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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 나이트

사이공 나이트

: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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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55g | 145*210*30mm
ISBN13 9788997962143
ISBN10 899796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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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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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민
197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광고회사, 편집회사, 잡지사, 웹진 등에서 일했다. 장편소설 『사이공 나이트』로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았고, 『어달-탄식함에 이르다, 까마귀와 통하다』로 2013년 제1회 동해해양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2천 년대 초반 서울 강남의 벤처업계를 배경으로 금융가와 정보요원, 벤처 사업가 등이 등장하는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혼합된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강원도 동해시를 배경으로 한 중?단편 소설도 함께 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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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10만 달러가 넘는 빳빳한 오까네가 순철의 주머니로 들어왔다. 얇고 노란 고무줄로 돌돌 말린 지폐 뭉치는 몸값 비싼 창녀의 유방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돈을 건네받을 때마다 순철의 가슴도 터질 듯 두근거렸다.
순철은 지난 1년 동안 오로지 수금만을 위해 열 번 넘게 호찌민을 방문했다. 3~4일 동안의 체류 기간 동안 순철은 하룻밤에 400달러짜리 5성급 호텔에서 묵었고, 아침저녁으로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또한 매일 밤 21년산 발렌타인을 마셨고, 하룻밤 300달러가 넘는 창녀의 젖통을 떡 주무르듯 주물렀으며, 매일 18홀 라운드를 돌았다. 물론 기승과 함께였다. 모든 비용은 순철이 지불했다. 어차피 기승한테서 받은 돈이었지만. 기승이 건네주는 오까네는 낡은 수도꼭지에서 줄줄 흐르는 달콤한 수돗물과 같았다. 상쾌하게 차갑지만 약간 비릿한 수돗물. 순철은 지난 1년 동안 그 비릿하면서 달콤한 수돗물을 조금씩 들이켰다. --- pp.27~28

허술한 상품으로 이국의 정취에 들뜬 철부지 관광객을 유혹하는 기념품 가게의 네온사인이 비에 젖었다. 비에 젖은 불빛들이 검게 빛나는 길바닥에서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종종걸음의 키 작은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가볍고 가식적인 각진 얼굴의 소유자, 순철의 눈동자에 쓰디쓴 환멸이 어려 있었다.
베트남 전통 요리를 파는 고급 레스토랑과, 버스에서 금방 내린 단체 여행객들로 부산한 어중간한 수준의 호텔과, 우중충한 얼굴로 높이 서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긴 담벼락과, 하얗고 긴 수염이 난 호찌민의 얼굴이 그려진 고풍스런 옛날 건물과, 불안하게 세워진 오토바이에 앉아 서로의 입술을 빠는 젊은 연인들이 득실거리는 어두운 공원과, 옆구리까지 파인 야드르르한 하얀색 아오자이를 입은 미녀들이 우글거리는 남성 전용 클럽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단체로 앉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음료를 마시며 재잘거리는 노천카페를 순철과 대수는 터벅터벅, 지리멸렬한 걸음으로 지나쳐갔다. --- pp.52~53

도식은 기승의 사업을 믿지 않았다. 기승이 말하는 달콤한 배당금보다는 기승과 순철 그리고 대수와 함께 사이공의 밤거리를 걷고 싶었을 뿐이었다. 도식은 투자의 대가로 기승과 대수와 순철을 얻었다. 그들과의 싱거운 농담, 즐거운 한때가 투자의 대가라고 도식은 생각했다.
기승과 대수, 순철 그리고 도식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도식은 그들과 술을 마시며 서로의 공통점을 곱씹었다. 목표를 손쉽게 달성한 남자들. 한때는 건실했던 남자들. 목표를 이뤘지만 그 대가로 뭔가를 잃어버린 남자들. 그 뭔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미련한 남자들. 하지만 그 뭔가를 애타게 되찾으려 애쓰는 한심한 남자들.
한때는 건실했던, 하지만 지금은 미련하고 한심할 뿐인 남자들이 기승과 대수, 순철 그리고 자신이라 생각했다.
--- pp. 19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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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 나이트』는 제9회 세계문학상 심사 과정에서 대상으로 뽑히길 간절히 바랐던 작품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내가 읽은 추리적 요소를 띤 소설 중 단연 으뜸이었다. 영화 한 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빠른 전개와 결말의 반전은 도저히 신인의 솜씨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사이공 나이트』야말로 한국 문학의 갱신을 말할 때 맨 앞에 내세울 작품이다.
-신승철(소설가, 김영사 기획실장)

『사이공 나이트』는 첫 장면부터 뭔가 국제적인 음모가 배어 있는 듯한 불온한 느낌 속에 울리는 한 통의 전화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이공을 무대로 그곳에서 만나기로 한 세 남자의 회합이 어긋나는 첫 장의 이야기부터 박진감이 넘친다. 읽는 내내 심사위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독자로서 한 편의 영화 같은 전개 솜씨에 놀랐고, 이 박진감 넘치는 얘기를 자신의 경험과 현실의 얘기처럼 풀어나간 작가의 이력이 궁금했다.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경험인지 끝까지 몰입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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