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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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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24g | 135*206*20mm
ISBN13 9788937486418
ISBN10 893748641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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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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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끊임없이 나에게서 밀려났고, 다시 밀려왔다. 어둠은 이토록이나 빠르게 나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었지만, 그와 마찬가지의 속도로 끊임없이 나에게 밀려들어 왔다. 도망치려 하면 할수록 더 가까이 다가오는 어둠. 그것을 밀어낼 수 없다면, 없는 거라면, 그 안으로 깊이 빠져들어 보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끝까지, 끝의 끝까지, 완전히 들어가 온몸으로 마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어둠과 함께 꾸역꾸역 밀려들어 왔다.
이따금 약의 기운을 빌려 어둠의 안쪽으로까지 빨려 들어갈 적이면 차라리 행복했다. 여기는 이렇게 좋은데, 왜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빠져나와야만 하는 걸까. 외선에서 내선으로, 내선에서 다시 외선으로 순환해 나가는 전동차처럼 안과 밖을 끊임없이 돌고 또 도는 이상한 삶만 주어져 있는 듯해 나는 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 p.60

내가 바라는 게, 그리 크거나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메르시에나 나스 같은 세계적 명성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는커녕 국내 업계의 조성아, 이경민 같은 자리에라도 오르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는 게 아니었다. 내 이름으로 된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다거나, 유명 배우와 모델 들과 함께 메이크업 쇼를 개최한다거나, 더불어 학원을 차려 후배를 양성하는 권위적인 일 등은 아예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좀, 지금 여기만 아니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제발 좀, 이렇게만 살지 않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려면 취직을 해야만 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뒤 백화점 수입 브랜드 매장에 판매직이 아닌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말이다. 그게 내 유일한 꿈이라면 꿈이고,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면 희망이었다. --- p.72

민수 형의 부인은 여자니까, 돈도 많고, 법적 혼인도 할 수 있고, 출산도 가능한 ‘여자’니까, 내가 민수 형에게 해 줄 수 없는 것들을 모두 다 해 줄 수 있는 ‘여자’니까, 그나마 인정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달랐다. 민수 형의 진실한 마음, 그리고 사랑. 그것만큼은 결코 여자가 차지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러므로 현실적인 부분의 필요와 해결을 위해 여자와 결혼한 것은 참아 줄 수 있지만, 진실한 사랑을 나누게 될 상대가 나 아닌 다른 ‘남자’가 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민수 형과 진실한 사랑을 나누게 될 ‘남자’는 오로지 ‘나’여야만 했다. 민수 형은 내 남자니까, 내가 사랑하는 남자니까, 나와 같은 ‘남자’니까,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절대로 다른 남자에게 민수 형을 양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만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 p.93

‘홀을 탄다’라는 것은 마약 중독자들이 자주 내뱉는 말이었다. 누군가의 자취방에 삼삼오오 모여 약을 할 때면 다 같이 신이 나서 날뛰는 경우가 있고, 방 안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넋을 놓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게 넋을 놓고 묘한 헛소리를 내뱉으며 눈동자를 뒤집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위험한 상황이 아닐까 싶어 툭툭 건드려 보면 그저 “나 지금 홀 타니까 건드리지 마.”라고들 했다.
그렇게 홀을 타고 난 뒤에 깨어나 나를 바라보는 형민의 눈동자에는 애절함과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이제 막 약에서 깨어난 뒤 조금만 더 하자고 애걸복걸하던 형민의 눈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었다.
“왜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거야? 나는 끝나지 않는데, 이렇게 살아 있는데, 죽어도 끝이 아닌데, 왜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자꾸만 끝이 나는 거야? 왜, 내가 좋아하는 것은 자꾸만 끝이 나고, 왜, 내가 싫어하는 안 좋은 현실만 끝없이 이어지는 거야, 왜?” --- p.105

그날만은 나 자신을 그토록 속이고 또 부정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두려웠던 건, 은주처럼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만은 아니었다. 내가 도망치고 싶고, 달아나고 싶은 그것은 죽음도, 에이즈도, 사람들의 시선도 아니었다. 내가 정말로 두려워하고 또 무서워했던 것, 그것은 바로 삶이었다. 죽도록 도망치고 싶지만 죽어도 도망쳐지지 않는 이 현실, 내가 서 있는 이곳, 나, 라는 인간, 나, 라는 인간의 더럽고 구질구질한 한 생애가 두렵고 무서워 이가 덜덜 떨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고, 아무리 멀리 도망쳐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위에서 나는 끊임없이 살기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단 하루도 제대로 살아 있지 못했다. 나는 늘 잠들어 있었고, 죽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고, 당장 죽어 없어진다 해도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죽어 버리고 싶은 순간만 자꾸 이어졌는데 그런데, 그런데, 나는 또 자꾸만 살고 있었다. 살아 있었고, 살아가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었고, 돌아설 수 없었다. 돌이키고, 돌아선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이 있지도 않다는 사실을 잘 아는 까닭이었다. 나는 밖으로 나왔다. --- pp.175-176

와르르 전율이 일어나려는 찰나, 그의 붉고 어두운 입이 내 안에 쑥 들어와 있었다. 나를 집어삼키는 좁고 어두운 터널. 붙잡고 영원히 놓아주지 않을 것 같은 어둠의 소용돌이. 어둡고 무서워 결코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그 안의 심층부에 이르면 미치도록 넓고 따뜻해, 편안히 눈감는 듯한 아득한 안정감 너머에 나를 정말 죽이게 만드는 짜릿한 느낌. 더 깊이, 나를 넣어 줘. 빠져나오지 못하게, 완전히 밀어 넣고 놓지 말아 줘. 더 깊이 들어가 나오지 않고 싶어. 때로는 모든 게 다 거짓말 같지. 모두가 다 빈껍데기일 뿐 진짜인 건 하나도 없어. 그렇지만 여기는 이렇게 진실하잖아.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잖아. 이렇게 있잖아.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있고 싶어.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고 싶어. 더 깊이, 안으로 들어가 영원히 나오지 않으면 안 될까? 아무도 들어가려 하지 않는 이곳에 세계가 있잖아. 분명히 있잖아. 이렇게…… 있잖아. --- pp.187-188

돈을 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주말 밤마다 어둡고 시끄러운 클럽으로 모여드는 약쟁이들에게 넘겨주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돈을 주자마자 곧바로 약을 건네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다음번에 만날 때 넘겨받는 경우도 있었다. 만날 약속 같은 것은 따로 정해 두지 않았지만 언제고 마주치면 어김없이 약을 건네주는 사람들이었다. 얼마든지 떼어먹을 법도 한데 단 한 번도 돈을 떼어먹히거나 뜯긴 경우가 없었다.
약이란 잠시 내 몸에 머물다 결국 휘발되어 버리기 때문에 돈의 속성과 가장 닮아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것은 나를 기쁘게도 했고 슬프게도 했다. 나를 살게도 했고 죽게도 했다. 나는 아버지의 돈이 나를 즐겁게 하는지 괴롭게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한꺼번에 가져다주는 게 결국 내 몸에 젖어 드는 약물인 것만 같았다. --- p.199

때로는 자꾸만 화가 났다. 이렇게 노력하는데, 가만히 있는 게 아닌데, 나 자신으로부터, 내가 속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내가 노력한 만큼 나를 봐 주거나 인정해 주며 받아 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럴 때면 곧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괴와 절망이 찾아들었다. 그러나 곧 그와 같은 크기의, 아니 그것을 훨씬 넘어선 크기의 의지와 집념이 불타오르기도 했다. 현실이 고될수록, 잔인하게 등 돌릴수록, 나는 더욱더 커다란 오기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나는 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이 되겠다거나 변호사나 의사처럼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누리는 엄청난 직업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저 화장을 하고, 그것으로 취직을 하려는 흔하고 평범한 일이었다. 유명해지려는 것도, 돈을 많이 벌려는 것도 아니었다. 민수 형 같은 사람과의 결혼을 꿈꾸거나, 또 다른 타인에게 기대 살아 보고 싶은 마음도 저버린 지 오래였다.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바라지 않고 그저 나 자신으로서의 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충실해질 수 있도록 내 나름의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고 생활을 꾸려 가고 싶은 것뿐이었다.
이게 뭐라고, 뭐 대단한 거라고 문을 열어 주지 않는지, 생각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내가, 나로서 살겠다는데, 부조리한 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나 하나 건사하고자 하는 일마저도 왜 내 손에는 잡히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실력이 있었고, 재능도 있었다. 취직만 된다고 하면 메이크업은 물론 판매까지도 얼마든지 잘해 낼 자신이 있었다. 앞으로 꼭 한 달 안에, 나는 분명히 해낼 수 있었다. --- pp.214-215

살고 싶었다. 어떻게든 살아서, 살아남아서, 구원받고 싶었다. 죽음이 아닌 나 자신으로, 존재 그 자체로, 구원받고 싶었다. 발을 움직이고 싶은데 움직여지지 않았다. 손을 움직이고 싶은데 움직여지지 않았다. 손가락 끝에 자리한 조그만 신경이 나를 타고 올라왔다. 움직이고 싶었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싶었다.
오래전, 어머니의 몸을 찢고 나왔던 순간에도 나는 이토록 강렬히 움직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잘 움직일 수 없었고, 나는 내 존재가 쏟아 내는 모든 힘을 다해, 손가락부터 움직여 나갔다. 다음에는 발가락을, 그다음에는 발을, 그다음에는 손을 움직였다. 나는 살고 싶었다. 움직이고 싶었고, 말하고 싶었고, 보고 싶었고, 듣고 싶었고,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살고 싶었다. --- p.232

가볍고, 따뜻한 어둠이, 내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래. 눈을 감으니, 어둠이 더욱 또렷이 보였다. 나는 민수 형에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빛을 보기 위해 눈을 뜨지는 않았다. 나와…… 이별하는 거야. 형이 아니라, 형과의 과거에 집착하고, 형과의 미래를 욕망하며, 형에게 매달리고 있던 나 자신과, 헤어지는 거야. 나는 어둠을 그저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어둠이란, 결코 어두운 것이 아니구나. 사실은 너무나 밝고 따뜻해, 나는 그 안에 충분히 기대어 쉴 수 있었다.
어둠은 곧 하나의 공이 되었다. 작지도 크지도 않았다. 단단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작지도 크지도 않고, 단단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어둠이라는 공이,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그것은 결코 강하지 않았다. 아주 작고 여린 모습으로, 제 몸을 감춘 채 가만히 숨어 있었을 뿐이었다.
(……)
오래전 나는 아버지의 몸속에 있었다. 무수히 많은 생명과 함께, 숨과 함께, 그저 흐르고 있었다. 소리는 계속해서 흐르고 또 흘렀다. 나는 아버지의 소리를 온전히 다 듣고 있었고, 그의 몸에 흐르는 수많은 생명을 또렷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나와 함께 숨 쉬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그 많은 사람들은 아버지라는 사람 안에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계속 흘렀다. 기나긴 흐름의 시간 속에, 나는 단 한 번도 혼자인 적 없었다. 언제고 어디서고, 생명이 내 곁에 있었고, 그것을 둘러싼 아버지의 생명 또한 단 한 번도 나에게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의 존재를 보고 있었고, 듣고 있었고, 말하고 있었고, 알고 있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그리고 지금은 이 세계의 흐름 안에서, 나를 둘러 안고 있었다.
--- pp.254-256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취직하기를 꿈꾸며 화장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성재’. 그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느라 매일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엄마와의 생활에 진력이 나 있다. 하루빨리 취직을 해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2년간 메이크업 아티스트 전문 학원까지 다녔지만 취업의 문은 너무나 좁기만 하다. 일시적으로나마 성재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환각제나 최음제로 쓰이는 약물인 물뽕이나 랏슈, 동성애자들의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일회성 섹스뿐이다.
성재에겐 스무 살 때부터 만나 온 다섯 살 연상의 동성 애인 ‘민수’가 있다. 성재는 민수가 미국 유학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에게 먼저 이별을 고했지만, 결국 아주 헤어지지는 못한 채 애인도 친구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유학 시절에 만난 부유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한 민수는 그동안 치과를 개원했고 딸아이도 하나 얻었다. 그런데도 성재는 민수를 놓을 수가 없어 자꾸만 그에게 매달리며 억지로 관계를 이어 나가려 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집에 들러 아들과는 결코 눈을 마주치지 않는 아버지, 매일 밤 술을 마시고 들어와 집에서는 그저 시체처럼 잠들어 있을 뿐인 엄마, 아무리 다가가려 노력해도 자꾸 벌어지기만 하는 민수와의 관계, 그리고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도 보지만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성재는 끊임없이 좌절한다.
하고 싶은 일 따위는 없이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직업고등학교 동창 주아, 여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했지만 이태원의 클럽에서 서빙만 하며 생계를 이어 가는 은주, 그리고 오래전 약물 중독으로 죽고 말았던 형민……. 가망 없는 친구들의 삶이 성재를 더욱 절망스럽게 만든다.
너무나 믿고, 사랑하고, 가지고 싶었던 민수와의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어떻게든 취직하려고 안간힘을 써 봐도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극심한 절망감을 견디지 못하고 성재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고, 더 이상의 삶을 견딜 수 없어 죽음을 택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에서 성재는 절망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결코 ‘죽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죽을힘을 다해 다시금 삶 앞으로 기어 나온 성재. 현실로 겨우 돌아온 성재에게는 뜻밖에도 아버지의 부음이 전해진다. 하지만 미혼모인 엄마와 사생아로 태어난 성재는 장례식장 참석조차 거부당한다. 마지막으로 민수를 찾아간 성재는 그와 아무런 의미도 느낌도 없는 섹스를 나누고 끝내 이별한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는 성재. 그는 자신의 얼굴에 화장을 하면서 자신이 원했던 ‘진짜’에 대해 생각한다. 곧이어 화장을 모두 지우고 난 후 아버지의 장례가 치러진 도시로 향한다. 그곳에서 성재는 아버지라는 존재와, 그리고 자기 자신의 존재를 비로소 온몸으로 마주하게 된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아버지가 있지만 내 아버지가 아니고 애인이 있지만 내 애인이 아니며 꿈이 있지만 꿈에 다가설 수 없다
루저들의 슬픈 자화상 ‘성재’의 그 치명적 사랑과 절망

“더 깊이, 나를 넣어 줘. 빠져나오지 못하게,
완전히 밀어 넣고 놓지 말아 줘…….”

■ ‘문제적 작가’ 김혜나의 ‘문제적 작품’ 『정크』
―‘정크족’의 존재론을 제시하다

‘루저 소설’의 등장은 2000년대 한국 소설의 한 경향이다. 그런데 작가 김혜나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한다. 생활 속의 잡동사니나 망가진 기계 부품 따위를 이용하여 만드는 미술을 일컫는 ‘정크 아트’에 빗대어, 서평가 이현우는 김혜나의 작품들을 “정크 소설”이라 명명하고, 김혜나가 “자신만의 정크 소설을 적극적으로 발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학평론가 김미현은 『정크』에 대해 또 이렇게 썼다. “작가는 ‘루저 중의 루저’가 겪는 생존과 자존을 문제 삼는다. 루저가 피해자라면, 루저 중의 루저는 자해자다. 다수에 저항하는 소수가 아니라, 소수로 오인되는 다수이기도 하다.” 사생아로 태어난 비정규직 동성애자인 까닭에 보잘것없거나 혐오스러운 존재로 취급당하는 주인공 ‘성재’의 삶은, 이 사회에서 그 자체로 정크 푸드나 정크 메일처럼 폐기 처분되어야 할 쓰레기로 취급당한다. 이 소설은 루저 중의 루저인 ‘정크족’들의 삶의 단면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그들의 존재 이유를 처절하리만큼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 루저 중의 루저, ‘정크 소설’의 탄생을 예고하다

“아버지가 있지만 내 아버지가 아니었고, 애인이 있지만 내 애인이 아니었”으며, 꿈이 있지만 꿈에 다가설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현실 한가운데 놓인 성재가 자신의 결여를 채울 수 있는 방식은 화장을 통해 다른 존재로 변신하거나 마약을 통해 자신을 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현실을 잊어야만 겨우 존재할 수 있다는 게 성재의 역설적 현실인 셈이다.

사회적 루저이면서 동시에 정기적으로 보건소에 들러 에이즈 검사를 받아야 하는 성적 소수자인 성재에게 과연 희망이란 가능한 것일까? 삶의 단 한 순간도 더는 견딜 수 없는 환멸과 고통, 그 절망의 끝에서 성재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존재’란 어떤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무시, 그리고 자기 비하와의 힘겨운 싸움을 통해서만 간신히 얻어 낼 수 있는 자격인 것이다. 소설가 윤후명이 “젊음은 언제나 속속들이 아프다. 이 시대 젊음의 헝클어진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며 가슴을 죈다. 여지없이 드러난 피폐한 얼굴은 더욱 처절하게 파헤쳐져서 앙상한 뼈만 남은 몰골이다. 한 줄 한 줄에 배어 있는 방황과 함께 젊음을 마주하면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작가 김혜나의 진화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그것이 이 신인 작가의 목소리에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며, 이 낯설고도 새로운 작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리라.

■ 작품 해설 중에서

『정크』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쓰레기 같은 새끼”라고 부르는 주인공의 고투, 존재를 위한 고투를 그리고 있다고 말해도 좋겠다. 어떤 이들에게 존재는 자연스러운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무시, 그리고 자기 비하와의 힘겨운 싸움을 통해서만 간신히 얻어 낼 수 있는 자격이다. 김혜나의 ‘정크 소설’들은 이 시대 사회적 루저들의 초상을 그리면서 동시에 정크들의 존재론을 제시한다. 작가의 고투와 함께 한국 소설의 영역이 좀 더 확장되었다.
―로쟈 이현우(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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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언제나 속속들이 아프다. 이 시대 젊음의 헝클어진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며 가슴을 죈다. 여지없이 드러난 피폐한 얼굴은 더욱 처절하게 파헤쳐져서 앙상한 뼈만 남은 몰골이다. 한 줄 한 줄에 배어 있는 방황과 함께 젊음을 마주하면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상한 사랑의 그림자들이 공간마다 일렁인다. 들끓는 혼돈 속에서 숨 쉬기조차 어려운 현실.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 마침내 주인공이 닿은 곳은 어디인가. 이별과 죽음의 가르침이 과연 청춘을 마감케 하는가. 젊음은 나에게 묻는다. 화장을 지우고 민얼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또 얼마나 멀리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윤후명(소설가)
쓰레기 같은 삶을 사는 인간을 흔히 ‘인간쓰레기’라고 한다. 『정크』의 제목은 이런 인간쓰레기를 상징한다. 사생아로 태어난 비정규직 게이인 까닭에 보잘것없거나 혐오스러운 존재로 취급당하는 주인공의 삶은 그 자체로 정크 푸드나 정크 메일처럼 폐기 처분되어야 할 쓰레기로 취급당하기 때문이다. 유전자 기능을 갖고 있지 않는 정크 DNA처럼 주인공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런 정크족을 통해 온갖 화려한 생산품들의 잉여물인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더니티의 발전 논리를 비판하는 것은 이미 식상하다. 동성애라는 제3의 성을 소수자나 타자의 입장에서 변호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하다. 작가는 이런 식상하고 익숙한 ‘한 줌의 도덕’에서 더 나아가 ‘루저 중의 루저’가 겪는 생존과 자존을 문제 삼는다. 루저가 피해자라면, 루저 중의 루저는 자해자다. 다수에 저항하는 소수가 아니라, 소수로 오인되는 다수이기도 하다. 그들은 쓰레기가 있다는 사실보다 그것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위험스럽다는 것을 건조하게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소설은 쓰레기의 재활용이 아닌 신생을 문제 삼는다. 쓰레기가 되지 않으려면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에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분노보다 성장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크』는 이처럼 ‘상실의 시대’ 이후를 살아가는 ‘포스트 루저’들의 서바이벌 게임이자 크라잉 게임이다.
김미현(문학평론가·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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