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 군을 비롯하여 가열할 때 사용하는 실험기구들은 대부분 미국 코닝 사가 개발한 파이렉스(pyrex) 같은 붕규산 유리로 만듭니다. 이는 경질 유리의 일종으로, 일반 유리보다 강하고 열팽창이 적습니다. 유리는 열을 가하면 팽창하는데, 열이 잘 전달되지 않아 가열한 부분만 팽창하면서 주변과 왜곡이 생겨 깨지게 됩니다. 만약 열팽창이 적다면 왜곡도 적겠지요. 그래서 경질 유리는 가열해도 잘 깨지지 않습니다.
---「비커 군 등장_비커 군의 메모」중에서

흔히 사용되는 실험기구들 중에는 탄생 배경이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하지만 삼각 플라스크는 예외입니다. 독일의 화학자 겸 약학자인 에밀 에를렌마이어가 발명했다는 기록과 당시 그가 그린 원안이 전해지기 때문이죠.
에를렌마이어는 각종 유기화합물을 발견했습니다. 1857년 그는 기존의 플라스크를 개량하여 삼각 플라스크의 원형을 발표했고, 유리 기구 제조업자가 판매할 수 있도록 더욱 보완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삼각 플라스크의 영문 이름은 에를렌마이어 플라스크입니다. 보통은 삼각 플라스크라고 불리지만, “미안한데 거기 있는 에를렌마이어 좀 줄래”라고 하면 왠지 멋있어 보일 것 같아요.
---「각종 플라스크」중에서

분젠버너는 가열 기구 중 가장 막강합니다. 불꽃반응 실험에서 주인공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알코올램프보다 가열 효율이 높아서 불꽃의 색이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버너의 불꽃반응에는 보통 백금이(platinum loop)가 사용되는데 분실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색만 관찰하는 경우라면 스테인리스 철사도 괜찮습니다. 스테인리스라면 긴 철사를 모기향처럼 빙빙 감아 금속염을 용해한 용액에 담글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불꽃 발색 부분이 화려하게 커져서 잘 관찰할 수 있답니다.
최근에는 분젠버너 대신 소형 실험용 가스레인지도 자주 사용됩니다. 알코올램프와 크기가 비슷한 제품도 있고,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부탄가스를 쓸 수 있어서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위대한 분젠버너」중에서

수은의 끓는점(약 357℃)보다 높은 온도는 어떻게 측정할까요? 첫 번째는 전기로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두 종류의 금속을 조합한 열전쌍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접점에서 발생하는 열기전력을 측정합니다. 그 밖에 측온 저항체를 이용한 방법에서는 측정하려는 물체에 백금선 등을 접촉해 전기를 흐르게 한 다음 저항치를 계측하여 측정합니다. 금속의 전기저항이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적외선과 가시광선의 강도를 측정하여 온도로 환산하는 방사온도계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방식을 이용한 체온계와 소형 온도계를 많이 사용합니다. 물체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온도를 측정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br/>웃음 보장! 과학적 상상력과 호기심 자극! <br/>실험기구들이 ‘직접’ 들려주는 유일무이 과학수업<br/><br/>많은 과학 소재 중에서도 왜 하필 실험기구일까? 어디까지나 화학 실험은 실험기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실험기구가 있어야 액체를 담고, 측정하고, 혼합하고, 가열하거나 냉각하며 관찰하기 등의 실험을 할 수 있다. 실험기구를 알아가다 보면 화학 개념에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다. 가령 빨간색?파란색 리트머스 종이의 변색 원인을 인지하며 액체의 염기성, 중성, 산성을 익힐 수 있다. <br/>모든 이유를 제쳐두고, 이 책은 ‘왜 하필’이라는 물음에 간접적으로 ‘재밌으니까!’라는 대답을 돌려준다. 이제껏 실험기구가 주인공이었던 책은 없었다. 실험기구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흡사 즐거운 수업과 같은 이 책을 읽다 보면 흥미로움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자주 웃음이 터질 것이다. 재미는 언제나 그렇듯 자발적인 학습욕구로 발전될 수 있다. <br/>실험실 친구들은 개성적인 성격을 드러냄으로써 실험기구로서의 자신의 특징을 유연하게 드러낸다. 이를테면 압력 변화에 약한 삼각 플라스크 군은 열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격이고, 백엽상 형님은 과거에 흔히 쓰였지만 요즘에는 잘 쓰이지 않아 풀이 죽었다고 표현되며, 액체질소 군은 끓는점이 낮아 늘 화나 있는 다혈질이다. 그들의 성격을 따라가다 보면 따로 암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실험기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실험 시 주의사항과 사용법, 실험 과학자들에 관한 뒷이야기까지 담아냈다. 재미 위주의 정보를 넘어 과학적 사고와 상상력까지 기를 수 있는 알찬 과학책이라 할 수 있다. <br/><br/><br/>비커 군, 현미경 팀, 샬레 남작, 3구 플라스크 언니, 랩잭 형…<br/>익히 들어온 것부터 다소 낯선 기구들까지<br/>각양각색 실험기구들을 한곳에서 만나는 유쾌한 실험기구 도감 <br/><br/>“내가 좋아하는 과학이나 화학으로 뭔가 재밌는 걸 그려보고 싶다. 실험기구를 캐릭터로 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주인공은 아무래도….”<br/>이 책의 저자는 실험기구를 주인공으로 만화를 그리기로 마음먹은 후 그 주인공을 비커로 정했다. 비커가 가장 익숙하고 기본적인 실험기구여서 처음은 비커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그 수가 늘어나 비커나 플라스크, 시험관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기구들로부터 석영 셀이나 퓸 후드, 피펫 필러처럼 이름조차 생소한 것들까지 130가지가 넘는 실험기구 캐릭터가 탄생하게 되었다.<br/>연구원 출신의 저자가 직접 내용을 담고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통해 전달하는 만큼 내용과 형식 면에서 완성도 높은 실험기구 도감을 만나게 된다. 특히 저자의 이과적 시선은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레이더 차트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가격과 마니아 지수(인기 지수)는 기본이고, 내구성, 데굴데굴 구르는 지수, 잘 깨지거나 망가지는 지수, 이름이 멋진 지수, 여러 실험에서 쓰이는 지수 등 객관적인 사항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나감으로써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쉬운 과학책, 즐거운 과학책을 만들어냈다. 또한 실험실의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실험기구일 수도 있다는 신선한 발상은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커다란 가르침일 것이다. <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