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에 관한 한 가지 커다란 오해는 우유를 못 마시는 사람들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사실 우유를 마실 수 있는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우리는 유제품 소비를 일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당불내증은 모든 포유류의 자연상태다. 인간은 확실히 기본적인 자연 법칙을 무시하고 이유기가 지나서도 젖을 먹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자연에 사는 대부분의 포유동물 새끼는 신체적으로 먹이를 소화할 준비가 되면 유전자가 개입해 우유 소화 능력을 차단한다. 우유의 당분인 락토오스(젖당, 유당)는 유전적으로 통제를 받는 락타아제(유당분해효소)라는 효소가 장내에 있을 때만 소화가 가능하다. 인간은 대부분 락타아제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게 없는 아기는 모유를 먹을 수 없다. 하지만 아기가 어느 정도 자라면 유전자가 락타아제 생산을 중단시켜 더 이상 우유를 섭취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중동, 북아프리카, 인도아대륙 사람들뿐 아니라 유럽인들에게까지 몸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 특정 유전자가 결핍되어 락타아제 생산이 멈추지 않아 성인이 되어서도 우유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Chapter1. 「달콤한 첫맛」」중에서

우유는 피와 마찬가지로 액체였고 많은 사람이 우유를 피라고 믿었다. 그래서 가톨릭에서는 붉은 고기와 함께 유제품 섭취를 금했다. 종교 축일에는 모든 유제품을 먹을 수 없었다. 7세기까지 이런 날이 꾸준히 늘었고 중세 이래로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지금은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과 부활절 전 40일이 이런 날에 속한다. 전부 합하면 일 년의 절반 이상 붉은 고기와 유제품을 못 먹는 셈이다. 1500년, 프랑스 3대 성당 중 하나가 있는 노르망디 루앙이라는 도시에 조리용 기름이 부족해졌다. 대주교는 붉은 고기와 유제품을 먹을 수 없는 사순절에 버터를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면서 이 특별 허가를 원하는 지방 교구로부터 수수료를 받았고, 면죄부를 판 돈으로 대성당의 탑 하나를 추가했다. 12세기부터 짓기 시작한 루앙 대성당에 16세기 초 뒤늦게 추가된 탑이 바로 이 ‘버터탑(butter tower)’이다.
---「Chapter6. 「우리가 몰랐던 우유」」중에서

미국에서 냉장고를 만들려는 첫 번째 시도가 버터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1853년 스코틀랜드 출신 제임스 해리슨이 온전히 작동하는 최초의 냉장고를 개발해 맥주를 차갑게 하는 데 사용했던 것과 견줄 만하다.) 1803년 메릴랜드의 토머스 무어가 삼나무로 만든 원통형 상자 안에 주석으로 만든 사각형 통을 끼워 넣고 원통과 주석통 사이를 얼음으로 채운 다음 얼음이 녹지 않게 원통을 모피로 감쌌다. 그는 자신이 냉장고라고 이름 붙인 -‘냉장고’라는 단어가 최초로 사용되었다- 그 상자에 버터를 담아 메릴랜드에 있는 그의 농장에서 20마일(약 32킬로미터) 거리의 조지타운 시장으로 가져갔다. 시장에서 그의 단단하고 신선한 버터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사람들은 기꺼이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 그의 버터를 사갔다. 하지만 무어는 냉장고 산업을 일으켜보겠다는 궁극적인 목표에는 실패했다. 사람들이 버터는 사고 싶어 했지만, 냉장고를 사고 싶어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토머스 제퍼슨이 한 대 사긴 했다).
---「Chapter8. 「미국의 우유」」중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각국 정부는 아이스크림이 쓸데없는 자원 낭비라고 생각했다. 영국과 이탈리아가 아이스크림을 금지했고, 일본 황실에서는 아무도 아이스크림을 만들 엄두를 안 내도록 원가 이하의 가격 책정을 강요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미국에서는 아이스크림이 사기를 북돋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두 강력한 로비 집단인 국제 낙농가협회와 미국 낙농협회가 날로 높아지는 -일부 주장에 따르면 지나치게 높아지는- 유제품의 인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들이 나서서 정부가 권장하는 필수 식품 목록에 아이스크림을 포함하도록 미국 정부를 설득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이스크림의 맛과 특수 품목의 수를 제한하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이 수입으로 충당되는 설탕의 과도한 사용은 전시 경제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군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제조를 직접 했는데, 1943년에는 생산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컸다. 이들은 전방 군인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보내기 위해 냉동선을 따로 건조했으며 1945년에는 이 아이스크림 운반용 배, 쉽게 말해 바지선 아이스크림 가게 건조에 100만 달러를 썼다.
---「Chapter9. 「누구나 사랑하는 아이스크림」」중에서

인공 수유를 하는 유럽과 미국에서 아기에게 상한 우유를 먹일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동물로부터 직접 젖을 먹이는 거였다. 16세기 보육원, 특히 프랑스 보육원에서는 아기들에게 염소의 젖을 물리는 게 흔한 일이었다. 교외든 파리든 프랑스병원에서는 20세기까지 직접 젖을 물리기 위해 염소와 당나귀를 길렀다. 1816년 독일의 의사였던 콘라트 츠비얼라인이 『가장 만족할 만한 최고의 유모, 염소』라는 책을 펴내 유럽 전역에 아이들에게 염소젖을 물리는 유행을 불러 일으켰다. 몸집의 크기, 기질, 편의성 같은 것 때문이든 아니면 젖의 질에 대한 믿음 때문이든 염소는 아라비아의 베두인족부터 남아프리카 호텐토트족(Hottentots)까지 세계 곳곳의 아기들에게 젖을 물리는 데 이용됐다. 유럽에서는 가끔 돼지를 쓰기도 했다.
---「Chapter10. 「죽음을 부르는 우유」」중에서

아마 커피에 우유를 가장 먼저 넣기 시작한 프랑스인들은 터키인들이 파리에 커피를 들여온 17세기 직후부터 그렇게 마셨을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의 거품낸 우유와 커피에 대한 사랑은 20세기에 와서야 시작됐다. 모든 사람이 차와 커피 또는 초콜릿에 뜨겁거나 차가운 우유를 곁들였다. 초콜릿에 우유를 넣는 것은 16세기 초 스페인인들이 아즈텍족의 땅에서 유럽으로 카카오를 가져왔을 때 시작됐고 뜨거운 초콜릿 음료에 설탕과 종종 다른 향신료들을 넣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마리아 테레즈는 핫 초콜릿을 사랑했는데, 아마도 그녀의 남편인 루이 14세가 수많은 연인과 잠자리를 갖는 동안 이것이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치아가 대부분 빠진 원인이 핫 초콜릿 아니면 그 안에 든 설탕이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 이런 유명인의 일화에도 불구하고 핫 초콜릿의 인기는 점점 높아졌다. 토머스 제퍼슨은 핫 초콜릿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뜨거운 음료로 커피나 차를 대체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Chapter14. 「우유 요리의 변신」」중에서

여기에는 다른 수많은 나라도 똑같이 겪는 ‘동물의 권리 대 농부들의 권리’의 단순한 갈등 이상의 정치적인 문제가 있다. 집권당인 BJP는 이슬람교와 그보다 급진적인 힌두교 양쪽 모두로부터 반反이슬람으로 간주되는데 도살을 금지하는 법도 같은 선상에 있다. 소고기는 가장 값싼 고기고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종교 집단인 이슬람교도들은 소고기에 의존한다. (중략) 또한 몇몇 사람들은 소 도축 금지를 한때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렸던 인도 카스트제도의 최하층민인 달리트들에 대한 계급 투쟁의 한 형태로 보기도 한다. 달리트들은 항상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아무도 사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들을 사용해왔다. 쓰레기를 수집하고 동물 사체를 찾아다니고 소고기를 먹고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해 소를 도살했다. 사실 그들을 불가촉천민으로 만든 건 죽은 소와의 관련이 컸다. 소 도살 금지는 가장 가난한 계층인 달리트들의 수입과 식량 공급을 마비시켰다.

“인간은 확실히 기본적인 자연법칙을 무시하고 이유기가 지나서도 젖을 먹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_본문 중에서<br/><br/><b>‘인류의 젖줄’ 우유는 언제나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b><br/><br/>‘생명의 음료’ 우유를 통해 1만 년의 장대한 문명사를 조망한 『우유의 역사』가 출간되었다. 많고 많은 주제 중 왜 하필 ‘우유’를 통해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일까? 그것은 ‘오직 인간만이 다른 동물의 젖을 먹는다’는 특별한 사실에서 인류사의 많은 부분이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창조신화가 우유 한 방울에서 세상이 시작됐다고 믿으며, 구약성서에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한다. 우유는 언제나 종교적, 경제적, 사회적, 영양학적 이유로 상징적인 식품인 동시에 끊임없는 분쟁의 원인이다. 때로는 계급 갈등의 기폭제가, 때로는 패권 경쟁의 수단이기도 했던 우유는 훌륭한 군용 식량으로서도 늘 전쟁터에 함께했다. 위생 관념이 부족했던 근대에는 우유를 마시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우유를 더 안전하고 맛있게 즐기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냉장고의 발명이나 파스퇴르의 저온 살균 공법 등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우유의 역사는 신화와 전쟁, 혁신의 기록으로 가득하다. 식탁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음식인 동시에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음식인 ‘우유’는 치즈, 버터,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모습으로 ‘인류의 젖줄’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해왔다.<br/><br/><b>우유가 빚어낸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들</b><br/><br/>저자 마크 쿨란스키는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에 기반한 저술로 대중과 학계 모두의 인정을 받는 역사 분야 최고의 작가로 꼽힌다. 『대구Cod』, 『소금Salt』, 『연어Salmon』 등의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역사의 다음 주인공으로 ‘우유’를 낙점했다. 쿨란스키는 『우유의 역사』를 집필하기 위해 직접 전 세계 낙농가와 유제품 전문가, 환경운동가, 유목민 집단 등을 인터뷰했으며 시대와 대륙, 과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우유의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 책에는 우유가 빚어낸 세계사의 결정적인 순간과 그로 인해 뒤바뀐 인류의 운명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냉전시대 쿠바 미사일 위기가 불러온 세계 최대의 아이스크림 가게, 영국의 식민 지배에 우유로 저항한 인도, 고작 네 마리 소에서 출발한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 낙농 산업, 낙태 문제의 초기 버전인 모유 수유 대 인공 수유 논쟁, 낙농업에 대한 불신을 키운 광우병 스캔들 등이 모두 우유가 만들어낸 역사 속 장면들이다. 그동안 주류 역사에서는 주목하지 않던 우유에 관한 흥미롭고 논쟁적인 사실들이 쿨란스키에 의해 재발견되어 세상에 나왔다. <br/><br/><b>‘신의 음료’인가, ‘하얀 독약’인가?</b><br/><br/>책의 Part1에서는 고대에 낙농 문화가 처음 등장한 지점에서 출발해 우유에 관한 최초의 기록을 살펴본다. 인간이 다른 동물의 젖을 먹어온 방식과 버터, 치즈,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의 유제품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을 추적한다. Part2는 우유의 안전성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하던 시기, 깨끗한 우유를 갈망한 인류가 이뤄낸 기술적 발전을 보여준다. 또한 산업혁명으로 우유가 대량 생산되며 생긴 사회적, 문화적 변화들을 돌아본다. Part3에서는 티베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독특하게 발전한 우유 문화를 살핀다. 또한 GMO 우유, 공장식 농장과 동물권 등 환경 문제를 다루며 우유에 관한 현재진행형인 쟁점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역사 속에서 우유가 묘사된 그림, 조각, 사진, 우표 등이 도판으로 수록되어 있다. 또한 과거의 시대상이 녹아 있고 우유, 버터, 치즈, 요거트 등을 활용한 동서고금의 다양한 ‘레시피’를 담아내고 있다. 『우유의 역사』는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던 우유와 유제품의 세계사를 낱낱이 파헤친 마크 쿨란스키의 역작이다. 흥미로운 사건과 놀라운 발견으로 가득한 이 책을 통해 한 잔 우유에 담긴 역사의 흥망성쇠를 만나보도록 하자.

『대구』를 통해 대서양의 새 역사를 썼던 쿨란스키가 유럽, 중동, 인도아대륙, 중국 그리고 젖소가 없던 아메리카 대륙을 넘나들며 우유를 둘러싼 세계사와 논란까지 다 담았다. 음식문화와 세계사에 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기를 바란다.

우유의 역사를 이해하면 세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쿨란스키가 보여주는 유제품의 이야기는 정말로 문명의 이야기다.

대단히 매혹적인 책. 쿨란스키는 독특한 사실과 자연스러운 디테일을 살피는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