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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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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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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22g | 142*200*17mm
ISBN13 9791190569408
ISBN10 119056940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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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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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로 20년 넘게 일하면서 숱한 프로그램을 거쳤지만 우연한 기회에 영화정보 프로그램과 인연이 됐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돈도 벌고, 좋았다! SBS 〈접속 무비월드〉, KBS 〈영화가 좋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까지 공중파 3사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모두 거쳤다. 그렇다! 나는 공중파 3개 방송사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작가다. 모두 했다는 작가를 아직까지 만난 적 없으니 일단 유일하다고 우기겠다. 이건 사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나 혼자 자뻑하는 이력이다. 그 외에도 케이블이나 IPTV 영화 정보 프로그램들까지 하다 보니 내 취향과는 무관하게 이런 저런 영화를 참 많이 봤다.
-야. 사람이 10년 동안 한 우물만 파면 어떻게 되는 줄 아냐?
-그 분야의 최고가 된다고요?
-아니, 소재가 바닥난다고~
영화 〈레드 카펫〉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오래 하면서 최고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영화라는 소재는 바닥나지 않았고, 끊임없이 뭔가를 던져 주었다. 영화 속 대사들이 의미 있게 다가온 것도 한방이 때문이다. 주로 엄마로서 부족한 나를 저격하는 대사들이 많았다. 그러다 영화 속 좋은 대사들을 아카이빙해 볼까 생각한 게 시작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나에게 감동이나 영감을 준 대사들, 혹은 아이가 불시에 던진 질문에 어버버 하는 대신 뭔가 그럴싸한 대답이 되는 대사들을 모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육아라는 망망대해에서 희미한 깜빡임을 찾는 기분이랄까. 자주 막히고 답답한 나날들에 현명하고 선명한 이정표 같은 대사들이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 p.8~9

사라 코너 말처럼 미래의 엄마로서 자질이 없는 내게 온 아이. 그런데 나는 툭하면 아이에게 이것도 못 하냐고 비난하고, 다른 아이는 이렇던데 저렇던데 비교하면서 이따위로 아이를 키우고 있구나. 그날 이후 나는 종종 ‘사라 코너’를 만난다. 아이에게 함부로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할 때마다. 미래에서 온 아이. 내가 살아온 세상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사람. 내가 죽은 후에도 지구라는 별의 시간을 통과할 사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좋아한다. 황량한 고속도로 주유소에 정차하는 지프차 한 대. 사라 코너가 한 손으로는 운전대를, 다른 한 손으로는 커다란 카세트를 들고 녹음을 하고 있다. 어느새 배가 불룩한 만삭이 된 그녀는 미래의 아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얘기한다. “뭘 말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렵구나. 이다음에 크면 내 말을 이해하게 될 거야.”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떼는 그녀. 조수석에는 당연한 듯 총 한 자루가 놓여 있다. 뭣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어리숙하고 겁이 많은 여자는 미래의 아이를 위해 기꺼이 투사가 되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그녀가 향하는 길의 끝에서 폭풍우가 몰려오는지 하늘이 시꺼멓다. 그때 주유소 남자가 폭풍우가 오고 있다고 말을 건네자, 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그녀는 말한다. “알고 있어요.” 우리는 때때로 잊는다. 미래에서 온 아이를 온전히 키우는 것이 폭풍우 속을 뚫고 가는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 p.24~25

여전히 멀뚱멀뚱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남자애를 보며 선천적으로 오지랖을 타고난 제가 메뉴도 주문하고 대화를 이끌었죠. 그러면서 그간 제 맘을 닫히게 만들었던 문제의 카페
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남자애는 크게 당황하며 미처 몰랐다고 앞으로 고치겠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기껏 마주 앉아 왜 무표정하게 있었느냐고 하니 부끄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다는 겁니다. 그리하여 스물두 살 때 처음 만났지만 서른일곱이 되어서야 그 남자애와 저는 연애를 시작했고, 이듬해 결혼을 했습니다. 〈응답하라! 1997〉이 진짜 응답한 셈이죠.
세상의 모든 인연을 맺고 끊는 신이 있다면, 그는 15년 전 우리를 내려다보며 키득키득 웃었겠지. ‘야! 이것들아, 니들 15년 뒤 에 애 낳고 살아!’ 훗날 이리 될 것을 알았더라면 15년간 다른 남자들을 이리 기웃 저리 기웃대며 감정 낭비를 하지 않았을 텐데. 그때 한방이를 낳았더라면 벌써 20대가 되어 있을 테고, 나는 마흔 넘어 극한직업 육아로 개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그저 있는 그대로 ‘As you are’ 하게 상대를 받아들이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같다.
--- p.30~32

일대일로 만난 첫 상담 날, 그녀는 나의 가정사를 죽 듣더니 툭하고 한마디 던졌다.
준아 씨를 낳았을 때 아버지는 몇 살이었나요?
머릿속으로 다스베이더가 나를 낳았던 나이를 셈하다가 아무 말도 못하고 나는 펑펑 울고 말았다. 다스베이더는 고작 스물여섯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 순간 나는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불성실했던 그의 지난 과거를 용서해 주기로 했다. 내게 비혼을 결심하게 만든 존재에 대한 오랜 체증이 그날을 시작으로 조금씩 뚫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4주 상담이 끝나고 나자, 나는 아이를 벗고 이제야 비로소 어른의 세계에 발을 디딘 스스로를 마주했다. 이제야 온전히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상대의 허물조차 품을 수 있는 대인배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덜컥 임신이 되었을 때도 그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은 엄마 자신의 어린 자아를 돌보고 성장시키는 시간이 될 거라는 격려였다.
--- p.45~46

누굴 가르쳐야 직성이 풀리는 DNA는 진화하면서 모든 인간에게 탑재된 것이 아닐까. 인류가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노하우를 후대에 알려 주는 과정에서 꼰대 DNA가 자연스레 디폴트값으로 저장된 게 아닐까. 모든 분야에서 꼰대들의 활약은 지칠 줄 모르지만 유독 결혼과 육아 분야에 있어선 ‘꼰대 오브 더 꼰대’가 지리멸렬하게 존재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장르는 ‘호러’다. 결혼하기 전 주로 들었던 소재는 시댁의 흉포함과 그에 맞서지 못하는 있는 둥 마는 둥한 그림자 남편. 무엇보다 가난뱅이 시댁과 밑천 없는 남편이야말로 빌런 중의 빌런이었다. 막 임신을 했을 때는 머지않아 닥칠 입덧과 출산의 고통에 대한 공포물을 눈앞에 그려 줬고, 만삭이 되었을 때는 노산의 위험과 건강하지 못한 아기를 낳을 가능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한방이를 유모차에 싣고 외출하면 어디선가 킁킁 인간 아기 냄새를 맡고 좀비처럼 그들이 나타났다. ‘왜 애를 이렇게 춥게 입혔냐! 혹은 왜 애를 이렇게 덥게 입혔냐!’ 아우성이었다. 한방이가 걸음마를 떼다가 엎어지면 엄마가 돼서 자기 새끼 엎어졌는데 달려오지도 않는다고 혀를 끌끌 찼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순식간에 자기 커리어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엄마가 되었고, 한방이가 조금 더 크니 이젠 그 흔한 태권도, 피아노조차 안 가르치는 게으른 엄마로 둔갑했다. 그러니 한글과 영어는 일러 무엇하리오.
--- p.80~81

어쩌면 엄마라는 이름은 ‘새로운 배’ 같은 건 아닐까. 그리고 끝끝내 부여잡고 있었던 마지막 널빤지는 ‘툴리’이고 말이다. 아이를 둘 낳았지만 여전히 ‘툴리’ 시절에 발 하나를 걸치고 있었던 마를로는 아이 셋을 둔 ‘엄마’라는 이름이 아직도 낯설다. 엄마가 된 시간보다 툴리로 살았던 시간이 더 오래니까 어쩔 수 없지 않나.
술에 취한 마를로가 강물에 빠져 사경을 헤매던 그때, 환영처럼 인어가 된 툴리가 헤엄쳐 와 안전벨트를 풀어 주는 장면이 있다. 한때 인어였으나 목소리를 내어 주고 두 다리를 갖게 된 게 마를로일지도 모르겠다. 자유롭게 유영하듯 삶을 살았던 ‘툴리’ 입장에서 보면, 결혼과 육아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주고 단조롭고 심심하게 사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삶은 실패와는 거리가 멀다. 목소리를 갖느냐 아니면 다리를 갖느냐의 문제니까.
--- p.111

소설 『작은 아씨들』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막내 에이미는 코가 낮고 못생겼다고 맨날 얼평만 하는 철없는 허영덩어리였다. 그런데 그레타 거윅 감독이 해석한 이 영화에서 에이미는 내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특히, 로리에게 결혼에 관한 일장연설을 늘어 놓는 장면은 그 시대 여성들의 울분이 느껴져서 에이미에게 깊이 공감했던 장면이다. “원래 부자랑 결혼하려 했어. 그게 왜 창피해?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선택하는 거지, 운명처럼 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여자는 돈 벌 방법이 없어. 생계유지나 가족 부양도 힘들어. 돈도 없지만 만약 있더라도 결혼하는 순간 남편 소유가 돼. 그리고 아이를 낳아도 남편 소유야. 남편의 재산이지. 그러니까 속편하게 앉아서 결혼이 경제적인 거래가 아니라곤 하지 마. 이해가 안 되겠지만
내겐 그래.” 그런데 이 장면의 대사는 고모로 출연하는 메릴 스트립이 그레타 거윅 감독에게 그 시대 여성들이 느끼는 무력감을 전해 줘야 한다고 제안해서 촬영 직전에 새로 쓰인 것이라 한다. 역시 메릴 스트립!
--- p.136

‘우리 부모가 그렇게 해 줬더라면…’ 을 기준으로 대체로 자식에 대한 섣부른 가설을 세우는 게 모든 부모의 한계다. 문제는 내 아이는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결국 내 품을 떠나 독립된 개체로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내 아이가 온전히 자기 삶을 자기 힘으로 꾸려 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면 부모의 가설은 어떤 식이 옳을까. 그리고 한방이에 대한 나의 가설은 어떻게 수정하는 게 맞을까.
--- p.145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설교 문장이 나를 울렸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는 얘기. 말장난 같은 이 문장을 나는 한방이의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모든 행동을 이해까지 한다면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반드시 이해가 사랑의 필수조건이 되는 건 아니다.
--- p.161~162

일곱 살이 됐는데도 한방이는 한글에 관심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조급하지는 않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한글을 뗐던 나와 남편의 경험 때문이기도 하고, 뇌가 문자를 받아들이는 최적의 시기가 7~8세라고 어디선가 읽었기 때문이다. 입학을 몇 달 앞두고 유치원 엄마들에게 물어 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런 저런 방법으로 한글을 배우고 있었다. 주변의 추천을 받아 5세 수준의 학습지로 집에서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오 마이 갓! 신은 초단위로 나를 시험에 들게 했고, 나는 지하에 계신 세종대왕님을 자꾸만 소환했다. 아니 세종대왕님, 현명한 자는 반나절이면 깨치고, 어리석은 자도 열흘이면 깨친다고 하셨잖아요. “한방아, 세종대왕님이 이런 너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슬퍼하시겠니?”를 반복하다가 결국 나는 ‘한방이=바보 멍청이’라는 조속한 결론에 도달했다.
한방이는 뇌가 매우 청순하고도 순결한 아이였고, 가르치면 바로 리셋이 되면서 깨끗하게 초기화되었다. 가령 숱하게 ‘곰’이라는 단어를 본 뒤에, ‘고’ 밑에 들어갈 받침을 물어보면 한방이는 뭐라도 하나 걸려라 하는 식으로, ‘ㄱ?’,‘ㄴ?’,‘ㄷ?’‘ㄹ?’ 차례로 대는 식이었다. 그러니 내가 열불이 나, 안 나.
--- p.177~179

윈스턴 처칠은 성공을 이렇게 정의했다!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하는 능력”
실패를 거듭하는 능력이라… 여기서, 잠깐 몰리 블룸의 다이내믹한 인생 굴곡을 살펴 보자.
스키와 부츠가 분리되는 바람에, 12년간 목표로 삼았던 올림픽 메달리스트 실패 → 하버드 로스쿨 학비 벌기 위해 도박장 알바 → 도박장 운영하며 대성공 → 러시아 마피아 끌어들여 난장판 → 전 재산 몰수되고 빚더미 → 자전적 에세이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 → 에세이 영화화!
우리가 누군가의 성공을 볼 때, 쉽게 예단하는 것이 그 사람이 갖고 태어난 그럴듯한 배경이다. 이만기 사주를 보았더니 이미 천하장사가 될 상이었네, 허재, 선동열, 류현진, 강호동도 죄다 성공할 인자를 갖고 있더라는 게 핵심은 아닐 것이다. 동일한 사주를 갖고 태어났음에도 서로 다른 인생을 사는 건, 물론 운도 필요하지만 절실한 마음과 지극한 노력, 즉 실패에도 거듭 열정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기세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리라
--- p.216

일평생 비교와 평가가 당연한 듯 살아온 나란 엄마는 당연하게 도 한방이에게 비교와 평가를 대물림한다. 대화의 시작은 옆집애다. “옆집 애는 혼자 샤워를 잘하는데 너는 왜 아직도 혼자 못해?”, “옆집 애는 밥도 맛있게 남기지 않고 잘 먹는데 너는 왜 식탁에서 말이 그렇게 많니?”, “옆집 애는 색칠도 꼼꼼하게 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대충 해?” 옆집 애로 시작해서 ‘너는 왜?’로 끝나는 대화의 무한 루프.
그러던 어느 날, 하굣길에 한방이와 같은 반 아이를 만났다. 한방이는 빈손이었는데 녀석은 손에 장난감을 들고 좋아하고 있었다. 자율 과제를 수행한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하고 싶은 아이들은 과제를 하고 선물을 받았고, 한방이는 딱히 그 과제엔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녀석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저는 맨날 잘해서 선물을 받는데 한방이는 못 받으니까 한방이가 저를 시샘할 거라고 우리 엄마가 말했어요.” 두둥! 뒤통수와 명치를 동시에 맞는 기분이 이런 걸까. 나는 미처 몰랐다. 내가 한방이를 혼낼 때, 비교와 평가의 대상으로 옆집 애를 갖다 쓰면서도, 다른 집에서 한방이를 그 대상으로 쓰리라곤 말이다. 재밌는 지점은 나는 주로 한방이 기를 죽이기 위해서 옆집 애 찬스를 썼지만, 다른 집에서는 그 집 아이 기를 살리는 용도로 한방이를 갖다 쓰기도 하더란 사실이다.
--- p.245

“가난한 사람들을 알긴 하세요? 인도 델리에 있는 제 외갓집에 가면 하루 2달러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내가 경쟁하는 건 그 사람들이 아니야. 인생의 지표인 사람들과 경쟁해야지.”
“애초에 경쟁을 왜 해요? 잘하고 계세요. 제가 확신하는데 충분히 성공한 삶이에요.”
자신에게 세상은 전쟁터인데, F4 녀석들에게는 세상이 놀이터이자 꿈의 무대일 거라 브래드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브래드 관점이다. 대학 시절 좋은 세상 만들기에 대한 소신을 잃지 않은 스스로를 대견해해도 좋을 사람이 온통 자기 비하와 자기 혐오에 빠져 있다. 브래드가 스스로에게 가장 냉혹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불쌍한 어른으로 성장한 이유는 ‘경쟁’이라는 시스템 뒤에 가려진 비교와 평가, 서열 매기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 p.250

결국 데이비드는 142명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애비임을 밝히기로 마음먹는다. 그때, 주위를 얼쩡거리는 데이비드를 눈여겨본 142명 중 한 아이가 눈치를 챈다. 그가 바로 정자 제공자임을.
“무슨 일 하세요?” “정육점에서 일해.” “동물을 살해하는군요.” “난 그냥 배달원이야. 직접 죽이진 않아. 고기를 실어 나르지.” “동물 사체 운반업자군요. 나는 음악가를 상상했는데….”
이 대목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한방이에게 어떤 아이가 되면 좋겠다,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듯 한방이도 원하는 부모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왜 나는 늘 아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입장에만 서 있었던 걸까.
--- p.260

‘남’이라는 글자는 ‘님’이라는 글자보다 늘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남’은 늘 홀대받았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장 폴 사르트르의 유명한 말도 있잖은가. 하지만, ‘우리가 남이가?’ 피
를 나눈 가족보다 때때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나을 때가 있다. ‘가족이란 누가 보지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기타노 다케시도 그랬듯이, 살면서 가장 뒤통수를 많이 때리는 이들 역시 가족일 것이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어린 시절 고백에서 ‘남’ 얘기를 한 바 있다. 가난한 가정환경, 끊임없이 싸우는 부모님 때문에 자신은 날마다 주먹을 휘두르며 싸움이나 하는 문제아였단다. 훗날 자
신과 이름이 같은 범죄자, ‘신창원’에 대해 분석을 하다 보니 어린 시절이 너무나 흡사해서 놀랐다고 한다. 다만 신창원처럼 비뚤어지지 않은 이유는 언제나 자신의 얘기를 들어 주고 믿어 줬던 옆집 아줌마가 계셨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에게도 ‘남’이 있었다.
사실 부모가 제 아이를 온전히 100% 완벽하게 기르는 것은 어렵다. 연극제 무대 의상을 만들어 준 5학년 때 담임을 비롯해, 성장하는 마디마디마다 부모의 빈자리를 대신해 준 ‘남’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종종 한방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부족한 나와 남편 말고 한방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남’이 많기 를 말이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남’이 되고 싶다.
--- p.271~272

당신은 왜 아직까지 잠 못 이루고 있나요?
아직도 육퇴 전인가요?
한방이 에피소드와 이물감 없이 잘 섞일 영화 찾기가 꽤 어려웠습니다. 나폴레옹마냥 일단 영화의 산을 올랐는데 영화가 끝나고 하산할 때쯤 이 산이 아닌가벼~가 많았어요. 게다가 오랜 방송작가 생활 탓인지 뛰어난 글에 대한 눈높이는 산 정상에 가 있는데 제가 쓰는 글들이 여전히 산 아래 깔린 그림자 수준이라 힘들더군요. 여러 번 이 산이 아닌가벼~를 맞닥뜨리다가 지금 내가 오를 수 있는 산의 높이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높이 올라가 보겠습니다.
--- p.286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어떤 엄마는 밥을 짓고, 어떤 엄마는 옷을 짓고, 어떤 엄마는 농사를 지을 때, 한방이 엄마는 매일 밤 글을 지었다. 울면서 보채는 아이에게 품을 내어 주다가, 자면서 뒤척이는 아이에게 등을 보여 주었다. 일하는 엄마의 등, 영화 보는 엄마의 등, 글 쓰는 엄마의 등을 보고 자란 아이의 미래는 다를 것이다. 뭐가 어떻게 다를 거냐고 디테일하게 따져 물으면 잠시 말문이 막히겠지만, 뭐가 달라도 다를 테니 두고 보라고 금세 목청을 높이면서 나는, 이 책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 올릴 것이다.
“한방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태교는 지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라고 믿은 엄마가 차근차근 곱씹는 영화들에 이끌려서,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말 잘 거는 ‘넉살 DNA’”를 아이에게 물려 준 게 자랑스럽다는 엄마가 영화 속 인물과 나눈 상상의 대화들이 솔깃해서, 그렇게 ‘육아(兒)에 한숨짓기’보다 ‘육아(我)에 미소 짓기’로 마음먹은 엄마의 유쾌한 셀프 디스에 멱살 잡혀서, 책장을 넘기는 손이 쉼 없이 바빴다. 내 얘기를 남 얘기처럼, 남 얘기는 내 얘기처럼 술술 풀어 내는 한방이 엄마 덕분에, ‘줄넘기 840개’를 할 줄 알면서 ‘받아쓰기 30점’을 받아 오는 한방이를 어느새 내 아이라 생각하며 읽고 있었다. 난 아이를 낳은 적도 없는데^^;;
어떤 엄마는 밥을 짓고, 어떤 엄마는 옷을 짓고, 어떤 엄마는 농사를 지을 때, 한방이 엄마는 매일 밤 글을 지었다. 이제 이 책을 읽을 독자는 내내 미소를 지을 일만 남았다. 아, 가끔 눈물도 짓게 될 테니 각오할 것.

P.S.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들 하는데 한방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마을은 ‘영화 마을’이었구나. 아, 영화 마을이 뭐냐면… 암튼 그런 게 있었단다 한방아. 그리 오래지 않은 엣날에…
- 김세윤 (작가, MBC 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DJ)
서른일곱, 언제 결혼할 거냐는 재촉을 받다가 자신처럼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독립잡지 〈노처녀에게 건네는 농〉을 만든 작가는 이제 엄마가 되어 자기처럼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말
을 거는 책을 썼다.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쓴다.’책 속에서 언급된 영화 〈작은 아씨들〉의 프롤로그 문구가 천준아 작가의 기본 정서 같다. 즐거운 일이 많아 해맑은 사람이 아니라 담대하게 씩씩하기를 선택한 사람. 세상에서 기대하는 모습과 나 사이의 괴리, 어울리지 않는 곳에 와 있는 것 같아 숨고 싶은 머쓱함의 기분을 잘 아는 작가는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라디오 사연 톤으로 풀어낸다. 위로하되 슬픔 속에 잠겨 있지 않겠다는 듯이. 육아와 관련된 에세이를 이렇게 내내 웃으며 본 적이 있던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일이지만, 동시에 엄마 이전의 삶을 포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엄마의 눈이 생김으로써 세상을 보는 문이 하나 더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이 새로운 문이 다른 입구를 압도해 도리어 드나드는 문의 총합은 줄어드는 일이기도 하다.
영화 전문 방송 작가로 20년간 일한 작가는 육아를 하면서 다시 보이는 장면과 대사 속에서 참고할 만한 자세를 찾아내 이같은 엄마의 레퍼런스도 있다고 제안한다. 여전히 나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겠지만 흔들려 가면서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새로운 차원의 문을 만들어 보일 수 있다고. 꼭 엄마가 아니어도 ‘나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 정문정 (『더 좋은 곳으로 가자』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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