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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생의 마지막 순간, 영혼에 새겨진 가장 찬란한 사랑 이야기

리뷰 총점9.6 리뷰 97건 | 판매지수 1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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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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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318g | 128*188*30mm
ISBN13 9791168220836
ISBN10 116822083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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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이맘때면 말이여. 마을 여기저기에 벚꽃이 피어나서 어찌나 아름답던지. 손주 녀석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는디. 오나마키의 벚꽃……….”
그 중얼거림이 키무라 쇼헤이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향수에 젖은 눈동자 위로 막이 내리며 그는 마지막 숨을 내뱉었다. 미약한 한숨이었지만, 그것은 내 눈앞에서 일곱 가지 빛깔로 반짝이며 날갯짓하듯 넓게 퍼져나갔다. 실로 현란하고 복잡한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혼. 나는 무지갯빛 날개를 빨아들였다. 빨아들이고 몸속으로 집어삼켜서 나라는 이름의 배에 태운 채로 명부로 데려가게 된다. 눈을 감으니 눈꺼풀 밑으로 쇼헤이의 인생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사신 앞에서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한 순간부터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세상에 태어난 그날까지, 기억의 언덕길을 내리닫는다. 그런데 역재생되는 극채색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어떤 것을 발견했다.
--- pp.26~27

아직 죽고 싶지 않아.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유학도 가 고 싶고, 히요리도……. 인생 최후의 꿈속에서 사신의 손가락이 내 뺨을 어루만졌다.
“다음 생이 있어.”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에 그가 꺼낸 것은 위로의 말…… 이었을까?
“거기서 자네는 다시 한번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될 거야.”
……뭐야 그게. 최후의 순간, 나는 웃고 말았다. 내가 생각해도 우는지 웃는지 모를 어설픈 웃음이었다. 하지만 사신이 하는 말이니만큼 한 번쯤 믿어 봐도 좋지 않을까? 1년에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는 견우와 직녀처럼, 나도 다음 삶에서는 너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랑을 하게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몸이 쑥 가벼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생각했다. 아아, 이제 괴롭지 않네, 하고 말이다.
--- pp.66~67

“저기요. 난 지금부터 죽을 건데, 죽으면 당신과 또 만날 수 있나요?”
그것만큼은 꼭 물어보고 싶어서 최대한 간결하게 질문해보았다. 지금까지의 경쾌한 대화를 통해 나는 그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품게 되었다. 신사적인 몸짓과 말투는 아무리 봐도 질릴 것 같지 않았고, 총명하고 박식한 대화 내용도 속세를 초월한 느낌이 들어 호감이 갔다. 이런 사신이 있다면 좀 더 빨리 만나보고 싶었다는 생각까지 든다.
“뭐, 만나지 못할 건 없어. 네가 그걸 바란다면.”
“정말로요?”
“가능성이 그렇다는 거야. 미래는 네 선택에 달렸지.”
나는 사신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어쩌면 나라는 인간의 인생에 관한 최대한의 역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채, 나는 날개라도 얻은 기분으로 공중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생일 축하해, 카에데.”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듣는 마지막 말이었다. 배덕적일 만큼의 부유감이 온몸을 휘감았고 귀를 때리는 바람 소리가 기분 좋아 눈이 감겼다. 하지만 세계를 태우는 석양의 붉은 빛은 눈꺼풀 안쪽까지 침투해 나를 살며시 감싸 안아주었다.
아아, 기뻐. 이제야 겨우 자유로워질 수 있겠어.
--- pp.86~87

엘리의 젖은 눈은 이런 상황에서도 예뻐서…… 무척이나 예뻐서 웃음이 나올 것 같다. 눈물에 씻긴 그녀의 에메랄드는 가슴께에서 반짝이는 진짜 에메랄드 따위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사신 주제에 사랑해버리고 말았다. 이건 그에 대한 징벌인 걸까? 엘리가 나와 만나지 않았다면 훨씬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나와 만났기 때문이라는 건방진 생각 자체가 지나친 교만일 걸까? 무력하고 공허한 나를 비웃듯이 빅 벤의 종이 울리고 있다.
“주인……님…… 저…… 마지……막으로…… 하고…… 프은, 말이…….”
“뭐지?”
“저……는…… 저…… 계속…… 주인, 님을…….”
조용한 밤이었다. 얇게 쌓인 눈이 세상을 뒤덮어버린 것처럼 조용한 밤이었다. 들려오는 건 종소리와 그녀가 쉰 목소리로 꺼낸 마지막 말뿐. 그래서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날 바라보았을 때, 내 마음은 둘로 찢겨져나가고 말았다. 절반은 당신의 것, 나머지 절반도 당신의 것…….”
결국 그런 비뚤어진 대답밖에 해줄 수 없었지만 나와 그녀의 관계는 이걸로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pp.166~167

점점 잿더미에 파묻혀가는 소설 흉내 따위보다 훨씬 눈부시고 가치 있는 것이 지금 눈앞에 있다. 나는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아마 이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전환점이자 기회일 것이다. 여기서 데몬의 손을 잡지 않으면 난 평생 모두의 웃음거리로,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인간으로 남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놓으면 안 돼!”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린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데몬의 열병에 전염된 나는 시키는 대로 재킷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그 저주스러운 까만 묵주를 꺼냈다. 행운의 부적 좋아하시네. 그런 냉소에 도취된 나머지 데몬이 어째서 묵주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해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묵주를 내던진 오른손을 뻗어 예전에 버렸던 과거를 다시 붙잡으려 했다. 순간, 기타를 감싼 나일론이 손가락 밑에서 걸쭉하게 녹았다. 갑자기 나타난 새빨간 혀가 일그러진 초승달 미소를 할짝거렸다.
--- pp.249~250

눈을 뜨자 나는 제비가 되어 있었다. 어째서 제비라고 생각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눈을 떴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둠이 둘로 나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위쪽 어둠에서는 점자 같은 작은 알갱이가 잔뜩 떠올라 있었고, 아래 쪽 어둠에서는 파도 소리가 났다. 그때 내 귓가에서 누군가가 “저건 별이고, 이건 바다란다”라고 속삭였다.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세이라, 넌 제비란다”라고. 그러니까 나는 제비다. 실제로 어둠 속에서 본 내 팔은 새까맣고 털이 수북하면서 손가락이 없었다. 다리를 내려다보면 발가락이 세 개밖에 없다. 그중 한가운데 있는 발가락이 가장 긴 데다 발톱은 유독 날카로웠다. 적어도 그것들은 내가 손으로 만져서 기억하는 팔이 아니고, 다리도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나는 제비가 아니고 눈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제비고 눈도 보인다. 그러니까 이건 아마 꿈이란 이야기다. 그래, 나는 꿈을 꾸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이 보이는 꿈을 꾸고 있다. 이런 체험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꾸었던 꿈은 현실과 똑같이 계속 캄캄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설령 꿈일지라도 눈이 보인다는 사실이 기뻐서 힘차게 날갯짓해 날아올랐다. 그러자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어느새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해수면을 미끄러지듯이.
--- pp.37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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