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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작고 크다 (에세이+정규 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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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작고 크다 (에세이+정규 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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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818g | 170*240*20mm
ISBN13 9788959135974
ISBN10 8959135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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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언제 들어도 참 좋은 말, 생각, 멜로디
도서3팀 김현기(hkkim@yes24.com)
2018-11-20
홀연히 도시를 떠나 귤 농부로 변신한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7집 앨범 발매 때는 손수 기른 귤과 앨범 그리고 동화책을 묶어 홈쇼핑 완판 신화를 일궈냈는데, 8집 앨범 발매에 맞춰서는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펴내며, 다시 에세이 작가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가수 활동 중에도 학업을 병행하며 스위스화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던 그. 다재다능함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부러운 그의 능력은 바로 감수성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위대한 신비를 길어 올리고 노래하는 그의 감수성. 제주의 꽃과 바람, 맑은 하늘, 나무와 새, 친구들과 함께 지었던 오두막, 손 꼭 잡고 같은 길을 걸어온 아내, 함께 사는 강아지... 그 속에서 작가는 삶과 죽음, 참으로 고마웠던 순간들과 희망, 슬픔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지난 1년 동안 루시드폴 8집 앨범에 푹 빠져 지냈다. 옛날 “테이프” 세대들만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이겠지만, 정말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다. 앨범이 나온 지 몇 달 만에 책장에서 꺼내 읽은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작가 루시드폴의 글은 화려한 곡조를 뽐내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울림을 주는 그의 노래와 무척 닮았다.

"노래를 듣는다는 건,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함께 산책을 떠나는 일이다. ...(중략)...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목소리로 가이드를 하는 것. 그것이 나의 노래다. 가이드가 해줄 수 있는 얘기란 때로는 사소한 것이다. 인간이 언어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많은 창작물 중에서 노래란 참 작고 흔하다. ...(중략)... 그 작은 것. 하지만 나는 그 작은 노래가 좋고, 노래를 만드는 일은 나에게 준 누군가에게 감사하며 산다. ...(중략)... 그리고 새삼 또 생각한다. 이 세상에 단 하나의 길만 있을 수 없듯,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모두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하나의 노래도 모두에게 다른 노래로 남게 된다는 것을."

언제 들어도 참 좋은 말, 참 좋은 생각, 참 좋은 멜로디이다. 그래서 오늘도 작고 흔한 그의 노래에 귀 기울이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책길에 발맞추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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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밭의 주인이 되었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이런 소원을 빌었다.
‘이 작은 곳에서만큼은 어느 누구도 이유 없이 죽지 않게 해달라.’
--- p.135

어떤 죽음도 무게는 똑같다. 그 무게의 이름은 이별이다. 작년에 내가 맞이한 그 죽음들. 땅 위로 내려온 그 많은 날개를 묻어주었던 기억. 나는 그 모든 이별을 하나하나 잊지 않고 있다. 이제 또 봄이 왔고, 올해에는 또 얼마나 많은 새를 만나게 될까. 다만 바람이 있다면, 그들이 그렇게 땅으로 혹은 내 손 위로 내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 p.25

그렇게 나무도 흙 이불을 나눠 덮고 서로를 어루만지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배가 고픈 친구에게는 흙 이불 아래로 먹을 것도 나누고 간지럼도 태우고 서로를 쓰다듬으며, 우리의 언어로는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 p.48

인간이 언어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많은 창작물 중에서 노래란 참 작고 흔하다. 웅장한 연설이나 촘촘한 논문이나 화려한 색채의 문학에 비한다면, 나 같은 산책 가이드가 더듬더듬 읊어주는 노래는, 정말 작다.
--- p.236

앨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내게 무엇이 쌓여 있는가를 돌이키는 일이다. 음악의 스타일이든, 실험하고 싶은 것이든, 멜로디든, 편곡의 아이디어든, 가사의 주제든, 제목이든, 마음과 기록 속에 쌓아둔 것들은 모조리 다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것을 움켜쥐고, 작업을 시작한다. (…) 나무가 꽃을 틔우는 일과 같다. 나는 그 시간 동안은 다른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오로지 곡만 만든다. 갈 수 있는 한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노래를 써낼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잠겨’만 있을 수는 없기에, 최대한 한 호흡에 짧고 깊게 몰아붙인다. 스킨다이버나 해녀처럼, 온 숨을 모았다가 한 번에 깊이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매년 앨범을 내거나 매달 곡을 만들어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이다.
--- p.172

이 세상에 단 하나의 길만 있을 수 없듯,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모두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하나의 노래도 모두에게 다른 노래로 남게 된다는 것을.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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