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에게 왕따는 아니지만, 릴레이 형식으로 무시하는 거라면 있어, 라고 영문 모를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여자에게는 순서대로 그룹에서 쫓겨나는 시기가 반드시 찾아온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유효한 타개책은 지금도 찾아내지 못한, 여자 특유의 문화라며 열변을 토하기는 했는데, 나는 전혀 모르겠다. 그것은 돌연, 어떤 전조도 없이 무시당한다는 무서운 나날이 찾아온다는 듯하다.
--- p.22
작품 자체가 유명하지 않더라도,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영화감독이나 배우 이름이 적혀있어도, 일단 일본영화면 가슴이 뛴다. 짧은 스탭롤 뒤에 멋진 에필로그가 쿠키영상으로 붙어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세계를 부수는 방법 따위 모르는 게 더 좋았을 텐데.”
마유코의 목소리가 들려서 나도 모르게 순간 돌아보았다.
--- p.35
“그럼 나 고등학교 안 갈래.”
“요즘 세상에 중졸이면 어디서 취직 시켜주겠냐?”
“중졸이라도 성공한 놈 잔뜩 있지 않냐? 거 왜, 그…….”
이때를 기다렸다, 라고 외치기라도 하듯 토모야는 중졸로 성공한 사람들 목록을 줄줄 늘어놓는다.정치가라든가, 유명기업 사장이라든가, 예능인이라든가, 만화가라든가, 아티스트라든가, 학교 교육 따위 보다 훨씬 어려운 무언가를 익히고 갈고 닦고 노력해온 사람들이 분명한 사람들을.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는 내게 없는 거창한 꿈같은 게 있었을 것이다.
--- p.48~49
“자신이 괴롭힘의 목표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먹잇감을 찾는 수밖에 없어.”
“그 논리는 알겠는데 말이야.”
“나, 그 녀석 싫단 말이지. 너도 싫어하잖아?”
“…….”
“있잖아, 내가 체육시간에 쉬는 이유, 알고 싶다고 했었지?”
“응. 그거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야?”
“여기서는 보여줄 수 없어.”
“그럼 어디로 가면 되는데.”
“오늘, 우리 집에 와.”
--- p.117~118
나는 매일매일 마음의 전압이 낮아지는 것을 느꼈다. 공부를 해도, 부활동을 해도, 토모야에 대해서도, 전부. 육체적인 고통은 근육을 단련하면 어떻게든 버티는 게 가능하겠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어지간해선 지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잉지잉 열을 내면서 곪아터져 근질근질해진다. 롤러코스터처럼 흐름이 밀려와서 아아- 이젠 다 끝장이구나, 하고 죽음이 지나쳐가는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조금만 더 참으면 돼, 버텨라, 하고 생각할 때도 있고,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남고 있었다.
--- p.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