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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를 사랑하다
중고도서

매화를 사랑하다

김선희 | 동아 | 2014년 03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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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372g | 128*188*30mm
ISBN13 9791155111611
ISBN10 115511161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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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음식 앞에 두고 젓가락 깨작거리는 거 딱 질색이야.”
무덤덤하지만 말에 가시가 있었다. 마치 음식 앞에 두고 투정 부리면 한 대 맞을 것 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워낙 포스가 남달라 보이니 가끔 저렇게 정색하고 말하면 조금 움찔거리면서 그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럼 오빠 앞에서 절대 음식 두고 젓가락 깨작거리지 말아야지. 그랬다간 진짜 한 대 맞을 것 같다. 하하하하.”
“그래.”
우와, 완전 강적이다. 농담으로 하는 말에 저렇게 진지하게 대답하네.
매화는 농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륜을 못마땅하게 쳐다보고는 테이블을 정리해서 일어났다. 쓰레기를 버린 매화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는 태륜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배시시 웃으면서 두 손을 내밀었다.
“오빠, 나 천 원만 줘요.”
“천 원?”
“응, 나 쌍쌍바 사 먹게 천 원만 줘요.”
태륜은 쌍쌍바가 뭔지는 모르지만 두 손을 내밀고 동그란 눈으로 올려다보면서 천 원만 달라고 조르는 모습에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잡힌 천 원짜리 지폐를 매화의 손에 올려 주었다.
“고맙습니다.”
매화는 태륜이 준 천 원을 받아 들고 신나게 편의점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린애 같기는.’
천 원 짜리 한 장에 저렇게 좋아서 뛰어가는 매화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맑고 투명한 아이.
태륜은 때 묻지 않은 매화를 이 험한 세상으로부터 오빠로서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매화는 사 온 쌍쌍바를 반으로 갈라 하나를 태륜에게 내밀었지만 그가 고개를 젓는 바람에 자신이 양손에 하나씩 들고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먹고도 또 먹는 거 보니까 신기하군.”
“이건 후식이죠. 후식 배는 따로 있는데 그걸 모르시네.”
매화가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으면서 태륜의 말에 귀엽게 대답했다.
태륜은 그저 웃어넘기며 매화 옆에 서서 조용히 걸었다. 그러다 문득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게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부유한 동네라서 방범이 잘 된다 해도 여자 혼자서 밤길은 위험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기에 그녀의 안전은 그의 집안 책임이기도 했다.
“너 매일 이렇게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니지?”
“음, 오늘은 첫날이라서 늦었죠. 그런데 과제를 해야 한다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면 아마도 오늘보다 더 늦게 들어올 수도 있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동아리 활동으로 늦어지게 될 수도 있기에 매화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차 한 대 사 줄까?”
아이스크림을 먹는 데 집중하던 매화가 갑작스러운 태륜의 말에 당황해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떨어뜨려 버렸다.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한 그녀가 너무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뭐, 뭐라고요?”
태륜은 늦게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매화의 말에 무심코 나온 말이지만 정말 그녀에게 필요하다면 사 줄 의향이 있었다. 늦은 시간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닐 그녀를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세상은 갈수록 위험해지지 않는가. 어린 그녀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늦게 들어오는 거 위험하니까.”
차? 아니 무슨 차가 장난감인 줄 아나? 아무리 돈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지.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필요 없어요. 차가 무슨 장난감이에요? 한두 푼도 아니고 그 비싼 걸 막 사 준다고 하면 어떡해요? 완전 미쳤어! 에이씨, 아깝게 아이스크림 떨어뜨려 버렸네.”
매화가 그를 확 째려보면서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입 한 번 대지 못한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고 아까워했다.
“불안하니까. 위험한 동네는 아니지만 그래도 늦게 다니는 건 위험해.”
“아휴, 정말. 오버하지 마요. 매일 늦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인데. 그리고 대학생이 차 가지고 다니면 사람들 욕해요. 말도 안 되는 생각 다시는 하지 마요!”
태륜은 펄쩍 뛰면서 못 박는 매화의 말에 더 이상 강요 할 수 없었다.
“알았어. 그럼 늦는 날은 전화해. 기사 보낼 테니까.”
“아니 그럴 필요 없는데…….”
“서울에 있는 동안은 우리 가족이 네 보호자야. 물론 나도 오빠로서 여동생이 위험해지는 건 바라지 않아.”
여동생? 매화는 태륜의 입에서 나온 ‘여동생’이라는 말에 심장이 욱신거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 가슴 아프게 했다.
자신과 그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마음이 아프지? 당연한데. 오빠가 여동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데. 그런데도 매화는 슬펐다.
“……네. 늦으면 연락할게요. 오빠, 우리 늦었는데 얼른 집으로 가요.”
매화는 힘없이 대답하고는 태륜을 향해서 억지웃음을 지어보이며 먼저 앞장서 걸어갔다.
태륜 역시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그는 갑자기 어두워진 매화의 표정이 신경 쓰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밝게 웃던 그녀가 왜 갑자기 상처받은 얼굴을 하는 것인지 그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방으로 들어온 매화는 그대로 몸을 침대로 던져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
“엉엉엉, 한태륜 어떻게 그런 말을! 뭐? 여동생? 엉엉엉. 내가 지랑 피 한 방울 안 섞였는데 무슨 여동생이라는 거야! 엉엉엉.”
매화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기 위해 베개에 얼굴을 더 깊게 묻고 대성통곡을 했다.
“으헝헝엉, 한태륜 부숴버릴 거야!”
대성통곡하던 매화가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켜 방문을 힘껏 노려보면서 이를 갈기 시작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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