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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핑

: “그대, 패들링을 멈추지 말아요”

아무튼, OO-051이동
안수향 | 위고 | 2022년 07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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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2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56g | 110*178*20mm
ISBN13 9791186602881
ISBN10 1186602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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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 모든 것은 당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죽는다는 것은 비극이 아니다” _마크 푸
“세상에서 가장 큰 죄악은 바다에 대한 사랑을 잃는 것이다” _레어드 해밀턴
“형편없는 날을 보내고 있다면 파도를 타라”_프로스티 헤슨
“스타일이란 당신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것이다” _마크 리처즈
“이 모든 것은 당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_켈리 슬레이터

짐작했겠지만 서핑에 관한 명언이다. 그런데 서핑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현자가 들려주는 삶에 대한 진언(眞言)처럼 들리지 않는가? 삶을 서핑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핑이 삶의 원초적인 무언가―즐거움인 동시에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있음―에 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서핑』은 어린 시절 배드민턴 선수생활을 하던 저자가 배드민턴 라켓 대신 카메라와 서프보드를 쥐게 되면서 삶의 큰 변화가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현재 사진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저자는 물방울에 홀려 카메라를 쥐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서핑을 접하게 되면서 ‘물가에 서 있기보다 바다에 뛰어드는 삶의 태도’를 얻게 된다. 『아무튼, 서핑』은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무언가에 ‘열심’인 마음, 그리고 그 마음으로 나의 세계를 가꾸며 확장해가는 이야기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패들링을 멈추지 말아요
우리 같이 서핑하러 갈까?
윤슬
운동하는 마음
두려움의 꼴
우중 서핑
물방울들
파도는 언제 오는가
그저 더 오래 서핑을 하고 싶었을 뿐
매직 보드는 어디에
다양한 방식으로
오늘 내 세계의 끝에는
겨울 서핑
바다 사용료
울지 마 괜찮아 할 수 있어
한숨 푹 자고 우리는 바다에서 만납시다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대부분의 운동이 ‘0’에서 ‘1’을 더해가는 일이라고 치면 서핑은 ‘0’에서 ‘0.1’로 겨우 갔다가 ‘-3’으로 굴러떨어지는 일 같다. 근데 그 ‘0.1’이 미치도록 좋아서, 고작 파도 하나 타려고 몇 시간 동안 물살을 버티곤 한다.
--- p.11

서핑은 하면 할수록 ‘파도타기’라는 말로는 대체되지 않는 포괄적 의미로 다가온다. 서핑을 삶의 큰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난 뒤 얼굴과 표정이 달라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서퍼라고 하면 떠올리는 외모, 가령 까만 피부나 타투, 자유롭고 개방적인 태도 때문이 아니다. 이유는 눈빛에 있다. 사람의 눈에도 윤슬이 인다는 걸 서핑을 하며 처음으로 알게 됐다. 서퍼들의 눈에 바다가 스민 걸까, 혹은 다른 무언가가 그들의 눈을 뜨게 해준 것일까. 나는 자주 그들에게서 맑은 눈빛을 본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 행복하다 말한다.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며 미소 짓는다. 그 표정이 사뭇 생경하다 여기면서도 가끔 서핑을 하고 난 뒤 거울에 비친 내 표정을 볼 때면 나도 그들과 같은 듯해 한 번 더 웃게 된다.
--- pp.26-27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크기는 달라서 이토록 애먼 노력이 필요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나처럼 좋아하는 것을 성취하고픈 마음보다 장애물들이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나는 나름의 단계를 시도하면서 이제는 큰 파도에 도전하지 못해서 느끼는 좌절감보다 어떻게든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는 기쁨을 더 크게 느낄 줄 알게 됐다(이 글이 부디 비슷한 이유로 서핑을 망설였던 나 같은 사람에게 닿아서, 장벽 너머에 있는 값진 마음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 p.46

어른이 되면 단단해진다. 어른은 잘 울지 않기 때문이다. 잘 웃지 않기 때문이다. 단단함을 얻은 대신 우리는 오만하고, 편견으로 가득해진다. 반면 아이는 보드랍고 연약하다. 우리는 대개 이 연약함을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하지만, 연약함이란 사실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음이고 무엇으로든 나아갈 수 있음이다. 그러니 연약함은 모든 존재를 품을 수 있는 상태다. 기쁨, 슬픔, 무력함, 환희…. 연약함을 보듬어 잘 간직한 어른이 비로소 시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 pp.27-28

125분의 1초의 셔터스피드로 피사체를 포착하면서 살아 있다고 느끼는 감각과 내 신체가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느끼는 감각은 꽤 비슷하다. 수없이 반복해온 습작들이 모여 결국 작품으로 완성되듯 매일 땀 흘리며 반복한 동작들이 승리, 또는 승리에 비견되는 환희로 치환된다.
--- p.58

사실 파도가 좋고 안 좋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늘 서핑을 했나 안 했나가 중요할 뿐. 파도가 좋으면 좋은 대로 즐겁게 서핑할 것이고, 파도가 나쁘면 또 나쁜 대로 공부가 될 것이다. 나는 종종 파도가 없는 날에도 서프보드를 들고 바다에 간다. 패들링 연습을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냥 바다에서 노는 게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가끔 파도가 아주 없는 줄 알았는데 깜짝 파도가 오기도 한다. 그럴 땐 정말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 내가 이렇게나 감사할 일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어질 정도다. 그저 재미 삼아 하는 운동이라기에는 내 삶을 너무나 크게 뒤흔들고,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하기에는 아드레날린으로 나를 너무나 쉽게 휘두르는, 서핑은 너무나 까탈스러운 상대다. 그러나 무엇이어도 좋고 무엇이 아니어도 좋다. 언제라도 좋으니 그저, 나는 바다에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나의 바다에는 늘, 오래도록 서핑이 있었으면 좋겠다.
--- pp.68-69

사이드라이딩을 하는 동안 용기를 내어 손을 뻗고 파도의 표면을 만졌다.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촉감은 무척 생생했다. 이 세상에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이란 ‘아름답다’ 라거나 ‘짜릿하다’ 같은 형용사가 아닌 ‘있다’, ‘보다’, ‘느끼다’ 같은 동사로 온다. 그러니 우리는 자꾸 움직여야 한다. 우울이나 불행에 가만히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저 행복을 따라잡기 위해. 그렇게 어떻게든 움직일 때,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작동할 때, 비로소 진실로 살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pp.105-106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먼 북소리』에 ‘월드 엔드(세상의 끝’ 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저마다 세상의 경계가 다르다는 그의 노련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내가 확장해온 세계를 생각한다. 허술해도 아름다운 그림이 있듯, 아직 빈곤하기 짝이 없지만 나의 세계 하나쯤은 그렇대도 좋을 것이다. 오늘 내 세계의 끝엔 붉게 저무는 해가 있고 사막이 있고 푸른 눈을 한 나의 친구들이 있다. 서핑 한번 하려고 이 먼 아프리카까지 온 나도 신기하지만, 검은 눈을 한 이방인을 이토록 금세 친구로 맞는 이들도 신기한 노릇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아우마르는 콧노래를 부른다. 오래전 점성술사가 해준 말이 문득 떠올랐다. 내가 여행하며 전생의 친구들을 자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잠시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
--- p.108

내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밤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것 역시 희망이란 이름의 이불이었다. 가난은 자신의 가능성을 걷어차게 하고 무기력함을 자꾸 주입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내게도 그 무력감이 꽤 오래 있었고, 시간이 지나 언젠가 그 모든 걸 떨칠 수 있게 된 건 꿈과 희망 덕분이었다. 그것은 당장의 힘든 오늘이 아니라 괜찮을지도 모르는 내일과 먼 미래를 내 것이라 믿게 하고 노력하게 만들었다. 꿈과 희망, 격려. 비록 아주 많은 걸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내 삶에 이 세 가지가 없었다면 나 역시 너무 쉽게 많은 것들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스포츠가 좋다. 이토록 멋진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소년 소녀에게 닿아서 꿈을 꾸게 하니까. 내 삶에서 대부분의 영감이 스포츠에서 비롯되는 이유다. 그곳엔 반드시 어제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 pp.129-130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열심’이라는 마음을 향해 달리는 마음

저자는 아홉 살 때 처음으로 배드민턴 라켓을 잡는 순간 배드민턴에 빠지고 만다. “라켓 사이에서 부는 바람은 어린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게 했는데, 그건 짜기보다는 달고 청량했다.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은 ‘열심’이라는 마음을 향해 운동하려는 성질이 있다. 라켓 사이에서 랠리가 길게 이어질 때, 가쁜 숨과 함께 다가오는 쾌감을 처음 알게 됐다. 아홉 살 나의 세계는 배드민턴 셔틀콕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하면서 악착같이 운동을 하지만 게임에서 지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하면서 배드민턴이 하나도 즐겁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기기 위한 훈련에 지쳐간다.

“파도를 타는 올바른 방법은 없다”

결국 배드민턴을 그만두고 우연한 기회에 서핑을 접하게 된다. 서른이 넘어서 다시 배우는 걸음마. 한 시간 동안 어설프게 엎드린 자세를 한 채, 한 번을 일어나지 못한 적도 많았다. 어떤 날에는 출렁이는 바다에서 보드 위에 앉아 온종일 바다만 본 적도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파도와 함께 놀다가 중심을 잃고 바다에 빠질 때면, 잠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도 웃으며 일어났다. 그렇다고 진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루 여덟 시간씩 파도를 탄다는 건 그저 재미 삼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서퍼들은 저마다 어떤 동작을 계속 반복하고 수정하고 탐구하면서 파도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다. 파도타기에 실패해도 누구 하나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파도를 타는 올바른 방법이란 없기 때문에.

바다 위에 나와 파도만 남는 순간

서핑은 선을 긋지 않는 스포츠다. 프로 서퍼가 아닌 이상 경쟁자도, 시간제한도 없다. 그저 파도를 만나거든 딛고 일어서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서핑을 시작할 때 가장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불안 역시 이 ‘선 없음’에 있다. 한껏 자유로운 상황에서 자신의 것을 찾아가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비로소 바다 위에 나와 파도만 남는 순간이 온다. 저자는 말한다. “세계는 몇 초 간격으로 흔들리고 다가오고 부서지기를 반복한다. 이곳에선 뭍에선 도무지 지을 수 없는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연약하고 물렁해진 마음이 나를 자꾸 웃게 한다.”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는다”

저자는 서핑은 하면 할수록 ‘파도타기’라는 말로는 대체되지 않는 포괄적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서핑은 매번 다른 이야기로 나아가는 가능성의 세계, 열린 결말의 이야기다. 그 내용과 결말을 어떻게 써 내려갈지는 온전히 파도와 자신에게 달렸다. “아무리 좋은 파도가 와도 내가 나가떨어진다면, 아아, 그는 결국 파도에 졌습니다, 하는 시시한 이야기로 끝날 것이다. 그러니 버텨야 한다. 바다 위에서 좋은 파도가 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함께 춤을 출 파도의 손을 꽉 잡고 버틸 줄 알아야 한다. 버티는 힘, 반복하여 나아가는 힘이 여전히 우리를 서핑하게 만든다.”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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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리뷰 - [아무튼, 서핑]을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흙******에 | 2022.08.07 | 추천8 | 댓글1 리뷰제목
서핑 리뷰* <아무튼, 서핑>을 읽고   (* 서핑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고쳐야 할 점을 체크하는 일을 의미하나, 여기서는 서핑에 관한 책을 읽고 쓴 리뷰를 뜻한다.)       어른이 되면 단단해진다. 어른은 잘 울지 않기 때문이다. 잘 웃지 않기 때문이다. 단단함을 얻은 대신 우리는 오만하고, 편견으로 가득해진다. 반면 아이는 보드랍고 연약하;
리뷰제목

서핑 리뷰*

<아무튼, 서핑>을 읽고

 

(* 서핑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고쳐야 할 점을 체크하는 일을 의미하나,

여기서는 서핑에 관한 책을 읽고 쓴 리뷰를 뜻한다.)

 

 


 

어른이 되면 단단해진다. 어른은 잘 울지 않기 때문이다. 잘 웃지 않기 때문이다. 단단함을 얻은 대신 우리는 오만하고, 편견으로 가득해진다. 반면 아이는 보드랍고 연약하다. 우리는 대개 이 연약함을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하지만, 연약함이란 사실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음이고 무엇으로든 나아갈 수 있음이다. 그러니 연약함은 모든 존재를 품을 수 있는 상태다.(50쪽)

 

 

  여름이면 집 가까이에 자리한 다대포 해수욕장을 즐겨 찾는다. 백사장으로 향하는 내 한 손에는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과 다른 한 손에는 물놀이 튜브가 들려 있다. 이따금 우리 옆으로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널빤지(를 '서프보드'라고 부른다)를 든 사람들이 지나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게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나는 어른이 타는 튜브라고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책 한 권 덕분에 올해는 아이에게 조금 더 풍성한 설명을 해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처 몰랐던 서핑에 관한 것들을 알게 되면서 서핑이라는 세계에 (아직 발은 넣지 못하고) 눈을 뜨게 되었다. 바로 아무튼 시리즈의 51번 째 책이자 지난 달에 막 출간되어 뜨끈하면서도 시원한 <아무튼, 서핑>를 통해서 말이다. 

  책을 쓴 안수향 작가는 현재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을 한다. 저자의 첫 에세이인 『서툴지만 푸른 빛』에서 그는 모로코 임수안에서의 서핑을 회상하며 서핑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 서핑 이야기의 확장판으로서 몇 해 전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한 서핑이 지금은 삶 위에서 중심을 잡아나가는 데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책이 <아무튼, 서핑>인 셈이다. 책의 배경이자 저자가 평소 서핑을 즐기는 무대가 되는 다대포와 송정은 내가 사는 서식지와도 겹치기에 왠지 모를 친근감마저 느껴진다.

  "그대, '패들링'을 멈추지 말아요"라는 책의 부제를 보자마자 불현듯 가수 김완선이 부른 「리듬 속에 그 춤을」의 노랫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마치 파도 위에 그 서핑을 노래하는 것처럼 파도 쪽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프보드에 엎드려 멈추지 않고 양팔을 젓는 서퍼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버티며 나아간, 바다 위 출발점인 '라인업'에서 기다리던 좋은 파도를 만나게 되면 서프보드를 짚고 일어서는 '테이크오프'를 한 뒤 다시 버티고나서야 비로소 파도와 함께할 수 있다. 서핑의 동작과 풍경을 단 몇 줄의 문장으로 써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학창시절에 배드민턴선수로 활동하다가 그만둔 이후로 다른 운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저자가 서른이 넘어 파도를 넘나들며 서핑을 배우는 과정도 그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서핑에 첫 발을 내딛고자 하는 초심자에게 저자는 이렇게 추천한다. 우선 자신이 들어가고자 하는 바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최소 세 번 이상 서핑 강습을 받으라고. 강습에서 비단 서프보드 타는 법만 익히는 게 아니라 그 지역 바다의 오랜 경험자로부터 다양한 경험과 룰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막연하게 서핑은 파도타기라고만 여겨왔는데, "한 파도에 한 사람만 탈 수 있다", "남의 파도를 훔치면 안 된다"와 같은 서핑계의 명언을 처음 알게 된 순간 마치 (파도에 휩쓸려 물속에서 회전하며 정신을 못차리는) '통돌이'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파도가 없으면 서핑이 성립할 수 없고, 안전하게 서핑을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서핑이란 서퍼가 자신의 서퍼보드로 파도를 점유하며 행하는 개인적인 활동이 아니라 파도 위에 선 사람들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이타적인 스포츠인 것이다.

  서핑을 위한 정신을 가다듬었다면 이제 장비를 갖출 차례다. 시행착오를 거친 저자의 경험을 참고하여 '커다란 널빤지 같은' 서프보드와 '시꺼먼 잠수복 같은' 웻수트는 각자의 취향에 맞게 대여하거나 구입하면 된다. 또한 기상 예보 앱 윈드파인더윈드 구루 홈페이지를 통해 파도 차트를 확인하여 최적의 장소를 물색해볼 수도 있겠다. 어느 정도로 구색을 갖췄으니 남은 일은 자기만의 서핑 세계를 개척해나가는 것일 테다. 서핑은 계절, 날씨, 시간대 등 '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겨울을 스노우보드의 계절로 부르듯 여름이 서핑의 계절로 인식되며 여름철 한낮의 바닷가에서 서핑하는 사람이 연상되고 비오는 날보단 맑은 날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저자의 서핑 스타일을 보면 때에 구애받지 않는 서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책표지 속 풍경을 다시 찬찬히 바라본다. 무심코 지나쳤던 여름의 열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갑자기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겨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서핑을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파도를 향해 걸어가는 서퍼의 모습에서 과연 겨울 서핑은 어떤 경험과 감동을 전해줄까 사뭇 궁금해진다. 나처럼 아직은 눈으로만 서핑을 알아가는 예비 서퍼라면 저자가 추천한 김동기, 김성은 감독의 2부작 다큐멘터리 『윈터서프』도 꼭 한 번 보시길 바란다. 이밖에도 책에는 서핑의 이모저모와 서핑에 의한 저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서핑을 위한 저자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끝으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서핑의 중계방송을 통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는다"라는 말을 직접 파도 위에서 실감하고 또 공감해보게 되길 바라며 <아무튼 서핑>에 대한 '아무튼 서평'을 마친다.

 

 


 

이 세상에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이란 '아름답다'라거나 '짜릿하다' 같은 형용사가 아닌 '있다', '보다', '느끼다' 같은 동사로 온다. 그러니 우리는 자꾸 움직여야 한다. 우울이나 불행에 가만히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저 행복을 따라잡기 위해. 그렇게 어떻게든 움직일 때,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작동할 때, 비로소 진실로 살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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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좋아하는 마음을 잠시 잊은 사람에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아**가 | 2022.08.0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바다에선 모든 게 분명하지 않아서 좋다. 버텼던 마음은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고, 끝은 다시 시작이 될 수도 있으므로. 나는 오늘도 바다에서 나이를 먹고도 울 수 있는 마음과 처음과 끝 사이를 오가는 길을 배운다. p.11   <아무튼, 뜨개> 이후로 오랜만에 읽는 시리즈다. 한여름에 딱 맞춰 나온 <아무튼, 서핑>. 물빛 서프보드를 들고 햇볕에 탄 건;
리뷰제목


 

바다에선 모든 게 분명하지 않아서 좋다. 버텼던 마음은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고, 끝은 다시 시작이 될 수도 있으므로. 나는 오늘도 바다에서 나이를 먹고도 울 수 있는 마음과 처음과 끝 사이를 오가는 길을 배운다. p.11

 

<아무튼, 뜨개> 이후로 오랜만에 읽는 시리즈다. 한여름에 딱 맞춰 나온 <아무튼, 서핑>. 물빛 서프보드를 들고 햇볕에 탄 건지 상기된 건지 모를 붉은 뺨을 한 뾰쪽 뾰족 젖은 머리의 남자가 인상적인 표지는 사진을 찍고 글도 쓰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언젠가부터 바닷가에 가면 서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서퍼들은 외국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백사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서프보드만 봐도 이국적으로 느껴졌는데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즐기는 스포츠가 되었나 보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와 가까웠던 저자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서핑에 대한 예찬을 기록한 글들을 읽으니 그동안 궁금했던 서퍼들의 마음이 생생히 다가온다. 바다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든데 얼마 서보지도 못하고 물에 빠지길 반복하는 것의 매력이 대체 무엇인가 내심 궁금했다. 나는 수영도 못하고 어릴 때 여름휴가로 해수욕장에서 튜브 타고 노는 게 다였던 사람이니까 궁금할 수밖에.

 

여름에 하는 서핑, 겨울에 하는 서핑, 바다마다 날씨마다 다른 파도들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서퍼들만의 예의나 규칙 같은 것들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뭐든 좋아하게 되고 잘 하고 싶다면 어렵더라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웻수트를 벗으며 씨름하는 작가나, 겨울 서핑을 즐기는 사람으로 뉴스에 보도된 일화들은 피식거리게 만든다. 서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만이 알려줄 수 있는 장비를 구비할 때에 대한 팁은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게 쓰여있어 좋았다. 특히 좋았던 것은 '바다 사용료'에 대한 언급이다. 서퍼들 사이에서 쓰는 말인데 바다를 대가 없이 자유롭게 이용한 만큼 서핑을 마친 뒤 해변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로 사용료를 대신한다는 표현이라고 한다. 우리가 공짜로 누리는 바다라는 자연 속에서 파도를 이용해 즐기는 스포츠인만큼 자연을 지키려는 마음과 멀지 않아야 할 것이다. 최근에 여러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인데, (당연하겠지만) 환경과 관련한 책이 아니라도 이젠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 환경문제로 연결된다는 거다. 고사해 하얗게 변한 구상나무들, 그리고 산호의 백화현상을 찍은 항공 샷을 보았을 때 받았던 충격을 기억한다. 여름이면 해변에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것도, 환경이 많이 훼손되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에게 나무나 해변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런 결과를 초래한 데에 나라는 인간이 전혀 무관하지 않으니까. 인간에 대해선 유난히 회의적인 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나 브랜드를 보면 나 같은 인간도 가슴속에 간질간질 거리는 조그마한 희망이 느껴진다. 자연에 이로운 쪽으로 살아가는 일이 우리 시대의 교양이라고 믿는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에 적극 동의한다.

 

아무튼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는 대상에 상관없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루는 내용은 저마다 다 다를지라도 <아무튼, 00> 에 내가 좋아하는 그 어떤 것을 넣어보면 바로 내 마음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서핑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무언가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그 마음과 여러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잠시 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 아침서가 - @morning.bookstore

 

/ 서핑은 선을 긋지 않는 스포츠다. 프로 서퍼가 아닌 이상 경쟁자도, 시간제한도 없다. 그저 파도를 만나거든 딛고 일어서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서핑을 시작할 때 가장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불안 역시 이 '선 없음'에 있다. p.9

 

/ 서프보드를 들고 바다에 뛰어든다. 사랑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그 속으로 뛰어드는 건 더 좋다는 걸 서핑이 내게 알려줬기 때문이다. p.26

 

/ 나는 지금 송정해변을 두드리는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고 있다. 내 두려움이 있던 자리에 오늘의 아침이 하얗고 환하게 부서진다. p.46-47

 

/ 무엇보다 비를 맞으며 서핑을 하면 연약하고 보드랍던 시절의 마음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물과 모래는 움켜쥘 수 없기 때문일까, 쉼 없이 흔들리기 때문일까, 서핑을 할 땐 모든 것이 물렁물렁해진다. 세계가 흐트러진다. p.50

 

/ 평범한 일상을 살며 파도를 기다릴 수 있을 때, 기다리던 파도가 왔을 때 곧장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마음을 품고 살 때, 우리는 여전히 서핑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조급함을 버리는 순간 파도는 온다. p.65

 

/ 그저 재미 삼아 하는 운동이라기에는 내 삶을 너무나 크게 뒤흔들고,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하기에는 아드레날린으로 나를 너무나 쉽게 휘두르는, 서핑은 너무나 까탈스러운 상대다. 그러나 무엇이어도 좋고 무엇이 아니어도 좋다. 언제라도 좋으니 그저, 나는 바다에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p.69

 

/ 나는 여러 운동을 경험한 덕분이라고 믿는다. 그 덕에 마음이 열린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에겐 다양한 게임의 룰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 다른 조각들로 채워지고 세워질 우리의 세계는 꽤 근사할 것이다. p.98

 

/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취해온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에 이로운 쪽으로 살아가는 일, 그것이 우리 시대의 교양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자연을 아낄 때, 자연도 여전히 우리를 아끼고 품어줄 것이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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