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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 양장 ]
백온유 | 창비 | 2022년 07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69건 | 판매지수 8,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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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2년 07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34g | 128*188*20mm
ISBN13 9788936438807
ISBN10 8936438808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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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흔들리는 마음과 마음 사이, 새 빛이 열린다] 전염병을 앓고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돌보는 한 가족과, 병을 옮긴 후 사라진 다른 가족. 피할 수도 지울 수도 없이 밀어닥친 현실을 가까스로 살아내는 사람들, 아슬하게 버텨온 마음과 마음은 서로 부딪히며 위태롭다가 결국 또 다른 빛을 찾는다. 돌봄과 죽음, 용서와 화해, 새로운 성장의 이야기 -소설PD 박형욱

시원쌉쌀한 여름의 맛, 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상·오늘의작가상 『유원』을 잇는 빛나는 성장소설
“준비할 시간이 있다면, 분명 사랑을 말했을 것이다.”

소설가 정이현, 문학평론가 김지은 추천!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이것이 백온유 소설만의 조용한 힘이다.
- 정이현(소설가)

지금까지 이런 경로의 형이상학을 소설에서 본 적이 없다.
- 김지은(문학평론가)

“담대한 소설적 기량” “이 시대의 가장 긴요한 감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데뷔작 『유원』으로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과 제44회 오늘의작가상을 거머쥔, 한국문학의 새로운 얼굴 백온유. 작가 백온유의 두 번째 장편소설 『페퍼민트』가 출간되었다. 『유원』에서 비극적인 사건의 생존자 유원이 겪는 윤리적 딜레마와 갈등을 섬세하게 포착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돌봄과 죽음, 용서와 화해를 가로지르며 한층 확장된 문제의식을 보여 준다. 열아홉 살 시안과 해원이 6년 만에 다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돌이킬 수 없이 어긋난 두 주인공의 관계와 내면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감각이 돋보이며,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밝은 자리로 나아가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의지가 빛난다. 전작 『유원』과 함께 나란히 기억될 눈부신 성장소설이다.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엄마 덕분에 내가 안정적인 유년기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늘 나를 편안하고 자유롭게 해 주었다. 나는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다. 보답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나를 세뇌한다.
--- p.28

내가 깜빡 존 사이에 엄마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그런 두려움 때문에 쏟아지는 잠을 쫓는 마음을 넌 모르겠지. 해원의 빡빡한 일정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기 시작한 후로 나는 내가 세상에서 얼마나 낙오되어 있는지 실감했다. 보통 사람들의 진도를 죽을 때까지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내 미래에 실망하게 되었다.
--- p.71

사실 시안이 무작정 찾아온 그날, 해원은 집으로 돌아오며 다시는 시안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속속들이 다 아는 인간이, 최악의 모습까지 다 아는 인간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스럽고 수치스러웠다.
--- p.77

엄마는 고여 있는 것 같다가도 우리 삶으로 자꾸 흘러넘친다. 우리는 이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필 것이다. 우리는 썩을 것이다. 아빠가 썩든 내가 썩든 누구 한 명이 썩기 시작하면 금방 두 사람 다 썩을 것이다. 오염된 물질들은 멀쩡한 것들까지 금세 전염시키니까.
--- p.121~122

가만히 해원의 기분을 짐작해 보았다. 해원의 슬픔까지 천진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해원이 겪는 이별이나 시험마저 질투하는 내가 싫었다. 문득 더는 속이고 싶지 않아졌다.
--- p.124

“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
--- p.191~192

우리는 재난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 그 누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병을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그게 마지막 대화라는 걸 알았다면 엄마는 내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엄마는, 우리는, 분명 사랑을 말했을 것이다.
--- p.220

아프면 위로받아야 하는 거지,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그 말이 해원의 입 안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해 주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를 돌봐 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편히 아플 수 있다는 것을 해원은 깨달았다.
--- p.226

그때, 누군가의 숨결 같은 바람이 등을 떠밀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늘을 벗어나 한걸음, 햇볕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 p.265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열아홉 살 시안은 학교가 끝나고 매일 병원에 간다. 식물인간 상태로 늘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엄마를 간병하기 위해서다. 엄마는 몇 년 전 온 사회를 휩쓸고 지나간 전염병 프록시모에 감염된 후유증으로 식물인간이 되었다. 전문 간병인 최선희 선생님과 시안, 아빠가 돌아가며 엄마를 돌보지만 엄마는 깨어날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가족만은 특별하다고, 서로를 지켜 줄 거라고 믿고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엄마의 손발을 주무르고 엄마의 소변 통을 비울 때마다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열아홉 살 해원(지원)은 평범하게 남자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매년 프록시모 백신 접종을 할 때면 식은땀을 흘리며 손이 떨린다. 해원의 가족이 슈퍼 전파자가 되어 지역 사회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기억 때문이다. 그 후로 해원은 ‘김지원’이라는 평범한 이름으로 개명하여 동네를 떠나 자신을 아는 사람들을 피해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남들처럼 남자 친구 문제로 고민하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시안은 우연히 해원의 오빠 해일을 마주치고, 잠적 후 일상을 회복하며 살고 있는 해원의 가족 이야기를 듣는다.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말에 시안은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한때 쌍둥이 자매처럼 지냈던 해원을 찾아간다. 엄마가 회복되었다고 속인 채 해원에게 접근해 예전처럼 가까워지며 과거의 좋았던 추억과 현재의 고통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시안. 돌이킬 수 없이 갈라져 버린 두 가족의 상황을 견디다 못한 시안은 해원에게 엄마의 상황을 알리고 오래도록 고민하고 시달렸던 어떤 일을 해 달라는 제안을 하는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시원쌉쌀한 풀잎 향이 퍼져 나갔다
그날의 기억이 지금의 나에게로 끼쳐 왔다


시안은 매일 페퍼민트 차를 우린다. 몇 년째 병상에 누워 있는 엄마를 위해서다. 6년 전 시안의 가족이 전염병 ‘프록시모’에 감염된 뒤, 엄마는 회복되지 못하고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 나아질 가망이 보이지 않는 엄마를 포기할 수 없는 마음과 간병 생활의 괴로움, 문득 지겹다는 생각을 하고 만 뒤 몰려오는 죄책감까지, 시안을 괴롭히는 감정은 다양하다.

어린 시절 가족과 다름없이 지내던 사이였지만 병을 옮기고 잠적하여 사라진 해원을 다시 만났을 때, 시안의 감정은 어떠할까? 스스로도 분명히 말할 수 없는 소용돌이를 품은 채 엄마도 건강히 회복되었다고 거짓말을 하며 해원을 만나면서, 시안은 ‘열두 살로 돌아간 것처럼’ 웃고 애틋해지다가도 해원의 입시나 남자 친구 고민을 듣고 있을 때면 같아질 수 없는 두 사람의 상황을 자각하고 만다.

“내가 깜빡 존 사이에 엄마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그런 두려움 때문에 쏟아지는 잠을 쫓는 마음을 넌 모르겠지. 해원의 빡빡한 일정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기 시작한 후로 나는 내가 세상에서 얼마나 낙오되어 있는지 실감했다. 보통 사람들의 진도를 죽을 때까지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내 미래에 실망하게 되었다.” 본문 71면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사는 듯 보이는 해원에게도 깊은 불안이 있다. 농담으로 던진 ‘병을 옮긴다’는 말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지원’이라는 흔한 이름으로 개명까지 했지만 자신의 과거를 사람들이 알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 자신의 과거를 모두 아는 시안이 나타났을 때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있는 듯 보였던 해원의 세계가 다시 요동친다. 작가는 이처럼 위태로운 관계에 놓인 시안과 해원의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원망과 거짓, 죄책감과 불안이 마주치며 만들어 내는 팽팽한 긴장을 포착하는 묘사가 돋보이며, 각기 다른 입장에 처한 두 사람이지만 독자로 하여금 고르게 몰입하여 곁에 머물게 만든다.

내일을 살아낼 우리를 위해
밝은 자리로 이끄는 용서와 화해


시안의 페퍼민트 차는 엄마를 위한 돌봄의 차이기도 하지만 지친 시안에게 “여유와 평화”(190면)를 주는 차이기도 하다. “20대의 이시안과 30대의 이시안, 40대의 이시안이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소변 통을 비우는 모습을 내가 상상하고”(211면) 마는 숨 막히는 현실이지만, 작가는 엄마의 간병인 최선희 선생님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그리고 돌봄이란 모두가 지나야 할 시기임을 받아들이고 미리 상상해 보기를 주문한다.

“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 본문 191-192면

시안은 그런 미래를 상상해 보고, 최선희 선생님과 함께 두려움과 슬픔을 나누며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면, 분명 사랑을 말했을 것’이라는 시안의 말은 그래서 더욱 아프고 간절하다. 있을 것 같지 않던, 준비할 수 없었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멈춰 있던 시안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처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나누었던 사랑을 기억하며 지금을 살아 내는 일. 이를 통해 상상할 수 없던 다음을 찾아내는 일. 시안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성장을 의미하며, 매일을 살아 내는 우리 모두의 성장과도 다르지 않다. 햇볕 속으로 나아가는 시안의 발걸음을 살피는 작가의 시선은 미덥고 다정하다.

한국문학의 젊은 미래
백온유 작가가 선보이는 또 하나의 성장


소설에는 많은 돌봄이 등장한다. 아이를 돌보고 강아지를 돌보고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 엄마를 돌본다. 그리고 이는 누군가의 삶을 유지하는 일이라는 깨달음으로 모아진다. 전작 『유원』에서 생존자들이 떠안는 죄의식을 들여다보았던 작가의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 일반적인 일상의 세계가 붕괴되고 나서야 보이는 돌봄의 자리로 향한다. “엄마는 나를 키우는 동안 자신의 삶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한 적 있을까.”(121면)라며 질문을 던지는 시안의 독백이 엄마의 간병이 지우는 무게와 다르지 않게 서늘하게 들리는 것은 그런 이유다. 공백이 있고 나서야 보이는 돌봄의 중요성은 일상을 떠받치는 것들에 대해 질문해 온 오늘의 한국문학이 치열하게 고민하는 지점과 닿아 있다. ‘회복과 생존’에 이어 ‘돌봄과 생명’으로 향하며 문제의식을 갱신하고 있는 작가의 감각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문학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작가의 두 번째 발걸음을 뜨겁게 응원하게 되는 수작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생애 주기 속에서 길든 짧든 대다수의 사람들이 통과하게 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간병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전력으로 회피한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다가 어느 날 예고 없이 그날이 도래하면 신발을 뺏긴 채로 한겨울 거리에 내몰린 아이처럼 아연해져 떨게 될 것이다.

한발 앞서 미리 상상할 수 없을까. 상상으로 면역력을 기를 수는 없을까. 조금 더 의연할 수 있도록.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소설을 쓰면서도 피하고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소설을 쓰는 동안 내 상상 속에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다치거나 의식을 잃었다. 몇몇은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간신히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다. 고통스러운 마음의 끝에는 이기적이게도 ‘그러면 나는 어떡하지, 어떻게 살아가지.’ 하는 공포가 자리하고 있었다.

감염병을 겪으며 사람들은 우리 안에 도사리는 무수한 두려움을 공유했고, 서로를 염려하는 마음은 회복의 실마리가 되었다. 그 마음을 한 번 더 믿어 보고 싶다. 우리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불안을 나눈다면 소중한 사람을 보호하면서 일상을 지속하는 삶과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세계를 이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 이야기가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작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기를 바란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감염병의 시대가 끝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누군가는 수월하게 회복되었고, 누군가는 크고 작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 있는 사람이 있다.

백온유 작가는 식물인간을 ‘식물적인 인간’이라고 쓴다. 둘은 어떻게 다른가. 그저 다르다. 가만히 다르다. 그 차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으면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것이 백온유 소설만의 조용한 힘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페퍼민트를 머금은 것처럼 혀끝이 아리고 가슴이 차츰차츰 저며 온다는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 던져진 십 대의 슬픔과 죄책감과 딜레마가 너무도 생생히 느껴져서다.

『페퍼민트』의 인물들은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으려 안간힘 쓰면서 혼란을 통과해 간다. 점점 단단해져 간다. 자신들의 방식을 새로 만들어 혼돈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 안간힘과 의지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희망을 읽는다. 시안도 해원도 이젠 햇볕 아래에서 조금 더 행복하기를. 너희에겐 그럴 자격과 권리가 충분하다.
- 정이현 (소설가)

돌봄의 총량이 있는 이 세계에서 어떤 책임은 지독하게 치우쳐진 채로 누군가에게 내맡겨져 있다. 이 소설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며 자신의 삶을 지키려 한 어느 삶의 이야기이다. 돌봄의 공백 위에 서서 잠들기를 포기한 ‘영 케어러’ 시안은 묻는다. 돌봄의 위탁은 양심의 위탁인가.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 존엄을 지켜 낸다는 것은 가능한가. 너의 불면 속에서 나의 숙면은 가능한가. 이 소설을 읽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해답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를 돌보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돌볼 것인가.

이 소설은 한 생명의 소실점을 향해 정교한 내면의 언어로 육박한다. 죽음의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데려가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목격시키고야 만다. 생명이 정육처럼 등급으로 환산되는 시대에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수호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이것은 누구에게도 위탁하지 못할 나의 존엄에 대한 질문을 위한 사전 응답이다.

성장은 벗어남과 떼어 냄을 거쳐 끊음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한편 모든 사람은 생명의 이어짐 덕분에 살고 있으며 그 이음의 출발에는 가족이 있다. 이 소설은 끊음을 끊임없이 추적하는 얘기다. 끊어야 자랄 수 있는 주인공 시안이 제발 끊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할 때 느낀다. 그동안 내가 수호한다고 믿었던 것들은 얼마나 엷은 감정인가. 죽이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살리고자 하는 마음을 끌어내고 결국 잇게 만드는 『유원』의 작가 백온유의 두 번째 소설이다. 지금까지 이런 경로의 형이상학을 소설에서 본 적이 없다.
- 김지은 (문학평론가)

회원리뷰 (69건) 리뷰 총점9.8

혜택 및 유의사항?
페퍼민트 (백온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h****m | 2022.09.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름만 들어봤던 작가였는데 이번에 책을 얻게 되었고, 작가의 이름과 싱그러운 책 페이지에 이끌려 읽었습니다. 싱그러운 느낌과는 달리 꽤나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로 마음을 울리는 책이었어요.  기나긴 코로나 시대가 3년째 지속되다 보니 소설 속 상황과 주인공들의 심리가 현실과 맞닿아 있는게 자연스레 느껴집니다. 코로나 유행 초반에 슈퍼 전파자가 언론에 등장하면서;
리뷰제목

이름만 들어봤던 작가였는데 이번에 책을 얻게 되었고, 작가의 이름과 싱그러운 책 페이지에 이끌려 읽었습니다. 싱그러운 느낌과는 달리 꽤나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로 마음을 울리는 책이었어요. 

기나긴 코로나 시대가 3년째 지속되다 보니 소설 속 상황과 주인공들의 심리가 현실과 맞닿아 있는게 자연스레 느껴집니다. 코로나 유행 초반에 슈퍼 전파자가 언론에 등장하면서 너무 쉽게 비난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은 프록시모 바이러스라는 감염병이 한 차례 휩쓸고 간 6년 후의 모습을 그립니다.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친밀했던 관계조차도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질병에 의해 무너진 가족을 돌보는 간병인과 남은 구성원들의 삶이 얼마나 훼손되는지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하는 작가의 문체가 좋았습니다. 어떤 인물도 미워할 수 없고, 모든 인물의 행동과 방식에도 공감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간병 문제, 감염병 이슈 등 비교적 최근에 사회적으로 계속해서 이슈가 되었던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파고듭니다. 그래서인지 책은 잔잔한 문체인데도 불구하고 몰입감이 대단합니다. 읽고 나니 이 책을 읽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지는 느낌이 드네요. 

나는 엄마의 유일한 딸이라서 모든 마음을 다 받고 자랐다. 염려, 걱정, 사랑. 엄마를 사랑하면서 엄마 곁에서 보내는 시간을 낭비로 여긴다는 게 미안하다. 엄마는 나를 키우는 동안 자신의 삶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한 적 있을까.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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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페퍼민트 - 백온유 장편소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l**********e | 2022.09.1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생애 주기 속에서 길든 짧든 대다수의 사람들이 통과하게 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간병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전력으로 회피한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다가 어느 날 예고 없이 그날이 도래하면 신발을 뺏긴 채로 한 겨울 거리에 내몰린 아이처럼 아연해져 떨게 될 것이다. 한발 앞서 미리 상상할 수 없을까. 상상으로 면역력을 기를 수는 없을까. 조금 더 의연할 수;
리뷰제목

 

생애 주기 속에서 길든 짧든 대다수의 사람들이 통과하게 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간병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전력으로 회피한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다가 어느 날 예고 없이 그날이 도래하면 신발을 뺏긴 채로 한 겨울 거리에 내몰린 아이처럼 아연해져 떨게 될 것이다. 한발 앞서 미리 상상할 수 없을까. 상상으로 면역력을 기를 수는 없을까. 조금 더 의연할 수 있도록.

...

감염병을 겪으며 사람들은 우리 안에 도사리는 무수한 두려움을 공유했고, 서로를 염려하는 마음은 회복의 실마리가 되었다. 그 마음을 한 번 더 믿어 보고 싶다. 우리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불안을 나눈다면 소중한 사람을 보호하면서 일상을 지속하는 삶과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세계를 이룩할 수 있지 않을까.

<페퍼민트> 작가의 말, 266~267쪽

 

기약 없는 기다림과 매일을 싸우고 있을 간병인들의 삶에 들어가 볼 수 있는, 따라서 그들의 삶과 그들이 느낄 감정들을 고스란히 이해해 볼 수 있는 소설, <페퍼민트>. '간병'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보통의 우리들은 쉽게 겁에 질리기 마련이다. 예상치 못한 삶의 순간에 갑작스레 다가오는 간병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길, 비록 그 기간이 길지 않더라도 간병인으로서 보내는 시간들로 인해 좌절하지 않길 바라는 백온유 작가님의 마음에서 탄생하게 된 소설, <페퍼민트>.

 

'도대체 해원(지원)과 시안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의문은 이 소설의 중반부에까지 이어진다. 중후반부에 가서야 둘 사이 있었던 일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던 시안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사건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평범하게만 살게 해주세요'라 소원을 비는 이들이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것도 꽤나 어려운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글이 떠오른다. 독자들은 <페퍼민트>를 읽으며 평범함의 가치에 대해서 재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재작년부터 가족을 간병하는 시간도 노동 시간으로 인정되어 나는 최저 시급을 받는 노동자가 되었다. 주말을 제외하고 5일, 하루 최대 7시간까지만 인정되지만 그래도 내겐 큰돈이었다. 아빠는 내가 간병을 해서 받은 돈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 그 돈을 모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차를 사거나, 멀리 여행을 가거나, 유학을 가라고 했다.

<페퍼민트>, 63쪽

 

간병인 생활은 시안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시안은 기약 없는 기다림, 오랜 간병인 생활, 그럼에도 성과 없는 결과에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너 학원 어디 다닌다고 했지?"

"우리 학교 근처. 근데 왜?"

"거기 EBS 강사 출강하는 곳 맞지? 수업 끝나면 너희 학원 앞으로 갈게. 아이스크림 먹자."

"오늘은 안 돼. 학원 늦게 끝나."

"저번에도 바쁘다더니. 왜 넌 맨날......"

...

내가 깜빡 존 사이에 엄마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그런 두려움 때문에 쏟아지는 잠을 쫓는 마음을 넌 모르겠지. 해원의 빡빡한 일정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기 시작한 후로 나는 내가 세상에서 얼마나 낙오되어 있는지 실감했다. 보통 사람들의 진도를 죽을 때까지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내 미래에 실망하게 되었다.

<페퍼민트>, 71쪽

 

시안은 '그 사건' 이후에 해원을, 해원의 오빠 해일을 처음 만났다. 쫓겨나듯 도시를, 집을 떠났던 해원 가족을 대하는 시안의 태도와 감정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황이 바뀜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는지 찾아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묘미이다. 시안을 둘러싼 환경에 온전히 집중해 상상해 본다면 그녀가 느끼고 있는 감정과 생각에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노력과 정성이 물거품이 되는 느낌은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이 365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 20대의 이시안과 30대의 이시안, 40대의 이시안이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소변 통을 비우는 모습을 내가 상상하고 만다는 거야."

<페퍼민트>, 76쪽 & 211쪽

 

처음에는 조그마한 변화에도 희망을 느낀 시안. 몇 달 정도만 참으면 이 답답하고 숨 막히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사의 단호하고 차가운 진단, 의학 서적에 적힌 선례들, 그리고 원칙들. 이 모든 것의 예상을 깨고 마치 이들을 비웃듯 어느 날 기적처럼 회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시안은 처음엔 이 기적이 자신의 가족에도 찾아오길 바랐을 것이다. 기약 없는 하루 하루를 이 희망 하나로 버텼을 것이다.

 

해원과의 시간은 편안하고 즐거웠을 뿐 아니라, 강렬했다. 나는 집에 와서도 생생하게 그날을 곱씹었다. 해원과 신촌에서 놀던 시간들이 자꾸 떠올랐다. 떠올리면서 피식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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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해방촌에 가자고 했던가. 나는 틈이 날 때마다 해방촌 맛집을 검색하다가도 이런 내 모습에 소름이 돋아서 괜히 해원의 연락을 무시했다. 그게 내가 나를 벌주는 방법이었다.

<페퍼민트>, 110~111쪽

 

친한 친구와 VR 게임방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기. 딸기 탕후루를 물고선 서로의 표정에 깔깔대기. 발이 닿는대로 거리의 옷 가게로 들어가 이 옷 저 옷 걸쳐 보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기. 이 모든 것은 여느 평범한 학생들게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같은 학교, 같은 도시, 같은 나라의 수많은 경쟁자들과 매일을 싸우는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마음 맞는 친구와의 소소한 일탈일 것이다. 시안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가능했다면 친한 친구들과 방과후에 맛있는 것도 먹고 재밌는 곳에 놀러가며 회포를 풀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시안은 평범함을 박탈당한 채 병원으로, 학교로, 사회로 내던저져야 했다.

 

"일이 있었다며. 아빠가 그날 저녁에 와 줄 수 있냐고 전화를 하셨는데 나도 사정이 있어서 나올 수가 없었어. 마음이 편치 않더라."

"그냥, 그날은 일이 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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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거칠고 강한 인상과는 달리 선생님은 섬세하고 꼼꼼한 사람이다. 최선희 선생님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주 가끔, 서운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절대로 시간외 근무를 하지 않는 것,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 것. 이건 선생님이 세운 규칙인 듯했고 예외는 없었다.

<페퍼민트>, 111쪽

 

최근 들어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전문 간병인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게 되었다. 소설 속에 종종 등장하는 최선희 선생님을 떠올리며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직업으로서의 간병인의 입장을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간병인 업무를 보다 보면 환자의 보호자보다도 환자에게서 더 많은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세심한 관찰력을 지닌 간병인이라면 보호자가 발견하지 못한 조그만 부분까지도 캐치해 낼 것이다. 자신의 노력 덕분에 환자의 상태가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할 것이고 감사할 것이다. 자신의 손을 거쳐간 환자들이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때로는 빛을 발하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약간은 거칠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마음씨가 따뜻한 최선희 선생님도 긴 시간 동안 시안의 엄마를 돌보며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을 것이다.

 

시안과 같은 보호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서운할 수 있으나 책임감과 사명감이 요구되는 전문 간병인에게도 분명히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또한, 누구나 그렇듯 최선희 선생님도 가정이 있고 나름의 삶이 있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 외에 추가 근무를 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의지는 곧 그녀가 맡은 일을 최대한 잘 해내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리라 추측한다. 간병인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맡은 임무를 잘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휴식은 어느 직업인에게나 필요한 것이나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되는 전문 간병인에게도 일정 시간의 휴식이 더욱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문득 VR룸에서 총으로 좀비를 쏴 죽이던 기억이 났다. 언제든 누군가를 쏘고도 남을 만한 분노가 내게 장전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해원을 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내 정신은 또렷했다. 어느 정도 충동적이긴 했지만 흥분한 상태는 아니었다. 해원이 두려워하는 것은 다시 회자되는 것. 사람들의 경멸을 견디는 것. 나는 그걸 잘 알았다.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을 찾은 느낌이었다.

<페퍼민트>, 162~163쪽

 

시온의 분노는 해원을 향했다. 해원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냈고 그 약점을 이용해 해원을 철저히 괴롭힐 생각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괴로운 시간을 여전히 보내고 있는 사람은 시온 자신이었으니까.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지 해원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해원도 그에 대응하는 삶을 살길 바라는 시온. 해원에게 지난 날의 시간들은 절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였다. 동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인터넷 악플 세례를 받으며 해원은 고통의 나날을 보냈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녀의 정신 상태는 개선되었고 일말의 두려움을 털어내기 위해 김해원이 아닌 김지원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시온을 만나고 조금은 두려웠지만 어린 시절 워낙 친했던 사이였기에 시온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던 해원. 해원은 갑작스레 공격적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시온이 무서웠지만 시온이 보여준 그녀의 삶의 실상을 보고는 만감이 교차한다. 시온을 더이상 보기 싫었던 마음은 이내 죄책감으로 뒤덮였다.

결정적으로 후반부에 해원 덕분에 시온의 가족은 위기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게 되었다. 해원은 시온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시온은 그런 그녀를 용서했으며 그렇게 둘은 화해하게 된다. 시온은 해원의 안전한 일상과 미래를 위해 해원과 거리를 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소설은 마무리된다.

 

 


하루 아침에 평범함을 박탈 당한 어린 학생이 마주한 세상이 어떠한지 여실히 드러나 있는 소설, <페퍼민트>. '간병'은 바쁜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또는 간병 생활을 경험해 본 주변 사람들이 없다면 잊기 쉬운, 떠올리기 힘든 소재이다. 간병인 생활과 관련해 여러 차례, 이곳 저곳을 취재를 하며 노력한 끝에 더욱 실감 나게 소설을 다듬음으로써 독자들이 '간병'과 관련된 여러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만들어주시고 간병인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신 백온유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이 리뷰는 출판사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페퍼민트 #백온유 #백온유장편소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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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페퍼민트] 상처와 고통이 아닌 희망에 대한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까***앤 | 2022.08.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도서협찬 #페퍼민트 #백온유 #창비   엄마가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뒤, 나는 배터리가 없어 꺼졌던 엄마의 휴대폰을 충전시켰다. 켜지자마자 밀려들던 메시지들로 나는 한 사람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얼마나 비싼지 알게 되었다. (···) 나는 휴대폰을 통해 한 사람이 세상에서 잊히는 과정을 본다. 엄마의 휴대폰 번호는 그대로 살아 있는데 아무도 엄마에;
리뷰제목


 

#도서협찬 #페퍼민트

#백온유 #창비

 

엄마가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뒤, 나는 배터리가 없어 꺼졌던 엄마의 휴대폰을 충전시켰다. 켜지자마자 밀려들던 메시지들로 나는 한 사람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얼마나 비싼지 알게 되었다. (···) 나는 휴대폰을 통해 한 사람이 세상에서 잊히는 과정을 본다. 엄마의 휴대폰 번호는 그대로 살아 있는데 아무도 엄마에게 안부 문자나 전화를 하지 않는다. 가끔 오는 문자들은 돈을 빌려주겠다든지, 선거에서 꼭 투표를 해 달라든지, 무슨 요금을 언제까지 납부해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뿐이다. 엄마를 찾아오는 사람은 이제 없다. _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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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을 겪으며 사람들은 우리 안에 도사리는 무수한 두려움을 공유했고, 서로를 염려하는 마음은 회복의 실마리가 되었다. 그 마음을 한 번 더 믿어 보고 싶다. 우리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불안을 나눈다면 소중한 사람을 보호하면서 일상을 지속하는 삶과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세계를 이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 이야기가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작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기를 바란다. _작가의말

 

일상에 갑자기 스며든 전염병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증상은 있었지만, 생계를 위해 출근해야 했고 그러다 감염병인 걸 알게 되었을 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된 뒤였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살기 위해 자신의 길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

하지만 누군가는 감당하기 버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고 있다. 감염병이 지나가고 후유증으로 잠시 엄마의 심장이 멈췄던 몇 분, 그 시간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시안과 아빠는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해일을 통해 해원을 찾아가게 되고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해원의 삶.

 

이웃에 살며 서로의 엄마를 이모라 부르고, 가족처럼 가까이 살았지만, 감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시간은 그들의 거리도 그만큼 멀어지게 했다. 해일과 해원을 만나며 좋았던 시절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웃기도 했지만 그들과 자신의 삶과 엄마를 돌보며 살아가야 하는 시안의 삶은 조금씩 한계에 다다르는 것 같다. 시안 엄마의 상황을 뒤늦게 알게 된 해원, 그런 해원의 이야기를 듣고 보인 엄마의 반응.. 어쩌면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거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멈춰있는 삶과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은 함께 할 수 없겠구나, 서로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겠구나 라는 씁쓸함과 안타까운 마음은 이 시간들도 어떻게든 통과하고 또 살아가게 되는건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원에게 책임을 묻는 게 타당할까. 따지자면 해원보다는 해원의 엄마를 추궁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 해원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는 것은 어쩌면 ····· 비약이겠지만 더 이상 그런 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면 뭘 원하는데?

저 애가 내가 느끼는 고통의 일부라도 이해하는 것. 과거를 잊고 편히 사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는 것이 고약한 마음이라는 건 나도 알았다. 하지만 그래서 뭐? 누구의 인생은 망했는데 해원의 행복은 보장되어야 할 이유라도 있나? _148p.

 

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_191~192p.

 

#소설 #소설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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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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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딸아이가 만족하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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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황**랑 | 2022.08.24
평점5점
뭉클하면서도 잔잔한 이야기. 책을 펼치고 정신없이 읽었던 것 같다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로얄 이*뤼 | 2022.08.05
평점5점
어른인 우리도 견디기 힘들었을 상황. 둘은 그렇게 성장하는 모양입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로얄 꿈*******자 |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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