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죽는다는 건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것일까? 고작 열두 살인 내가 다시는 엄마를 보지 못한다니. 도대체 우리 엄마는 왜 죽었을까? 왜 죽은 사람이 내 엄마여야 했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p.11.
“정말? 그럼 나도 죽은 엄마를 만날 수 있어?” --- p.18.
“죽은 사람들이 사는 세계를 우린 막다른 세계라고 불러. 막다른 세계에 인간이 가려면 나같이 특별한 힘을 가진 영매가 정성을 들여 기도를 해야 해. 그 의식이 끝나면 그날부터 6일 동안 밤잠이 들 때 총 여섯 번에 걸쳐 막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가 있어. 막다른 세계로 가는 문은 매번 다른 곳에서 열리는데, 네가 잠드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쪽 문으로 떨어지게 되는 거지. 이곳에 동이 트면 막다른 세계의 해가 저물고, 그때 다시 돌아올 수 있단다. 별거 아닌 것 같지? 그런데 그곳에 다녀온다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간단한 일이 아니야.” --- p.27
“있잖아, 죽고 나면 살아 있을 때 가장 행복했던 곳에서 머무르려는 경향이 있어.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된 영혼일수록 더. 왜냐하면 좋았던 기억을 다 잊기 전에 다시 한번 꼭 느끼고 싶거든. 그러니까 너희 엄마가 가장 좋아하셨던 곳이나 행복했던 기익이 있는 곳을 되짚어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 (…)” --- p.56
우리 엄마의 삶은 행복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늘 바쁜 아빠와 항상 어리광 많은 아들과 지내는 엄마의 하루하루는 어땠을까? 엄마의 취미는 뭐였을까? 엄마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음악은 어떤 거였지?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조차 떠올려보려 해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쩌면 한 번도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궁금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도 늘 내가 좋아하는 걸 좋다고 했으니까. 엄마를 잃고 나서야 새삼 엄마에 대해 궁금해진다. --- p.62
“이상하게 비 오는 날은 그렇게 좋더라. 정말 오랫동안 이곳 막다른 세계에 비가 오지 않았었는데 오빠와 언니가 이곳에 오고 비가 내려서 너무 좋아. 막다른 세계에서는 이곳에 머무는 영혼이 좋은 곳으로 떠나는 날에만 큰비가 내린다고 그랬거든.” --- p.143
별안간 아빠가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돌아가지 못한다면 우리 아빠는 혼자서 괜찮을까? --- p.181
세상에 남겨진 가족에게 잘 지낸다는 소식 그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막다른 세계의 영혼들은 이곳에 머무르며 떠나질 못하고 있다. 민아 이야기를 듣고 한껏 얼굴이 환해진 수아를 보니 가족이란 누구에게나 그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이구나 싶다. --- p.258
엄마가 만약 내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지금쯤 알고 있다면 엄마가 나를 기다릴만한 곳은 한 곳밖에 없다. 그것 말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