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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로 가니

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한국인 이야기-04이동
리뷰 총점9.8 리뷰 58건 | 판매지수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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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로 가니 (큰글자책)
[도서] 너 어디로 가니 (큰글자책)
이어령 저 파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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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로 가니 (큰글자책)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564g | 150*215*20mm
ISBN13 9791192265650
ISBN10 119226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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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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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 이유도 묻지 맙시다. 이야기를 듣다 잠든 아이도 깨우지 맙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게 되면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이제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합니다.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이야기줄도 그렇게 이어져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생 일장춘몽이 아닙니다. 인생 일장 한 토막 이야기인 거지요.
---「이야기 속으로」중에서

선생님은 도장이 찍힌 우표 크기만 한 딱지를 열 장씩 나눠 주시며 말했다. “오늘부터 고쿠고조요(국어, 즉 일본어 전용) 운동을 실시한다. ‘조센고’(한국말)를 쓰면 무조건 ‘후타’(딱지)라고 말하고 표를 빼앗아라. 표를 많이 빼앗은 사람에겐 토요일마다 상을 주고 잃은 애들은 변소 청소를 한다. 그리고 꼴찌는 ‘노코리벤쿄’(방과 후 수업)로 집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 훈화말씀이 끝나자 환성과 비명소리가 엇갈렸다.
---「한국말 고개」중에서

…원래 구마의 별명은 ‘곰퉁이’였지만 고쿠고조요가 실시된 뒤부터 별명도 ‘구마’로 바뀐 것이다. 덩치는 우리 반에서 제일 컸지만 하는 일이 굼뜨고 일본말도 가장 서툴렀다. 아이들은 표를 빼앗으려고 늘 상어 떼처럼 이 아이의 주변을 맴돌았다. “집에는 할아버지 혼자만 있어서 빨리 돌아가야 하니까 제발 표를 뺏지 말라”고 ‘조센고’로 애걸하다가 다시 또 표를 빼앗기는 아이였다. 한참 동안 빈 교실에서 나는 채점을 하고 있었고, 구마는 선생님이 나가셨는데도 두 손을 든 채 멍하니 천장 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쪽을 보면서 굳게 다문 입을 달싹거리다가 번번이 다시 천장 쪽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구마야! ‘후타’라고 말하지 않을 테니 손 내리고 한국말을 해도 돼.”
그러자 덩치만큼이나 큰 구마의 눈물방울이 마룻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구마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어느 교실에선가 풍금 소리가 들려왔다.
“황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집에서는 한국말로 불렀고 학교에서는 일본 가사로 노래했던 바로 〈다뉴브 강의 잔물결〉이라는 왈츠 곡이었다. 이상하게도 한국 가사로 부르면 슬프게 들리고 일본말 가사로 부르면 명랑하게 들리는 노래였다.
---「한국말 고개」중에서

수백 년 내려온 서당과 향교가 학교란 말로 바뀌었을 때에도, 그리고 심상소학교가 국민학교로 다시 바뀌던 때에도 우리는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역사의 강물을 흘려보냈다. 일본으로부터 해방이 된 뒤에도 ‘국민학교’라는 말을 그대로 썼다. 일본이 패전 후 민주화를 추진하며 맨 처음 한 일이 ‘국민학교’란 말을 버린 것이었는데도, 우리는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1996년이 되어서야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그런데 왜 바뀌어야 했는지 아는 학부모들은 많지 않았다.
---「학교 고개」중에서

작은 탱자 하나가 멀고 먼 시간을 눈뜨게 하듯이 작은 한자 하나가 천만리 멀고 먼 공간을 향한 바람이 된다.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이 아무리 진군나팔을 불고 총검을 높이 세워도 마음의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집단기억을 틀어막을 수 없었다.
---「천자문 고개」중에서

그래서인가. 애국가가 연주되고 태극기가 게양될 때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흘리는 우리 자랑스러운 금메달리스트를 보면서 함께 눈물을 짓다가도 섬뜩한 생각이 스친다. 히노마루 교실의 트라우마가 덴 살을 건드리는 것처럼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히노마루 고개」중에서

‘근대화는 부권의 상실과 함께 시작했다’고 말하는 정치사회학자들의 지적대로 우리의 아버지들은 거세되고 추방됐다. 그리고 실체 아닌 허구의 ‘아버지’가 부권을 부활시키려 우리에게 군가를 가르치고 있었던 게다. 그 아버지는 깃발을 나부끼고 군가를 부르며 어린 가슴으로 다가오는 ‘무서운 아버지’다. 역사학자들은 문서에 기록된 문자에만 의지하는 버릇이 있어서 히노마루, 일장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군가였다는 것을 잘 모른다. 식민지 아이들이 불렀던 ‘소리의 텍스트’에 대해서는 한낱 문맹자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깃발은 눈으로 보고 노래는 귀로 듣는다. 눈은 앞에 있는 것을 보지만 소리는 앞에서도 오고 뒤에서도 온다. 전 방향에서 우리를 에워싼다.
---「식민지 고개」중에서

시(이상의 〈오감도〉)의 형태도 마찬가지다. 제1에서 제13까지의 아이들을 매스게임을 하듯 순서대로 줄지어 놓은 그 시 1호의 도형은 우리 아이들이 매일 아침 교정에 도열하여 규조요하(宮城遙拜, 궁성요배)를 하며 ‘황국신민의 서사’를 외치던 것과 다를 게 없다. 13이란 숫자가 조선 13도를 가리킨 것인지, 최후 만찬의 예수와 제자가 모인 서양의 불길한 13수인지는 몰라도 그 질주하는 집단이 무서워하는 아이와 무서운 아이의 혼합체라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아버지 고개」중에서

반일을 내세워 일본인 모두에게 대적하는 건 슬기로운 대처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일제 36년 그때 우리가 겪었던 쓰라림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일본 내에서 일본인들이 어떻게 군국주의에 대항했는지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
---「파랑새 고개」중에서

강은 얼어도 그 얼음장 밑으로는 따뜻한 물이 흐른다는 사실을 식민지 교실에서도 그렇게 배웠다. 물의 비중은 섭씨 4도일 경우 제일 무겁다. 이 때문에 빙점 아래의 강은 쉽게 얼지만 그 바닥에 가라앉은 물은 얼지 않고 흐른다. 그랬다. 일제가 국가 체제를 군사체제로 바꿔도 군사 문화와 별개의 것이 있었다. 죽어라 세뇌시켜도 사람들은 100% 세뇌되지 않았다.
---「파랑새 고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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