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3년 09월 25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80g | 128*188*20mm |
ISBN13 | 9791185327020 |
ISBN10 | 1185327029 |
발행일 | 2013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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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80g | 128*188*20mm |
ISBN13 | 9791185327020 |
ISBN10 | 1185327029 |
내가 소재원 작가의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다.
작품이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을 대변하고
희망을 함께하고자 한다는 것이 가장 크지만,
다시는 우리 아이와 같은 아픔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바람이다.
- 소원이 아빠
사실 이 책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읽을 자신이 없어서 미루다가 잊어버렸고,
몇년이 지난 후에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리뷰를 쓰기전에 기록하자면
미루다가 잊어버림에 대해 소원이 아빠께는 죄송하고
이 책을 읽은 것은 후회한다.
작가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소재원작가는 지수양을 세상에 알린 장본이이며
지수에게 새 집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약자의 편에 서는 여러활동을 했다.
나 역시 작가의 행보에 응원의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고
청원에 서명을 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그저 다만,
이러한 내용의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이 이야기가 실화를 근거로 했다는 것이,
어떤 특정 사건을 유추하게 한다는 것이, 너무 화가나고 가슴 아프다.
나영이 아빠가 "그럼에도"라는 말을 사용한 것에서도 2008년, 세상을 분노에 떨게 했던 나영이 사건.
나는 나영이아빠의 깊은 탄식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이 나려했고, 울었고, 같이 분노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했던 조두순의 행동에 분노했고
선정적인 기사들이 앞다투어 보도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나영이가 어떤 일을 겪은 건지
그아이의 마음은 어땠는지,
그 후 나영이 가족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몰랐다.
아니, 더이상 관심이 없었다는게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아이아빠는 집에서 살 수 없게 되었고
아이는 아빠조차 바라볼 수 없어졌고
아이엄마는 잠을 잘 수 없다.
결국 우리가 평범하다고 부르는 그 모든 것들을
그 가정은 이룰 수 없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무모한 욕심으로 인해.
그래, 이 책은 그 가족의 치유과정을 그려나갔고
사회에 아동 성폭행사건을 호소했다.
그래서 결국에는 영화가 되었고,
예전보다는 다소 강화된 법을 만날 수 있다.
(아동성범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으나,
범죄자들은 여전히 법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또 소급적용도 되지않기에
이 책의 모티브가 된 범인은 몇달 후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이 책또한 나영이네 가족에게는 상처였으리라고.
또 몇달뒤면 다시 세상에서 숨쉬게 될 범인이 나영이네에게는 얼마나 큰 공포일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너무 오래 읽었다.
읽다가 덮기를 반복했고,
또 다시 읽었고, 결국엔 다 읽었다.
잊을 수 없다면 이겨내야한다는 말처럼
되도록 많은 사람이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똑같은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런 일이 발생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그래, 촛불이라도 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겨우, 결국 다 읽었다.
이 책에 대해 감상평을 남기는 것도 범죄같아서
그저 나는 내 생각을 적어내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다만, 부디-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는 나영이가
또 나영이아빠가, 나영이 엄마가,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나영이가 또 다른 나영이의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길 기도해본다.
“신이 나오고 악마가 나오는 모든 기록에 겁탈을 했던 죄인들의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아이를 겁탈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악마조차 거부하는 행동이기에 그렇다. 악마조차도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천국의 문은 당연하고, 지옥의 문조차 너에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p.56)”
2008년 12월, 세상은 지옥에서조차 추방되어 나온 듯한 악마를 보았다. 이름조차 입에 담기 꺼려지는 그것은 ‘조두순’ 이라는 세상의 온갖 악한 것들 보다 위에 서는 악마였다. 아직 핏덩이 같은 8살 여아 나영이(가명)에게 인간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입에 담기조차 혐오스러운 몹쓸 짓을 한 그 놈은 아직도 이 땅 어느 곳에 숨을 쉬고 살아있다.
12년. 조두순이 받은 형량이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의 나라에선 어린이를 상대로 한 이런 흉악범죄에는 사형 혹은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한다. 나는 사형 찬성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극악한 범죄, 한 가정의 평화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사회에 씻을 수 없는 혐오감과 공포를 준 자에게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영이와 그 가족은 그 날의 충격과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영원히 치유되지 못할 아픔을 형벌처럼 지고 살아가는데, 이제 몇 년 후면 이 악마는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세상은 그 날 또 한 번 더러워 질 것이다.
얼마 전 설경구, 엄지원 주연의 영화 《소원》이 개봉하였다. 이 소설은 영화 《소원》의 원작이다. 소설은 나영이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실제 나영이 아빠를 만나 다시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사람들이 이 일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써내려 갔다고 한다.
소설 속 지윤이는 어느 날 악마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 만다. 그 날 이후 지윤이의 엄마와 아빠는 상실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죽지 못해 삶을 그저 이어가고 있다. 지윤이는 사람들, 특히 ‘그 놈’처럼 키가 큰 사람, 남자들의 곁에 가지 못한다. 아빠마저 곁에 오지 못하게 하여 지윤 아빠는 집을 나와 생활하게 된다. 지윤 아빠는 지윤 엄마가 지윤이 곁을 지키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이혼을 종용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이기에, 가족이라는 것을 알기에 조금씩 벌어진 서로간의 간극을 좁혀가게 된다. 그리고 힘을 합쳐 지윤이의 마음에 난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눈물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지윤이의 그 날 이후 교통사고로 지윤이와 같은 8살 지능이 되어버린 지윤 아빠가 도라에몽 탈을 쓰고 놀이공원에 가기 위해 분투하는 장면은 참으로 눈물겨웠다. 세상이 하나가 되어 지윤 아빠를 위해 양보하고, 격려하고,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 나도 같이 울었다. 사람 뜸한 동네 커피숍에 색시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윤이가 기다린다는 말 한마디에 ‘그 사건’의 지윤 아빠인 것을 알아본 택시 기사님은 힘내라며, 음료수를 건네주고 행여 약속에 늦을까 총알같이 놀이공원에 달려가고, 놀이공원에선 탈을 쓰고 입장할 수 없다고 우기던 관계자가 지윤 아빠를 알아보고 입장료도 받지 않고 들여보내주며, 지윤이와 아빠를 위해 퍼레이드까지 준비해 주는 장면, 사람들에 둘러싸여 행복해 하는 장면들은 나를 그 놀이공원 그 곳으로 이끌어주었다.
“내 나이 50이오. 아이들 키우면서 이렇게 위로를 전하고 싶은 아빠는 처음 만나봅니다. 힘내세요, 지윤 아빠.”
“지윤이 많이 보고 싶지요? 얼마 만에 보는 건가요?”
“안 돼요. 지윤이가 기다리고 있어요. 약속했단 말이에요. 바이킹 앞에서 우리 만나기로 했단 말이에요.”
책임자는 ‘지윤이?’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순간 ‘아! 지윤이!’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들어가시죠. 그냥 들어가세요. 지윤이를 위한 손님은 오늘 공짜예요.”
도라에몽이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책임자가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냈다.
“오늘 퍼레이드 할 수 있는 행사팀 당장 섭외해서 바이킹 있는 곳으로 보내. 그 곳에 도라에몽이 있을 거야. 지윤이 아빠가…… 지윤이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p.205~209)
세상에 잘못 튀어나온 악마로 인해 상처 받고 찢어진 이 가족의 삶은 선한 마음을 가진 세상 사람들의 위로와 지윤 엄마, 지윤 아빠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조금씩 봉합되어져 간다.
나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실재여선 안되는. 소설 속에 봉인되어 있어야만 할 이 이야기가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이 너무 슬프다.
숨죽여서 울었던 커피숍을 벗어나, 골방에서, 화장실에서 맘껏 크게 한 번 울고 나와야겠다. 같이 슬퍼하고,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지윤 엄마가 지윤 아빠에게 보내는 화홰와 위로의 편지 한 통은 힘든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부부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나나 당신이나 서로를 혼낼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이야. 우리에게는 응원과 위로를 함께 할 권리가 주어졌거든. 지금 내가 하는 말 잊지 말았으면 해. 응원과 위로만이 허용된 사람들, 바로 가족이니까.’(p.245)
2008년 나영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 그 끔찍함에 몸서리를 치기도 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 관련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모으기도 했지만 그 뒤로는 이따금 조두순의 항소와 감형에 대한 기사가 간간이 뜨는 정도였고 관련 법 개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나영이는 어찌 사는지 알아보려는 생각도 못한 채 그저 그렇게 살았다. 많은 사람들이 조두순의 끔찍한 범행에 대해 분노했지만 그와 동시에 그 끔찍함에만 초점을 맞춰 선정적인 기사들이 가십처럼 퍼져나간 것도 사실이었다. 충격적인 '팩트'에만 관심을 집중하며 도대체 2008년 그날 그 어린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조두순이 어떻게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등등을 끊임없이 떠들어대면서도 그 사건 이후로 나영이와 나영이의 가족들이 어떻게 생활해나가고 있는지, 그 절망과 어떻게 싸워나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소원>의 가치는 거기에 있다. 그러니까, 고발성 소설들이 흔히 그러하듯 사건 자체를 알리고 사람들의 분노를 촉발시키기 위해 충격적인 묘사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신 절망 그 후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적 완결성이나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소원>이 좋은 작품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소설 초반부를 읽으면서는 성범죄자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느끼며 관련 법 개정이나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기관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수 있지만, 작품의 대부분은 절망이 찾아온 뒤 그것을 함께 극복해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학생이 어린 여자아이를 달래고 있는 것을 보기만 해도 달려나가서 학생을 미친듯이 패는 아버지의 모습, 그것이 아빠라고 해도 성인 남성을 보기만 하면 두려움에 떨며 경기를 일으키는 어린 지윤이, 아이가 그렇게 험한 일을 당하도록 방치했다고 아내를 원망하는 남편, 온갖 말도 안 되는 비난과 원망을 들으면서도 묵묵히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내려고 하는 아내이자 엄마의 모습, 절망 그 후 세 가족은 끔찍한 나날들을 보낸다. 가혹한 것은 언론이 그토록 떠들어댔던 충격적인 그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가져다준 절망과 그 이후의 매일매일의 일상인 것이다.
부부는 절망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혼 위기까지 가지만 끝끝내 '지윤 아빠' '지윤 엄마'라는 이름 안에서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자살 시도 이후 지능이 8세로 돌아간 아빠는 성인 남성을 무서워하는 딸 지윤이를 위해 도라에몽이 되어 매일매일 편지를 쓰고, 도라에몽 탈을 쓰고 매일매일 사진을 찍어 보낸다. 또 '각시'에게 데이트할 때 함께 보았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로 적어 보내면서 사랑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기억을 되새긴다.
지윤이가 정상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항문 주머니를 떼고 정상적인 아이들과 어울리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훌쩍 자란 열 살의 지윤이는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가족이다.
여전히 지윤엄마, 지윤아빠, 지윤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다른 가족보다 조금은 먼 길을 돌아왔다는 것뿐이다. 결국 다시 돌아왔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한 식탁에 모여 앉는 일.
같은 시간에 잠을 청하는 일.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
함께 TV 앞에 앉아 공간을 공유하는 일.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이 자연스러운 일.
우리가 언제나 함께하는 일상.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다. (278-279)
가족은 그렇게 절망과 매일매일 싸우며 평범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도 절망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다시 세 사람의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소원>은 절망, 그 후의 기록이다. 그 기록을 읽어나가며 가족에 대해서, 행복에 대해서, 절망과 싸운다는 것에 대해서, 인생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끔찍하고 말도 안 되는 불행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한 문장.
"탱고는 정말 멋진 거예요. 실수를 하면 스텝이 엉키고....그게 바로 탱고지요." (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