 강제로 전학을 당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백인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도 백인 교장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흑인 인재들이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 교사 채용에 몰려든 것이다. 이들 중 하나가 교사 임용에서 번번이 낙방한 뒤 트럭 회사 청소부로 일해야 했던 레이 크로였다.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는 과밀하고 시설도 열악했지만, 교사진과 커리큘럼만큼은 다른 어떤 학교보다 빼어났다. 유수의 대학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자들도 즐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는 백인들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인종 통합에 기여했다. 레이 크로와 소년들의 눈부신 활약은 흑인들에게 자긍심을 안기고, 백인들에게 흑인을 달리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애틱스 팀이 너무나 강하다는 점도 인종 통합을 앞당겼다. 애틱스 팀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다른 학교들이 경쟁적으로 흑인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애틱스의 성공 덕분에 인디애나폴리스의 레스토랑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시내의 상점이나 극장에 흑인들이 등장했을 때 느끼는 저항감도 완화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흑인 공동체에 희망을 선사했습니다.”라고 오스카 로버트슨은 말했다. “[우리는] 흑인들이 얼마나 게으른지, 아침에 일어나 일하러 가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이들은 대책 없이 얼마나 많이 낳는지에 관해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애틱스 팀이 이기기 시작하면서 흑인 공동체는 우리를 자랑으로 여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아침에 일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좋아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 모든 변화는 크리스퍼스 애틱스가 이룬 성취를 바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_272~273쪽(10장)

레이 크로와 소년들의 성장기

이 책은 레이 크로 코치와 소년들이 다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다. 책의 초반부에서 필립 후즈는 레이 크로가 위대한 코치로 성장하기까지의 일화들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레이 크로는 농장을 운영하는 화목한 가정에서 8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화이트랜드 고등학교의 유일한 유색인 농구 선수로 활약했고, 대학에서도 몇 안 되는 흑인 농구 선수 중 하나였다. 1938년에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흑인인 레이 크로를 교사로 받아 주는 학교는 없었다. 청소부를 비롯한 허드렛일을 전전하던 그는 1945년 부커 T. 워싱턴 제17 공립학교에 가까스로 수학 교사로 채용된다. 그리고 출근 첫날, 흑인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광경 앞에 충격을 받는다.

수업 첫날, 레이 크로는 일찌감치 학교 앞에 도착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기 전에 잔디밭에서 웃고 떠드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학교 맞은편 길가에 혼자 서 있었다. 그는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불편함을 느꼈다. 레이 크로 자신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전 사실 평생 동안 그렇게 많은 흑인 아이들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라고 크로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이를테면 일종의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흑인 사이에 속한다는 것, 그들과 함께 살면서 흑인을 이해한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생경한 경험이었습니다. 전 마치 백인 아이인 것처럼 자랐던 거예요.” _94~95쪽(3장)

이처럼 자신과 같은 피부색을 가진 소년들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신출내기 교사는 부커 T. 워싱턴 제17 공립학교와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훌륭한 스승이자 코치로 다시 태어난다. 애틱스 농구부 소년들과 레이 크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훌륭한 인간이자 선수로, 코치로 한 뼘씩 성장하는 모습은 멋진 성장소설처럼 뭉클한 감동을 안겨 준다.

여러 소년들 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단연 오스카 로버트슨이다. 제대로 된 공도 없이 천이나 신문지를 둘둘 뭉쳐서 만든 공으로 농구를 익혀야 했던 이 소년은 타고난 신체적 능력과 코트 전체를 체스판처럼 몇 수 앞서 읽어 내는 영특함을 발휘해 애틱스 팀을 두 해 연속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이후 오스카 로버트슨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 리그를 거쳐 1960년 로마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 되었고, NBA의 전설이 되었다. 책의 말미에 수록된 ‘에필로그: 이후의 시간들’에는 오스카 로버트슨을 비롯한 애틱스 팀 선수들의 행보가 간결하면서도 힘 있게 정리되어 있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스스로를 희생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 소년들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 제 맘에 가장 와닿은 구절입니다. 특히 ‘존중’이란 말이 그렇습니다. 무엇을 존중한다는 의미일까요? 실력, 승리, 명예, 성취 등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말합니다.
인권은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존엄성이란 다른 누구와 비교해서 더 높다거나 더 잘났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비교 불가능하고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이 우주가 생긴 이래 나와 같은 사람은 나뿐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런데 나만 그런 고유한 존재가 아니라 이 세상 모두가 고유한 존재입니다. 모두가 존엄한 존재로서 서로를 대해야 하는 것이 ‘존중’입니다. 이 책의 농구부 선수들이 치르는 경기는 하나하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고 실천하는 장이라는 점에서 스포츠 경기의 묘미를 넘는 맛을 보여 줍니다.
-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미국의 교차로’라 불리기도 하고 ‘북부의 남부’라고 불리기도 했던 인디애나폴리스라는 한 도시에서 가난을 딛고 자신의 힘으로 놀라운 성취를 거두며 도시 전체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어 놓았던 흑인 소년들에 관한 실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이 1950년대 이곳에서 검은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그것은 곧 여러분이 아둔하고, 타고난 성정이 못됐으며, 열등하다는 의미였습니다. 아무런 논리적 근거 없이 태어날 때부터 그런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런 소년들에게 농구는 그들을 증오하고, 위협하고, 제한하고, 업신여겼던, 마치 오염된 공기처럼 만연했던 편견으로부터 비로소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소년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농구에 바쳤고 마침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월함으로 편견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었습니다. 저들이 저급하게 나올 때 품위를 지키고 나를 높임으로써 결국은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 김충선(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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