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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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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40g | 128*188*20mm
ISBN13 9791197916892
ISBN10 11979168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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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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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접의자로 돌아가지만 《아메리카의 비극》을 마주할 기력이 남지 않았다. 방수복을 입은 사내가 내게 말한다. 거기 있으면 걸리적거려요, 아가씨. 나는 접의자와 《아메리카의 비극》을 챙겨 반대편 구석으로 자리를 옮긴다. 방수장화를 신은 사내가 내게 말한다. 거기 있으면 여기저기 부딪칠 텐데. 접의자와 《아메리카의 비극》을 챙겨 다시 자리를 옮긴다. “아가씨”라고 불러줘서 그나마 마음이 누그러지는 듯.
--- p.31

오후에 레이디 복스가 찾아온다. 혹시 내가 폐렴에 걸렸을까 봐 걱정돼서 왔나? 하고 잠시 기대하지만 그녀는 대뜸 5월 초에 열릴 바자회를 도와 달라고 한다. 좀 더 캐보니 정당의 기금 마련을 돕는 바자회란다. 내가 묻는다. 어떤 정당요? (레이디 복스의 정치관은 이미 잘 알고 있는데 내가 당연히 자기와 똑같은 정당을 지지할 거라 생각했다니 부아가 난다. 어림없는 소리.)
--- p.81

내가 잠깐 집에 들어왔다 가라고 성화하자 그녀는 아이고, 아니에요, 아니야,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요, 하고는 들어온다. 로버트와 헬렌 윌스가 응접실에서 자고 있다. 목사님 아내는 잠깐만 앉았다 일어나겠다고 한다. 우리는 시골 여자들과 스탠리 볼드윈, (우리 둘 다 가본 적도 없는) 마데이라 섬의 호텔들, 그 밖의 뜬금없는 주제들에 대해 잔뜩 떠들어 댄다. 에설이 코코아를 내주지만 쟁반을 내려놓는 꼴을 보니 화가 난 게 틀림없다. 아무래도 내일은 사직서를 낼 것 같다.
--- p.92

나는 황급히 로즈의 저명한 여성 운동가 모임을 언급한 뒤 내가 그 모든 여성 운동가들과 매우 친한 사이이며 그들과 이런 주제에 관해 자주 논의한다는 듯이 말한다. 레이디 복스는 (세탁한 게 아니라 새로 산 듯 희고 우아한 염소가죽 장갑을 낀) 손을 저으며 단호하게 말한다. 다 좋은데, 그 사람들도 남편이 있었다면 여성 운동가가 되지 않았겠지. 나는 그들 모두가 남편이 있거나 있었다고, 몇몇은 두 번, 세 번 있었다고 반박한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때보다도 강한 살인충동에 휩싸인다.
--- p.129

이런 위기 상황에서 로버트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지독히 가부장적인 태도로 “모두가 별것도 아닌 일에 수선을 피우고” 있으며 마치 이 모든 상황이 자기를 불편하게 하려고 꾸민 일이라는 듯이 말한다. (하루 종일 나가 있다가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들어와 꼬박꼬박 저녁을 먹으면서 대체 무슨 불편을 겪는다는 건지 모르겠다.)
--- p.139

나는 정정해 보이는 노신사와 한 팀이 되어 뿔테 안경 청년과 값비싼 프랑스제 실크 옷을 입은 날렵한 젊은이의 팀과 겨룬다. 대번 깨달은 사실이지만 셋 다 나보다 테니스 실력이 월등하다. 게다가 그들 역시 이미 그 사실을 깨달은 눈치다. 경기가 막 시작되려 할 때 내 파트너가 진지하게 귀띔한다. 아무래도 자신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내게 알려줘야 할 것 같다고. 도무지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잠시 고민하다가 내 입에서 어이없는 대답이 나온다. “굉장하네요.”
--- p.174

요리사가 굴뚝 청소를 부르지 않으면 화덕이 어떻게 되든 책임질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나는 얼마든지 굴뚝 청소를 부르라고 대꾸한다. 요리사는 내 말을 무시한 채 앞으로 어떻게 되어도 자기는 모른다고 다시 으름장을 놓는다. 나는 당장 굴뚝 청소부를 부르겠다는 확고한 의사를 거듭 표하지만 요리사는 계속 내 말을 무시하며 굴뚝 청소를 부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어째서인지 이 대화 때문에 하루 종일 열불이 난다.
--- p.178

날이 춥고 으스스하다. 내가 불평하자 로버트는 꽤 따뜻한 날씨인데 내가 충분히 움직이지 않는 탓이라고 단언한다. 자주 깨닫듯 남자들은 삶의 소소한 문제에 절대 공감해 줘선 안 된다는 이상한 규칙을 갖고 있는 것 같다.
--- p.212

변명하려는 헨리와 로빈을 간신히 말려 침대로 보낸다. 복도를 지나 내 방으로 돌아갔을 때 비키가 깨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도 가면 안 돼?” 하며 떼를 쓰기 시작한다. 본능(뭐라고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모성 본능보다 더 강한 본능)이 내게 지시한다. 그냥 마드무아젤에게 맡기고 잠을 자라고. 나는 망설임 없이 그 본능을 따른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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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이 더 널리 알려지고 읽힌다면 좋겠다. 힘든 시기에는 우리의 일상이 계속 이어질 거라는 사실을 확인하기만 해도 큰 위안이 되니까.
- 가디언
이 책은 1930년에 처음 출간됐지만 여전히 참신하고 예리한 최고의 코믹 소설이다. 익살스럽게 그린 가정의 삶이 공감과 웃음을 끌어내고 그 안에 담긴 역사적 기록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빛을 잃지 않는다.
- 인디펜던트
브리짓의 엄마보다도 먼저 태어난 ‘어른 맛’ 브리짓 존스. 주인공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문제들에 시달린다. 그녀는 지금껏 탄생한 모든 소설 속의 주인공 ‘엄마’들의 대모다.
- 타임스
나는 앉은 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었다. 아이들 목욕도, 개들 산책도, 남편의 식사 준비도 잊은 채.
- 질리 쿠퍼 (영국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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