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17개국 순례
200여 명과의 만남
5년간의 집필
유니언 신학대학 아시아계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 현경의 7년 만의 신작
“그녀들은 신의 정원에 핀 백만 송이 꽃들처럼 아름다웠다”
터키에서 이란, 그리고 팔레스타인까지
은밀하고 감춰진 이슬람의 나라에서
가장 자유롭고 자기답게 살아가는 그녀들의 이야기
가장 길고 먼 ‘다름’으로의 여행
세계 진보 신학의 명문 유니언 신학대학의 아시아계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 달라이 라마가 주축이 된 종교간 세계평화위원회 자문위원인 현경. 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나이라는 50살, 현경은 아직 하늘의 뜻을 채 알지는 못하지만 서로 가장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문명에 대해, 종교에 대해 러브스토리를 쓰는 것이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고 이슬람 순례를 떠나기로 한다. 순례의 제목은 ‘그녀에게 말 걸기 : 평화를 만드는 이슬람 자매로부터 배우기’, 기간은 1년, 터키, 스페인, 모로코, 케냐,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바레인, 이란,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17개국.
이슬람 종교는 근본주의적인 종교로, 젊은 무슬림 남성들은 테러리스트 후보로, 무슬림 여성들은 가부장적 종교의 피해자로 공공연히 여겨졌다. 9? 11 사태 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폭격을 시작했다. 그때 뉴욕에 있던 신학자 현경은 다음 세대에게 ‘진리’를 전수하는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이슬람 죽이기’를 관망할 수만은 없었다. 일반 사람들이 경험하고 삶의 지표로 여기는 이슬람은 어떤 종교일까? 이슬람 사람들이 보는 평화와 정의는 무엇이고, 그들이 보는 성전(지하드)은 무엇일까? 특히 이슬람 여성이 바라는 평화와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일까? 이런 이야기를 직접 그들 속으로 들어가 당사자들의 눈과 목소리로 만나고 듣고 싶었다.
“이해는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라는 틱낫한 스님의 말을 가슴 속에 새기며 유서까지 써놓고 떠났던 여정.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이슬람 17개국 순례, 200여 명과의 만남을 통해 현경은 이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 다양한 여성들의 존재의 에너지, 소통의 가능성, 평화의 연금술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가장 자기다운 나로 살기 위해 삶에 누구보다 충실하고 열정적인 그녀들에게 배운 삶의 지혜 99가지를 갈무리해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에 담아냈다.
신의 정원에 핀 백만 송이 꽃들처럼
순례를 떠나기 전, 현경은 막연히 이슬람 종교를 믿는 나라에선 여성들에게 대한 종교 문화적인 가부장적 억압이 세력을 펼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예상하던 대로 코란, 하디스, 법률에 대한 가부장적 해석에 의해 평등과 정의가 꽃피울 수 없는 상황들도 많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의 존재의 중심에 굳건히 서서 편안하고 용기 있게 삶과 일을 꾸려가고 있었고, 산처럼 든든한 존재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현경은 이런 그녀들을 ‘원피스 우먼’이라고 이름 붙인다. 생각, 감정, 몸이 하나로 되어 있다는 ‘One Piece Woman'이라는 뜻도 있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평화로운 ‘One Peace Woman'이라는 뜻도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파티마 메르니시, 나일강의 여전사 나왈 엘사다위, 파키스탄 여성인권의 수호신 무크타르 마이,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에 선정된 말레이시아의 자이나 안와르, 인도 여성들을 위한 모스크를 짓고 있는 셰리파 카남 등 현경이 만난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몸과 삶에 대해 편안함을 체화하고 있었고, 자신의 ‘할리페(존재의 이유)’를 위해 열정적으로 살고 있었다.
현경은 그녀들을 만나며 우리 모두는 신의 정원에 핀 꽃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모두 다른 형태와 빛깔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 나름대로 의미 있고 아름답다. 다른 모양과 빛깔의 꽃들이 자신의 향기를 뿜고 열매를 맺으며 풍성한 생명을 펼쳐 나가는 것을 격려하고 함께 축하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모든 종교가 말하고 있는 생명나무가 가득한 파라다이스, 낙원일 것이다.”
치열한 삶에서 길어 올린 그녀들의 빛나는 지혜
나는 나 자신을 존중하는 이집트 여성이에요. 식민지의, 독재자의 노예로 살 수는 없어요. 삶은 어떻게 살든 그 값을 치러야 해요. 노예로 값을 치르기보단 자유를 위해 값을 치르고 싶어요. - 나왈 엘사다위(페미니스트, 이집트)
우리 모두가 이 생에서 각자 열 그루의 나무를 심고 그 열 그루를 보호하고 가꾸어 갑시다. 우리가 이 지구의 기본자원을 존중하고 그것을 책임 있게 나눠 쓸 때 평화가 올 것입니다. - 왕가리 마타이(노벨 평화상 수상자, 케냐)
죽을 것 같은 절망이 저를 평화운동가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폭력이 점점 심해지자 한 인간으로서 깊은 수치감을 느꼈어요. 이웃들이 서로를 죽이는 것을 그냥 앉아서 지켜볼 수 없었지요. 내 아이들에게 인간다운 세상을 주기 위해 뭔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 데카(아프리카 평화 운동의 대모, 케냐)
살해위협은 저겐 하나도 새로운 게 아니에요. 우리 모두가 언젠간 죽어야 하잖아요. 누가 만역 나를 내일 죽인다면 죽어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그러나 나는 오늘 다가오는 세대를 위해 나의 작은 일을 해나갈 뿐이지요. 지금이 바로 일해야 하는 시간이에요.
- 셰리파 카남(NGO 스텝스 대표, 인도)
자유는 불확정성의 덩어리지요. 안정을 버리고 이 불확정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에요. 이러한 선택을 하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고 나의 존재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 카말라(인도네시아 여성폭력방지협회 회장)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그 다음 그 사랑을 온 세상과 나누세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사랑을 이기적인 에고이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맞지 않습니다. 자기 사랑이야말로 가족, 이웃, 국가, 우주를 사랑하는 근거가 되는 출발점으로서의 사랑이지요.
- 에씬 첼라비(국제루미재단 회장, 터키)
우리가 매일의 생활에서 타인을 더욱 배려하고 또 자신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 때, 조금 덜 스트레스 받고 조금 더 삶을 감사하게 될 때 평화가 조금씩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 자이나 안와르(이슬람의 자매들 대표, 말레이시아)
문명의 충돌을 넘어 문명 간의 대화로
현경이 이슬람 17개국을 다니며 계속 고민한 화두는 ‘이슬람이 원하는 평화는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이슬람 세계와 기독교 서방세계 사이에 평화의 다리를 놓고 싶었다. 1년 동안 이슬람 나라들을 순례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이 자신과, 또 서방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들도 행복하고 존중받는 삶을 원했고 자신의 재능을 활짝 꽃피우며 평화와 정의가 넘치는 나라에서 살고 싶어 했다.
현경은 다름에 대해 근본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자신과 다른 이들을 타자화 하고 악마화 하며 그 악마를 제거할 때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래서 이런 테러리즘의 형성을 평화를 만드는 연금술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에서 사랑의 고백을 “I See You!"라고 했듯이, 진정한 사랑은 사랑의 대상이 누구인지 그를 있는 그대로 보며 이해하는 것이며, 그 사람을 그 사람의 세계에서 이해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평화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시작일 것이라 말한다.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에서 현경은 200여 명의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200여 개의 다양한 ‘무지개 이슬람’을 펼쳐 보여준다. 그녀들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일부다처제, 차도르, 자살 테러, 팔레스타인 문제 등은 우리가 얼마나 서방세계의 논리에 젖어 있었던가를 통렬하게 깨닫게 한다. 현경은 가장 자기다운 색과 향과 모습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할리페’를 활짝 꽃피우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다름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진실을 들여다보는 지혜를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