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7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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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236g | 120*205*20mm |
ISBN13 | 9788954642590 |
ISBN10 | 8954642594 |
발행일 | 2022년 07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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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236g | 120*205*20mm |
ISBN13 | 9788954642590 |
ISBN10 | 8954642594 |
프롤로그_6 1부 평범한 일상을 모험으로 만드는 방법 소소한 모험을 계속하면 좋겠어 윤주_14 모험은 말 그대로 모험인가봐 세진_22 이 사람, 지금 뭔가 불편한 것 같은데 윤주_34 인류애가 있어야 쓴소리도 하는 거지 세진_40 조금은 신기한 결혼생활 윤주_50 그럼에도, 사랑은 늘 가치 있고 여전히 기다려져 세진_58 진심은 멋들어진 포장보다 더 강하다는 것 윤주_66 나를 다독이는 소심한 파이팅 세진_72 하수구를 보고 배운 마음 정리법 윤주_80 내일 내가 죽는다면, 오늘의 나는 어떨까? 세진_88 나는 매일 메모장에 적어둔 꿈을 읽으며 아침을 시작해 윤주_94 2부 우리의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그림이 되길 어린 날의 나에게 화살 하나를 주고 싶은 밤이야 세진_104 오늘 엄마의 일기에는 뭐라고 적혀 있을까 윤주_110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며 세진_120 아무리 무모하다 해도 ‘용감한 낭만’은 놓치고 싶지 않아 윤주_128 오늘 같은 일요일은 정말 괜찮게 느껴져 세진_136 내일 일어나면 오늘 끝내지 못한 곡들을 완성해봐야지 윤주_146 우리의 노년이 지루하지 않게 세진_154 신나게 싫어하는 것들을 적긴 했지만 또 감사한 아침이야 윤주_162 할머니가 된 우리의 모습 세진_174 나는 네가 좋아하는 냉면을 좋아하게 됐어 윤주_180 우리 앞으로 서로를 외롭게 하지 말자 세진_188 에필로그_196 |
옥상달빛 멤버인 김윤주, 박세진 저 <소소한 모험을 계속하자>를 다 읽었다.
200여페이지의 분량이고 실제 분량은 그 중 2/3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빨리 읽을 수는 없었다. 의외로 생각해볼 것들이 많았고, 내용들이 단지 가볍기만 하진 않았다. 나보다는 어린 나이의 저자들이긴 해도 그 나이대에, 그리고 이 시대를 살면서 고민하는 것들이 담겨 있었으니까. 공감이 가는 글들도 많았다. 뮤지션으로서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총총 시리즈는 처음이라 형식을 잘 몰랐는데 두 저자가 편지를 (아마도 이메일이나 출력본으로?) 주고 받은 것을 엮어서 낸 책이다. 그러다보니 서로 이야기도 주고 받고, 묻고 답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친구가 된지 15년이라고 하고, 동갑에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 더 궁금할게 있을까 싶지만 두 사람 사이에도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더 깊이 알게 된 것들이 있었다. 서로에 대한 서운함, 고마움, 애정어린 조언까지 드러내는 것을 보며 팀워크 이상으로 사이가 좋은 친구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두 사람이 주고 받는 이야기가 단지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도 전해진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사실 나는 옥상달빛의 노래는 좋아하지만 멤버들 이름도 몰랐고, 그 중 한 명이 '십센치'와 결혼했다는데 누군지도 몰랐었다. 이제는 멤버들 이름도, 성향도 잘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옥상달빛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스무 살, 새내기 시절의 첫 아르바이트는 카페에서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카페가 많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카페도 드물었기 때문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로망이자 꽤 어려운 일이었다. 많은 아르바이트가 마찬가지겠지만 카페는 특히 경험이 있는 숙련된 사람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카페는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했지만, 카페를 원하는 사람은 경력을 쌓을 수 없는 장벽이 높은 아르바이트에 속했다. 운이 좋게도 아르바이트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내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기회가 생겼다. 밤이 늦은 시간에 해야 하는 마감 업무가 가능할 만큼 집이 가까운 덕분이었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간은 사장님과 함께 퇴근하며 일을 배웠다. 사장님은 퇴근이 다다랄 때쯤이면 매일, 카페 안이 가득 차고도 바깥에까지 들릴 정도로 볼륨을 높여 특정 노래를 재생하셨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노래를.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노랫말은 ‘오늘도 수고가 많았구나, 학교 끝나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느라 고생 많았네.’라는 말처럼 들렸다. 일이 능숙해지면서 혼자 마감 업무를 할 때도 플레이리스트의 마지막 곡은 항상 ‘수고했어, 오늘도’였다. 이 노래를 들으면 하루를 잘 산 기분이 들었다.
가수를 알기도 전에 노래부터 알게 되면서, 이처럼 고운 음색으로 따듯한 위로를 노래로 전하는 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옥상달빛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모두 추가해 들어 보았다. 가만히 듣던 중에, 귀에 익은 노래가 있어 제목을 보니 ‘옥상달빛’이었다. 가수와 동명의 이 곡은 2010년에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 ‘파스타’의 OST였고, 그러니까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옥상달빛이라는 것이었다! 드라마상에서 공효진이 약간 엉뚱한 행동을 할 때마다 튀어나오던 노래로, 통통 튀는 멜로디가 좋아 굉장히 듣기 좋았던 노래로 기억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드라마의, 좋아하는 OST를 부른 가수가 카페 아르바이트생인 나를 위로하고 있다니! 옥상달빛이라는 가수를 알면 알수록 노래보다 가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옥상달빛의 노래만 들어본 사람이라면 생소하겠지만, 노래를 부르지 않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단번에 알아챌 것이다. 가수 옥상달빛은 잔잔하고 착한 노래를 주로 부르지만, 인간 김윤주와 박세진은 인생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살고자 노력하며, 때로는 진지하고 무모하기도 한 매우 친근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함께 캔맥주를 기울이며 취미와 사랑, 가족, 우정, 진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옆집 언니같이 편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두 사람이 주고받는 편지 형식의 이 책을 읽는 내내 남의 편지를 엿본다는 생각에 찝찝하기는커녕 이 대화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이런 고민을 가수 옥상달빛은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김윤주와 박세진이 한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들이 가진 고민은 특별하지 않았다. 으레 30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 년을 이어왔을 커리어에 대한 걱정, 가족과 친구, 연인처럼 가까운 관계 속에서의 애환, ‘책임’과 ‘낭만’ 사이에서 드는 혼란, 남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한 고민. 그들에게 평범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나의 인생의 고민을 던졌을 때, 그들은 해결책이나 조언을 주려고 애쓰지 않았다. ‘선물할게’처럼 공감을 해줬고, ‘희한한 시대’처럼 꽤 강건하게 현실을 깨우쳐주기도 했으며, ‘하드코어 인생아’처럼 펑펑 울게 내버려 두기도 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수고했어 오늘도’처럼 위로를 주었다.
책임져야 하는 일들,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무언갈 쥔 손을 펴는 게 더 어려워지면서 이런 즉흥적인 생각과 행동들을 점점 '낭만'이 아니라 '무모함'이라고 생각하게 되나 봐. 그런데, 아무리 무모하다 해도 '용감한 낭만'은 놓치고 싶지 않아. '용감한 낭만'은 결과를 앞서 생각하지 않고 우선 한 걸음 내디뎌보는 거야. 무모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용기가 발현될 때, 이런 시도가 설령 실패로 끝날지라도 점점 무뎌지고 굳어지는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두 사람의 인연은 2010년 첫 앨범을 발매하기 훨씬 이전으로 돌아간다. 1984년 같은 해에 태어났고, 2004년 같은 대학에서, 24살의 같은 나이로 만나 늦깎이 대학 생활을 같이 했다.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면 친구 사귀기 쉽지 않을 텐데, 대학시절 동갑의 친구와 지금까지 함께 일을 하는 것으로 보면, 두 사람에게 서로가 얼마나 큰 행운이었을지 짐작이 된다. 이해관계에 놓인 만큼 때로는 서로에게 서운하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역경을 딛고(?) 십여 년을 함께 하는 모습이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러웠다. 내가 싫어했던 음식을 네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아지는 것이 가능케 하려면 얼마간의 노력과 애정이 필요할까. 같은 음악을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고, 함께 늙어가고 싶은 사람이 가족과 연인 외에 존재한다면 딱 이 두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할 것이다.
너를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쭉 시간이 쌓이면서 나는 네가 좋아하는 냉면을 좋아하게 됐어. 동물을 무서워했는데 이제는 조금 덜 무서워하게 됐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이 배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됐어. 아마 알게 모르게 서로 정말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는 서로를 가장 자주 보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이야.
잘 살고 있는 건가, 옳은 방향으로 삶을 설계했는가, 죽음을 향해 잘 걷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면 옥상달빛의 노래를 들을 것이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가 공감이 된다면 혹은 멜로디가 위로가 된다면 앞선 의문들에 모두 ‘그렇다’라는 답변을 내려도 될 것 같다. 옥상달빛의 김윤주와 박세진은 잘 살고 잘 늙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을 고스란히 노래에 담고, 만들고, 부르고, 전할 것이다. 십여 년 전에 나에게 위로를 주던 옥상달빛의 노래는 십여 년 후에도,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서도 똑같은 위로를 줄 것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옥상달빛의 두 번째 책이 발간되지 않을까.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위안과 용기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가수 옥상달빛, 아니 김윤주와 박세진의 위로를 읽고 들으며 오늘 하루도 마무리해야겠다.
첫 번째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인정하고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 인정하고 포기했다면 시간이 흘러가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
주의할 점은 내버려 두더라도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두 눈을 뜨고 정확히 바라봐야 한다는 거야. 포기했다고 외면해버리면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헤쳐 나갈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하거든.
그리고 세 번째, 고민거리들에 줄을 달아 풍선처럼 띄워두고 산책을 하는 것. 산책하며 하늘과 나무, 산책 나온 강아지들,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기되더라. 자연이 주는 힘은 대단하잖아.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