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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56g | 152*210*15mm
ISBN13 9788952243188
ISBN10 895224318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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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가 딱 한 번, 바다의 본격적인 분노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 사건은 단순한 자연적 재해가 아니다. 그런 자연의 분노에는 악의적 목적과 통제할 수 없는 잔인성이 들어 있다. 그것은 그의 희망과 눈물, 피로로 인한 고통, 휴식을 위한 갈망을 송두리째 앗아가려 한다. 그것은 그가 보고, 알고, 사랑하고, 즐기고, 미워했던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필요한 모든 것들, 예컨대 햇빛과 기억들과 미래를 말살하려 한다. 그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단순하면서도 섬뜩한 그 행위로 인해, 그에게 소중했던 세계 전체를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려는 것이다. --- p.11~12

내가 말하는 용기란 군인의 용기, 시민으로서의 용기라든지, 혹은 다른 어떤 특별한 용기를 뜻하는 게 아니야. 그저 유혹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용기, 허식이 없는 그런 마음의 태도를 뜻하는 거야. 우리가 살아가면서 옆에서 지나가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사람들, 무슨 변덕이나 변태로 갑자기 혼란을 겪는 일이 없는 그런 사람을 말하는 거야. 하지만 그는 거기 그냥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서 있었어.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지. 나는 그가 선원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보고 싶었던 거야. --- p.36

짐이 그때 느꼈던 첫 번째 충동은 고함을 질러 승객들을 깨운다는 것이었어. 배는 당장 공황 상태에 빠졌겠지. 그러나 너무나 무겁게 밀려오는 무력감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는 거야. 흔히 입천장에 혀가 달라붙었다는 표현을 쓰지? 짐이 바로 그런 상태에 있었던 거야. 그는 그 상황을 아주 간결하게 ‘입이 바싹 말랐어요’라고 표현하더군. --- p.59

어느 정도 비도덕적인 내 의도는 그 죄인의 순박한 도덕성과의 싸움에서 지고 말았어. 물론 그에게도 이기심이 있었지. 하지만 그의 이기심은 내 이기심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고, 보다 드높은 목표를 지니고 있었던 거야. 나는 그에게 길게 내 주장을 늘어놓지 않았어. 그의 젊음 앞에서 내 주장이 거센 저항을 받으리라는 것을 잘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야. --- p.97

짐은 정말 불행했어. 그런 무모한 짓을 해도 유령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니까. 실은 그 명백한 ‘사실’이라는 유령을 잠재워버리기가 불가능했던 것 같아. 짐은 그 유령 자체를 묵과하며 살 수 없었던 게 분명해. 하지만 그가 과연 그 유령을 피하려던 것인지, 아니면 그에 맞서려던 것인지, 나는 단정 지을 수 없어.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차이가 미묘해서 분간해 내기 어렵다는 것만 알아냈을 뿐이야. 그건 도망치는 것일 수도 있고, 하나의 싸움 방식일 수도 있어. --- p.117

‘세상에 태어나면서 사람은 마치 물에 빠지듯 꿈에 빠지게 되어 있어. 하지만 우리는 눈을 감은 채 살 수는 없어.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는 게 괴로운 일이야. 그렇다고 꿈이라는 바다에서 뭍으로 기어 나오려고 애를 쓰다가는 오히려 그 물에 빠져 익사하게 될 뿐이지. 사는 길은 그물이라는 파괴적인 원소에 몸을 맡기는 것뿐이야. 그래, 맞아! 거기 푹 잠겨야 해. 그게 사는 길이야. 꿈을 따르고, 또다시 꿈을 따르고……. 그렇게 영원히…… 끝까지…….’ --- p.125

마지막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동봉한 편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걸세. 정말 로맨틱하다는 걸 자네도 인정하게 될 거야. 하지만 그 내용에는 일종의 심오하고 무서운 논리가 들어 있어. 마치 압도적인 우리의 운명을 우리 앞에 펼쳐 놓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상상력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네. 우리의 사고의 무모함은 결국 우리의 머리로 되돌아오기 마련이지. 칼을 가지고 놀던 자는 결국 칼에 망하는 법이니까. 이 놀라운 모험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그것이 진실이라는 점이라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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