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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

김은국 | 다림 | 2011년 03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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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1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68g | 148*210*30mm
ISBN13 9788961770415
ISBN10 8961770411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일제 강점기를 견뎌낸 한 가족과 그 속에서 당차게 성장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일제 강점기 말기에 고통과 수난을 하루하루 견뎌야 했던 우리네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식민지 국민이라는 굴욕과 혼란에 휩싸인 소년의 내면 성장과 역사적 성찰을 함께 담아내었다. 일제 강점기 말기, 어린 시절에 부모님을 따라 만주로 떠났다가 황해도로 돌아와 해방을 맞은 소년의 이야기는 작가 김은국의 일대기와 닮았다. 김은국은 1932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만주에서 지냈다. 그 후 다시 황해도 해주로 내려와 살다가 해방과 한국 전쟁까지 경험했던 그의 생애는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그의 작품들에 현실감을 더해 주었다.

특히『잃어버린 이름』은 신사 참배, 창씨개명, 제2차 세계 대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작가의 어린 시절과 닮은 소년을 중심으로 그 시절을 견뎌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동시에 소년의 깊은 내면에서 오는 혼란과 갈등,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내어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에게도 공감을 얻어내면서 동시에 생각의 고리를 던진다.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 작품은 주인공의 부모님이 만주로 건너갈 때를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기독교인이면서 선비 집안 출신이었던 아버지는 독립운동 혐의를 받고 옥살이를 하며 수난을 겪다가 만주로 건너가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한다. 덕분에 소년은 어린 시절을 만주에서 선교사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지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고향. 하지만 그곳에서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 앞 게양대 국기는 당연 일본 국기다.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까만 제복을 입고 있다. 아이들 몇 백 명이 군대처럼 줄을 맞춰 서서 동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한다. 천황에 대한 예다. 물론 일본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은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천황 폐하 만세” 같은 문구를 외운다. 얼떨떨하고 낯설고 부당하게 보이는 이런 광경들 속에 들어간 주인공은 만주에서 지낸 시간들이 그립기만 하다. 하지만 향수에 젖을 시간도 없이 소년은 나라 잃은 민족이 겪어야 할 설움과 마주한다.

옛날에는 우리 것이었지만 이젠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닌 땅-외국 땅이 아니면서 외국이 되어버린 땅-에 이식되어, 혼자 울적하게, 친구도 없이, 어리둥절하니 앉아 있다. 눈에 눈물이 고여드는 것을 느낀다. 나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목구멍에 올라온 커다란 덩어리를 꿀꺽 삼킨다.
(중략)
선생님은 교실 안에 걸린 지도에 관해서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조선인이지만 일본말로 얘길 하고, 나도 일본말로 대답하게 되어 있다. 3학년에 올라오면서부터 학교에서는 꼭꼭 일본말을 쓰게 되었고, 집에 가서도 그렇게 하는 걸로 되어 있다. 조선어나 조선 역사는 이제 배우려야 배울 수가 없다.
--- 본문 59쪽~111쪽 중에서

일본인 교사는 조선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폭력을 휘두른다. 조선말이나 외국어를 쓰면 온몸에 피멍이 들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두들겨 맞는다. 소년은 학교생활을 견뎌내지만 늘 가슴 한쪽에 뜨거운 눈물이 고여 있다. 그리고 스산하고 침묵이 감도는 어느 겨울, 선생님의 입에서 낯선 일본 이름들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모두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이 소년의 가슴을 후려친다.

눈앞을 가리는 눈발과 숨이 턱턱 막히는 찬바람 속을 달리며 미끄러지며, 쌓인 눈 더미에 자빠지기도 하면서 허겁지겁 내닫기 시작한다. 나의 새 이름, 나의 옛 이름, 나의 진짜 이름, 진짜가 아닌 이름? 나는 눈발 속을 달리며 부딪치며 생각한다.
‘이제 내 이름을 잃어버리는구나…… 내 이름을 잃어버리는구나…… 모두가 자기 이름을 빼앗기는구나.’
--- 본문 153쪽 중에서

강제로 자신의 ‘이름’을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소년은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이런 역사를 만든 이전 세대에 대한 원망도 서린다. 부당한 현실을 견디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답답함도 느낀다. 하지만 그 속에서 소년은 극복하고 견딜 수 있는 의지를 찾아나간다. 동시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당차게 나아간다. 때로는 누명을 쓰거나 위협적인 매질을 당해도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의식에 따라 옳고 그름의 기준 달랐고, 부당함을 묵묵하게 따라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먹고 사는 일에만 매달려서 국가의 독립까지 생각할 겨를도 없는 혼란스러운 시절이었다. 세대 간의 갈등, 입장 차이에서 오는 갈등, 사상의 차이로 빚는 갈등이 복잡하게 얽힌 때였다. 그 속에는 시대에 순응하여 일본식 교육을 따르다가 참회하는 조선인 선생님도 있고, 조선 학생에게 가한 부당한 체벌에 맞섰다가 파면 당하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패전을 예감하고 자신의 안위를 부탁하는 일본인 선생님도 있다. 소년은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꼿꼿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은 세대가 바뀌었지만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지녀야 하는 건 변함이 없다. 동시에 어지러운 세상과 얽혀 살기 위해서 자신만의 의지와 생각을 갖추어야 단단해질 수 있다. ‘성장’과 ‘정체성’에 대한 물음표는 어느 시대든지 성장기의 아이들이라면 모두 겪어야 할 숙제다. 더불어 시대의 부조리와 맞서고 이전 세대보다 더 발전하고자 하는 욕구는 ‘청소년’의 당연한 몫이다. 때문에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절을 견디고 성장한 소년의 이야기는 당차게 앞길을 열어가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나는 이 작품을 김은국의 최고작으로 꼽고 싶다. 그는 한 가족의 눈을 통해서 외세에 의한 강점과 수난을 겪고 마침내 해방되기까지의 한 나라의 국민감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었다. 이 작품은 한국을 소재로 해서 쓴 창작으로선 내가 여태 읽은 그 어느 것보다 훌륭하다.
펄 벅 (소설『대지』의 작가)
주인공 소년은 바로 작가의 어린 시절을 거의 닮게 그려냈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그때 무엇을 잃었으며, 또 잃었다가 되찾았는가를, 해방은 그 되찾음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이 소설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최지훈 (아동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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