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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잠수복
중고도서

코로나와 잠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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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52g | 130*195*19mm
ISBN13 9791158791957
ISBN10 11587919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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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대형 마트에서 왁스를 사 와, 마루와 기둥을 닦았다. 그러자 원래부터 좋은 목재여서 그런지 점차 빛을 되찾으면서 관록 있는 모양새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 곳곳에서 삐걱삐걱, 끼익끼익 하는 소리가 울리면서 그야말로 집 그 자체가 다시 살아 숨 쉬는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소생을 위한 의식이라도 치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 청소가 질리지 않았다. 내일은 집 어디를 손볼까 하는 생각만 한다. 원고 집필은 나중으로 미루면 된다. 지금은 한 달에 장편 소설 한 편만 완성하면 되기에 딱히 마감에 쫓기는 상황도 아니었다. 고지는 유명한 문학상도 탄 적이 있는 중견 작가였다. 글을 대량 생산해야 할 시기는 벌써 지났다.
밤에는 또 슈퍼마켓에 가서 먹을 것을 사 와 그걸 먹으면서 맥주를 마셨다. 라디오 지방 FM 방송국에서 앤드류 골드의 〈Lonely Boy〉를 내보내자, 그리움에 가슴마저 들떴다. 혼자 보내는 밤이 이렇게나 자유롭다니.
--- p.19

“너 왜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건데? 그냥 인사과에 사표 던지고 와.”
후지타가 조금 분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10년 전이라면 그랬겠지만 나도 이제 마흔여섯이야. 정규채용으로 이직하긴 너무 어려운 나이니까.”
구니히코가 솔직히 대답하자 후지타는 한숨을 쉬며 “너도 참 잘 버틴다”며 얼굴을 붉혔다.
“나라면 벌써 사표 내던지고 당장 회사 때려치웠을 거야. 그리고 좀 더 좋은 일자리를 찾거나, 아예 내 사업을 차려서 보란 듯이 성공하려고 하겠지. 그게 남자다운 거 아니겠어?”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이것도 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니까.”
“너, 지금 일을 앞으로도 계속할 셈이야?”
“당사자는 나인데 네가 왜 화를 내?”
뜻밖의 실랑이가 벌어지자 둘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다만 후지타에 대한 악감정은 없었다. 이 동기는 회사에 대해서도 화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 p.103

“다무라 씨!”
이곳저곳에서 젊은 여자들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요즘 유키가 제일 인기가 많다. 젊고, 활약도 대단한 데다 독신이기 때문이다.
여자 팬들은 조금이라도 이쪽을 보게 하려고 유키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펼치며 목청 터지게 소리친다. 마이코는 그 광경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았다. 흥, 여기에 유키의 여자친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자기 연인에게 팬이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특별한 기분이 들게 해줬다. 여자 팬들은 각자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가공의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유키의 진짜 얼굴을 아는 건 자신뿐이다.
--- p.136

“저기요, 이 영상, 마음대로 내보내지 마세요.”
야스히코가 리포터에게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고요. 이것도 다 뉴스 보도 아닙니까.”
“거짓말하지 마세요. 이거 와이드쇼잖아요.”
“보도 형식으로 내보내면 다들 주목할 겁니다. 그러니까 아마 저녁 뉴스에도 방송되지 않을까요.”
“잠깐만요!”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는 야스히코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텔레비전 방송 취재진은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또다시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다들 스마트폰 렌즈를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 야스히코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허리에 손을 댄 채 슈퍼맨 포즈를 취해 보였다.
--- p.222~223

나오키는 실물을 보고 완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이런 좋은 차가 백만 엔이라니 이렇게 이득을 보는 구매가 다 있는지. 판다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다. 얼마나 귀여운 디자인인지. 이것이야말로 이탈리아인의 장난기다.
“그럼 차량 내부도 보시죠.”
재촉을 받아 좌핸들 운전석에 앉아본다. 황량할 정도로 심플한 계기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나오키는 필요 최소한의 미학을 다시금 통감했다. 현대 공업 제품은 하나같이 전부 장식이 과하다. 시험 삼아 엔진을 켜봤다. 부르릉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어쩐지 그리운 옛날식 엔진 소리다. 문득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판다의 인테리어에 어울리지 않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붙어 있었다.
--- p.24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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