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8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200쪽 | 236g | 128*188*20mm |
ISBN13 | 9791192333205 |
ISBN10 | 1192333209 |
발행일 | 2022년 08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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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0쪽 | 236g | 128*188*20mm |
ISBN13 | 9791192333205 |
ISBN10 | 1192333209 |
프롤로그 세상의 모든 불빛 1부 공부를 많이 해서 당근마켓에서 40만 원 주고 2006년식 스쿠터 산 이야기 20만 원 벌기 쪽방촌 배달 준비 배달 계급 인세 들어온 날 배달하는 마음 2부 레모네이드 동수야 호두과자 눈치게임 한여름의 마라톤 피자집인데 육회집입니다 한 번에 한 집만 만나서 현금 결제 모태 비흡연자도 담배 피우고 싶은 날 3부 우리 집 치킨이 맛있대요 조심히, 안전하게 와 주세요 위대한 밥상 차단기 폭우 금융치료를 조심합시다 따뜻한 비 치킨런 4부 딸배를 위한 변명 이렇게 멀어지나 봐 순수익 늘어나는 세상 소주 한잔하자 안양 사고 현장을 지나며 엄마의 첫 해외여행 아버지와 부대찌개 포기합니다, 아닙니다 나는 행복한 배달 라이더 작가의 말 |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서 옴짝달싹을 안하고 있다.
필경 15층에서 누군가 한 명이 문 열림 버튼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1층으로 내려오면 눈길 한번 흘겨주리라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주민이 아니라 두툼한 라이더 복장을 하고 헬멧을 눌러쓴 라이더였다.
내리고 난 뒤 엘리베이터에 타자 아직도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건 아마도 배달이 막 끝난 어느 브랜드의 양념 치킨 냄새였다.
배달, 10년 전만 해도 배달 시켜 먹는 일에 추가로 돈을 내는 일 따위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탕수육 작은 것과 짜장 한 그릇 정도면 얼씨구나 사는 곳으로 가져다 주었다. 거기엔 아무런 배달비 추가가 없었다.
지금은 아니다.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적게는 몇 천원, 많으면 1만원이 훌쩍 넘는 배달비를 따로 내야 하는 세상이다. 처음엔 누가 그걸 내고도 배달을 시킬까 싶었다. 어떤 경우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례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시스템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 안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링커 역할을 하는 직업군이 생겼다. 라이더라고 불리는 배달업 종사자들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시집도 낸 저자의 책을 보고 있노라니 그동안 매우 궁금했지만 속내를 잘 알지 못했던 배달 종사자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배경을 가진 저자의 이야기와 맞물려 배민과 쿠팡등이운영하는 배달 시스템의 대략과 배달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쉴새 없이 전개된다.
후루룩 국수를 면치기 하듯 넘어가듯 읽혀진다. 시대가 참 빠르게 흘러간다. 그 사이엔 빨리빨리를 외치는 국민성도 한 몫 한다. 그게 아니고서야.. 한국의 택배, 퀵 사업은 아마 전세계에서 톱을 찍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누군가는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군가 사이를 링크해주는데 워낙에서툴러 금방 피식 웃고 만다. 세상의 실핏줄 역할을 해내는 라이더 만세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 겠다<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
KBS1라디오 오후3시반에는 강원국이 진행하는 <지금 이사람>이란 인터뷰프로그램이 있다. 운전중 접하게 되는데 얼마전 제목처럼 시간강사이면서 오토바이배달하는 분이 책을 냈다고 출연했다.
삼십대후반 거의 마흔에 가까운 총각 (이 책에서도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이 남긴 지역을 지날 때의 감성이 담겨 잇기도 하다^^)의 글을 굳이 읽을 이유는 없는데, 인터뷰를 듣다보니 이 젊은이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실업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뒤늦게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까지 취득햇지만 현실은 시간당 3만5천원 강의료를 받고 여기저기 캠퍼스를 순회하고도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한 시간강사. 49CC 중고 스쿠터를 구입해 배달업에 뛰어들어서 생생한 현장을 풀어쓴다. 아무래도 작가를 꿈꾸던 저자의 장점은 자기가 겪는 단순한 배달업무에서도 소재를 찾는다는 점이고, 그냥 돈벌이로 보내야 하는 그 배달시간과 만남에서 의미를 부여한다.199페이지지만 소책자라서 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도 의미로운 독서였다.
시간강사가 배달을?!
뭔가 어울리지 않는 두 직업을 한 사람이 하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시간강사와 배달원은 결이 달라도 한참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강사입니다 배민합니다>(이병철 지음 / 걷는사람 / 2022)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자 시간강사인 저자가 생계를 위해 배민 라이더를 하면서 느낀 점과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일반적으로 가방끈이 긴 사람(?)은 그래도 먹고살 만할 것이란 통념이 있다. 물론 시간강사의 페이는 많이 알려진 대로 많지 않다. 하지만 두 권의 시집, 한 권의 평론집, 세 권의 산문집을 낸 작가라면 글을 쓰며 적어도 생계 걱정은 하지 않으리란 환상 아닌 환상이 있었나 보다.
시간강사에 원고까지 써가면서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월 200만원을 벌기가 힘들어서 배달일을 시작했다는 저자의 말을 듣고 마음 한켠이 먹먹했다. 시를 쓴다는 것, 순수문학을 한다는 것이 여전히 '배고픈' 직업인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책에는 시인이면서 라이더인 투잡인의 생활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작가는 애써 무심히 그려내고 있지만, 행간에 숨은 땀과 눈물을 볼 수 있었다. 글만 써서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곧 마흔을 바라보는 저자의 삶을 돌아보면 무척 파란만장하게 살아왔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전문대로, 4년제 대학교로 편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땄다고 한다. 게다가 석사도 학비 걱정이 되어 전 과목 A+를 받으며 3학기 만에 수업을 마치고 4학기째에 논문을 썼다 한다. 반지하 단칸방에 10년을 살면서 이를 악 물고 달려온 저자의 생활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다들 치열하게 살아가는구나.
저 노을은 수많은 이들의 성실한 생이 익어 가는 빛깔이겠지.
그래, 다시 달려 보자.
안 좋은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또 오겠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달을 하면서도 마음의 뿌리만큼은 문학에, 시에 두고 있기에 이렇게 또 아름다운 글이 나오는구나 깨달았다. 배달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다른 시간강사가 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서 저자의 시와 글이 더 깊어지리라 믿는다.
요즘 배달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배달원도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너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맛있는 음식을 최대한 빨리 전해주기 위해 달려오는 사람이란 생각을 한다면, 그리 매몰차게 대하진 않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 수 있었다. 박사를 볼 때와 라이더를 볼 때 온도의 차이 말이다.
당장 먹고살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저자를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멋진 시인으로, 교수로 어디선가 이 순간을 추억하고 있을 거란 기대도 해본다.
지금은 너도나도 편히 살기 힘든 시대이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알바를 하고, 대리운전을 하고, 배달을 하고, 투잡을 한다. 하지만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불행도 없을 테니 이 수고로움이 보람으로 바뀔 수 있는 시간이 하루빨리 오기를, 그래서 이병철 시인도 자신이 좋아하는 시쓰기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