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교과서에 펼쳐져 있는 지극히 추상적인 풍경을 즐기려면 독특한 상상력이 요구된다. 여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수학책이 살풍경하고 단조로운 흑백의 세계로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상상력을 발휘하면 그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머릿속에서 수와 도형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생동감이 넘치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매력에 빠져들면 어느덧 ‘수’라는 주인공에게 감정이 이입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수학의 입구’를 소개하려고 한다. 스마트폰을 작동시키는 계산, 피아노 조율 속에 숨어 있는 수, ‘슈퍼컴퓨터 케이(京)’에 담겨 있는 동양의 단위, 반에 생일이 같은 친구가 있을 확률을 계산하는 방법 등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수와 도형들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어떤 변화를 느낄 것이다. 바로 그것은 우리의 내부에 사는 수와 도형들의 존재다.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소리 없는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 『머리말』중에서
나이가 3세인 아이는 지금까지 몇 초를 살아왔을까? 3,153만 6,000(초)×3(년)=9,460만 8,000(초)이므로, 거의 1억 초다. 물속에 얼굴을 담근 채 숨을 참으면서 얼마나 오래 견디나 내기해본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그때 시간은 참으로 길게 느껴진다. 그에 비하면 1억 초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시간이다. 겨우 3세라고 해도 초로 바꿔보면 이렇게나 오래 산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히 1억 초는 언제쯤일까? 1억(초)÷8만 6,400(초) =1,157.4……(일)이므로 1,157일에서 1,158일로 날짜가 바뀌는 사이에 1억 초를 넘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1,157일은 365(일)×3(년)+30(일)×2(개월)+2(일)이므로, 대략 3세 2개월 2일이 된다. 만약 어린 동생 혹은 조카가 있다면 이날에 ‘탄생 1억 초 기념 파티’를 열어주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 『지금까지 몇 초를 살았을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