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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드럭스

: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지적인 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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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536g | 150*218*30mm
ISBN13 9788962623543
ISBN10 896262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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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과학저술가 토머스 헤이거가 아편부터 피임약까지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준 10여종 약의 역사와 흑역사를 파헤친다. 신약을 발견한 인물들과 찰나를 새롭게 조명했다. 동시에 거대 제약산업의 부조리를 밝히고, 필요 이상으로 약에 노출된 우리를 지적으로 깨우친다. 세상에 완벽한 약은 없다. - 자연과학 MD 김유리

우리가 평생 동안 먹는 약은 대략 5만 개?
인류의 운명을 뒤바꾼 약과 그에 얽힌 이야기


감기에 걸려 약을 타 오면 1회분 약 봉투에도 서너 개의 알약이 들어 있다. 이런 식으로 먹는 약을 전부 따지면 평생 동안 얼마나 될까? 『텐 드럭스』에 나온 자료를 보면, 미국인은 1년에 4~12가지 처방약을 복용하고, 평균적인 미국 노인은 하루에 약 10여 개의 약을 먹는다. 여기에 비타민, 아스피린, 건강기능식품 등을 합치면 미국인들은 평균 수명 78.54년 동안 하루에 두 개 정도의 알약을 먹는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그러면 평생 동안 5만 개 이상의 약을 먹는 셈이다. 한국인은 어떨까?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해볼 수는 있다. 2017년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나온 자료를 볼 때, 한국에서 의약품을 처방하는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높고 전체 의료비에서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편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인도 미국인 못지않은 약을 먹으며 삶을 이어갈 것이다.

약은 많은 것을 바꿨다. 인류의 평균 수명을 수십 년 늘렸고, 고령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여성의 사회적·전문적 선택권을 확장했고, 우리의 인생관, 법적 태도, 국제관계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약을 먹고 삶을 이어가는, ‘약 권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텐 드럭스』에서는 열 가지 주제가 되는 약을 선정해, 각각의 약이 어떻게 개발되고 퍼져나갔으며 세상을 바꾸었는지 흥미진진하게 엮어낸다. 여기에는 레이디 메리 같은 숨겨진 영웅들의 사연도 있고, 클로르프로마진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몸과 정신의 관계를 다시 쓴 약의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회자되지 않은 약의 어두운 그림자도 여럿 소개한다. 마약과 진통제와 관련한 주제에 여러 장을 할애하는 것은 이 책이 지닌 입장을 잘 대변해준다. 약 덕분에 인류의 평균 수명이 수십 년 늘어났지만, 약의 만든 어두운 면도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약의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인, 거대 제약 산업의 현실과 부조리함도 고발한다. 빨려 들듯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만 묵직한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 약 연대기. 『텐 드럭스』만의 미덕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곡_ 5만 개의 알약

1장 기쁨을 주는 식물
2장 레이디 메리의 괴물
3장 미키핀
4장 헤로인 전성시대
5장 마법의 탄환
6장 지구상의 마지막 미개척지

간주곡_ 황금기

7장 섹스, 피임약, 그리고 비아그라
8장 요술반지
9장 나의 개인적 판단
10장 혈액의 완성

피날레_ 신약개발의 미래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의 태도 또한 변화해왔다. 1880년대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가투약권(right to self-medicate)을 불가침에 가까운 권리로 간주했다. 어떤 약물이 당신에게 이롭든 해롭든, 그것을 먹을 건지 말 건지는 당신의 선택권이지 의사의 소관 사항이 아니었다. 지역의 약국에 전시된 수많은 특허약(이를테면 방사성 물로 만든 항암제에서부터, 아편이 섞인 시럽으로 만든 불면증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주체는 당신의 마음이었다. 당신의 선택을 만류할 권리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날에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져, 의사들이 (처방전이라는 형태로) 대부분의 약물 투여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다. 처방약을 복용하는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 p.9, 「서곡」 중에서

19세기 이전의 약물들은 ‘마녀, 주술사, 사제들이 밀실에서 말린 약초더미’ 플러스 알파였다. 그것들은 (부분적으로는 의학적으로, 부분적으로는 마술적으로) 가공되고 결합되어, 펄펄 끓여 음료와 엘릭시르로 만들어지거나 알약으로 제조되었다. 그 과정에서 ‘미라의 먼지’와 ‘유니콘의 뿔’에서부터 ‘진주 가루’, ‘건조된 호랑이 눈물’이 혼합되어 부유한 환자들을 위한 정교한 혼합물로 빚어졌다.

아편은 단연 최고의 구성 성분이었다. 그것은 술에 용해되거나 다른 성분들과 배합되어 혼합물을 형성할 수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 섭취하든―액체나 고체 상태로 복용하든, 콧구멍에 넣든, 기체 상태로 흡입하든―효능을 발휘했다. 한 가지 섭취 방법이 다른 방법보다 약간 빠를 수는 있지만, 어떤 식으로 전달되든 동일한 범위의 효능―졸게 하기, 꿈꾸게 하기, 통증 없애기―을 발휘했다.
--- p.28, 「1장 기쁨을 주는 식물」 중에서

한편 사상 최고의 킬러인 천연두는 결정적인 약점 때문에 1순위 박멸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첫째, 그것은 추적하기가 쉬웠다. 감염 후 이틀 만에 명백한 증상이 나타나므로, 널리 확산되기 전에 환자를 확인하여 격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둘째, 사람만을 감염시키는 병원체이므로 다른 동물을 감염시키지 않았다. 따라서 오지에 서식하는 동물 전염원의 몸속에 숨어 호시탐탐 재감염을 노리는 천연두 병원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그러나 다른 질병들, 이를테면 황열의 경우에는 병원체가 원숭이를 감염시킨 후 인간에게 다시 점프할 수 있다). 셋째, 최근 개발된 천연두 백신은 제너의 종두법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사용하기 쉽고 안전하므로, 대규모 인구를 단기간에 보호할 수 있었다.
--- p.95, 「2장 레이디 메리의 괴물」 중에서

그러나 개중에는 난치병을 앓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중에는 망령 난 노인(오늘날 우리는 그들을 가리켜 치매의 일종, 이를테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라고 부른다), 발달장애자(developmentally disabled), ‘현실과의 접촉을 완전히 상실하여 자신의 길을 되찾을 수 없는 사람’이 포함되었다. 후자―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몇 달 동안 움직이지 않거나, 의미 없는 말을 끊임없이 내뱉거나, 헛것을 보거나, 무슨 일을 하라는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는 오늘날 일반적으로 조현병(schizophrenia) 환자라고 불린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질병의 원인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므로, 치료할 수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한 전문가가 말한 것처럼, “1952년, 지구상의 마지막 미개척지는 ‘두 귀 사이에 있는 15센티미터’였다.” 그 당시의 불문율은, 그런 난치병자가 정신병원에 들어오면 살아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 p. 185, 「6장 지구상의 마지막 미개척지」 중에서

둘째, ‘장기집권하는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만병통치약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방금 언급한 화이자의 두 가지 블록버스터의 공통점은 기저질환을 치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기장애와 관절병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주지만,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비아그라와 쎄레브렉스는 질병이 아니라 증상을 치료한다.

증상을 치료하는 ‘삶의 질 개선제’는 끊임없이 처방될 수 있다. 만약 환자가 복용을 중단한다면 증상이 재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삶의 질 개선제는 제약사(그리고 의사)에게 끊임없이 수익을 안겨준다. 엄청난 신약개발 비용을 감안할 때, 제약사들이 그런 식으로 수지타산을 맞추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쉽다. 이윤 추구는 개발될 약물의 종류를 왜곡시킨다. 이쯤 되면 제약사들이―인류가 절실히 요구하는 신규 항생제를 등한시하고―노화의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에 큰돈을 쏟아붓는 이유를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 p.249, 「7장 섹스, 피임약, 그리고 비아그라」 중에서

개인화된 의료의 가능성을 극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의 주장을 100퍼센트 신뢰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이 DNA 검사 결과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그에 따라 곧이곧대로 행동하는 것 은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이유는 유전자와 질병의 관계가 선형적(linear)인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가장 많이 걱정하는 알츠하이머병, 암, 심장병을 생각해보라. 그 질병들은 단 하나의 유전자에 약점이 있어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유전자들의 상당한 시간에 걸친 상호작용’ 더하기 ‘환경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어떤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유전자검사 결과 말고도 따져볼 문제가 수두룩하다. 설사 한 유전자 결함이 잠재적 건강 위험을 약간 상승시키더라도 문제의 질병이 당신에게 실제로 닥쳐올 거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반대로 그 유전자 결함을 아무리 걱정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해주는 치료법이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
--- p.355~356, 「피날레-신약개발의 미래」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최고의 저자와 최고의 번역자가 만나다
약사 출신의 번역가가 극찬한, 의약계의 실상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


이 책의 저자인 토머스 헤이거는 미국화학회가 최고의 과학저술에 수여하는 메달(Grady-Stack Medal for Interpreting Chemistry for the Public)과 미국국립과학·의학·공학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커뮤니케이션상(Communications Award)을 수상했다. 그가 쓴 『공기의 연금술』은 커커스 리뷰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과학 연구자 출신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방향을 틀었다가 과학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했으며, 현재에는 과학저술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글은 확고한 과학 정보에 기반하면서도 생생하게 묘사된 캐릭터, 이상야릇한 매력, 놀라운 반전, 페이지를 넘나드는 구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방대한 자료를 엮어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그가 지닌 힘이다.

토머스 헤이거가 쓴 『텐 드럭스』는 번역가 양병찬에게 딱 어울리는 작업이었다. 이 책의 옮긴이인 양병찬은 젊은 시절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은행과 증권사에 근무하다가, 나이가 들어서는 약대에 진학해 10년 동안 약사 생활과 번역가 활동을 병행했다. 최근에는 그의 작업이 크게 인정받았는데 2019년에 『아름다움의 진화』를 번역해 번역가로서 최고 영예인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그런 의미에서 양병찬 번역가는 이 책을 자신과 ‘궁합이 맞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과학, 의약과 관련한 지식이 풍부하면서도 거대자본의 논리를 잘 풀어냈다는 의미에서다. 최근 나온 의약품 관련된 서적들이 구조론?기능론에서 벗어나지 못해 탄생설화나 영웅담에 빠져버렸다는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하지만 『텐 드럭스』는 약물의 탄생 및 진화 과정은 물론, 저널리스트가 쓴 책답게 그것을 둘러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배경까지도 살펴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약 권하는 사회’, ‘유병장수의 시대’, ‘삶의 의료화(뭐든 약으로 해결하는 사회)’ 속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 말미에 양병찬 번역가는 옮긴이가 아닌 약사로서도 이 책의 의견에 공감한다고 덧붙인다. 바로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약은 먹게 하지 않는 것”이다.

최초로 예방 접종을 실시한 건 에드워드 제너가 아니라 귀부인이었다?
숨겨진 영웅들의 활약을 조명하다


팬데믹으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은 코로나19 백신의 등장을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다. 우리는 ‘백신의 아버지’를 에드워드 제너로 알고 있다. 에드워드 제너는 사람의 천연두로 예방 접종을 하는 ‘인두법’ 대신 더 안전한 소의 ‘우두’를 이용하는 ‘종두법’을 일반화해서 백신의 선구자로 추앙받는다. 그런데 유럽에 인두법을 전파한 레이디 메리의 공로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국 귀족 가문 출신인 메리 피어폰트,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 메리 몬태규가 된 레이디 메리는 외교관이었던 남편이 터키로 발령 나자, 당시로서는 드물게 남편을 따라 터키 생활을 시작한다. 유럽과 달리 터키에서는 천연두 피해 사례가 많지 않던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자신의 자녀들에게 터키에서 행해지던 민간요법을 시행한다. 그 민간요법 덕에 자녀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자, 레이디 메리는 당시 영국 왕세자 조지 2세의 왕세자비 카롤리네를 설득한다. 죄수와 고아들에게 시험적인 예방 접종을 실시한 후(이것은 훗날 ‘최초의 임상시험’이라고 불릴 만한 활동이었다), 천연두 예방 접종은 널리 퍼졌는데 이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전해졌다. 일련의 과정에서 레이디 메리의 왕성한 호기심, 치밀한 관찰력, 과감한 추진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인류는 천연두라는, 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한 전염병 가운데 하나를 몰아낼 수 있었다.

레이디 메리뿐 아니다. 설파제를 개발한 게르하르트 도마크, 항히스타민제 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앙리 라보리, 단클론항체를 공동으로 만들어 노벨상을 수상한 세자르 밀스테인과 게오르게스 쾰러는 ‘인류를 구한 영웅들’ 목록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업적을 이뤄냈다. 이 책은 약의 역사에서 활약했던 여러 인물의 분투를 극적이면서도 경쾌하게 그려낸다.

세상에 완벽한 약은 없다
약의 역사만큼 중요한 약의 흑역사


이 책에서는 약의 역사만큼이나 약의 흑역사를 비중 있게 다룬다. 이 책에서 반복하며 강조하는 메시지는, 세상에 완벽한 약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약에는 양면성이 있다. 거대 제약회사들은 신약을 발표할 때마다 모든 것을 해결할 ‘기적의 약’을 찾은 것처럼 마케팅을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없다. 예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자칫 이 점을 잊었다가는 약의 부작용에 피해를 입게 될지 모른다.

아편이 중국에 입힌 막대한 피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아편은 서구에서 오랜 기간 의약품으로 활용되었다. 아편은 엄청난 중독성을 지닌 마약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고대 수메르에서 이집트, 로마를 거쳐 18세기 말 낭만주의 시대까지 아편은 가장 널리 쓰이는 의약품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중국과의 무역을 이어가려던 영국은, 무역 적자를 타개할 목적으로 자신들이 운영하던 플랜테이션을 이용해 아편을 대량으로 중국에 공급한다. 그러자 중국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아편 중독에 빠지고, 결국 청조가 몰락하는 계기가 된다. 아편제의 폐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요즘에도 미국에는 아편유사제에 중독된 사람들이 수십만 명에 이른다. 아편이나 기타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나온 의약품에 중독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거대 제약회사들은 아편유사제 중독을 치료할 새로운 약물을 끊임없이 개발하지만, 머지않아 사람들은 새로 개발된 약물에 중독된다.

‘스타틴’ 같은 약물은 조금 애매하다.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강하제인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서 심혈관계 질병에 따른 사망 가능성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마비는 예나 지금이나 미국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킬러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중장년층에서는 스타틴 계열의 약을 복용하는 비율이 높다. 그런데 연구 결과 스타틴과 콜레스테롤, 심장병의 관계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스타틴을 먹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는 건 맞지만, 콜레스테롤이 정상 수치 이하로 낮아지는 것은 심혈관계 질환에 추가적인 이득을 주지 않았다. 심장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너무 많기 때문에 콜레스테롤만 조절한다고 심장병 예방 효과가 커지지는 않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내리는 잠정적인 결론은, 고콜레스테롤 위험군 환자에게는 스타틴 약물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며, 어쩌면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에게, 즉 위험군이 아닌 사람에게도 스타틴은 광범위하게 처방된다. 이건 제약회사의 이득과 관련된 문제다. 제약회사는 질병 관리의 기준을 바꿔서라도 잠재적인 스타틴 복용자를 크게 늘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개척하고 유지한다.

거대 제약회사가 약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며 판매하는 과정을, 이 책은 균형 감각을 가지고 소개한다. 제약회사들이 인류의 건강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 제약회사들은 그들이 개발한 약을 판매하기 위해 온갖 로비와 과대 과장 광고를 서슴지 않는다. ‘약 권하는 사회’에 슬기롭게 약을 먹기 위해서는 소비자들도 이런 흐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미래에는 어떤 약이 나올까?
약의 역사를 넘어 약의 미래까지 살펴보다


2015년 여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고 발표한다. 그는 매우 강한 전이성 암, 흑색종이 자신의 간과 뇌로 확산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가족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90대였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나지 않아, 카터는 두 번째 성명을 발표한다. 이번에는 암이 사라졌다고 한다. 차도를 보인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사라졌다는 말이었다. 전신을 촬영해보아도 암의 징후가 발견되지 않자, 의사들은 완치 판정을 내렸다. 그 4개월 동안 지미 카터는 ‘펨브롤리주맙’이라는 새로 나온 단클론항체를 활용한 치료법을 시도했다.

약 100년 전에는 항생제가 발명되어 세균 감염으로 죽어가던 사람들을 기적과 같이 살려냈다. 현재에도 그와 같은 약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차원에서 약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 의약품이 개발되고 유전자 검사 결과를 이용한 개인화된 의료가 가능해진다. 한편으로는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거대 제약회사들도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도 투자금을 회수할 만한 신약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가 흥미롭지만, 이 책은 곳곳에 묵직한 메시지를 숨기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약으로만 해결하려는 습관은 좋지 않으며, 신약 개발을 거대 제약회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공공선(public good)을 추구하는 공적 기금에 기반한 다른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지난 100년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은 엄청나게 늘었고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약의 힘에 크게 빚지고 있다. 피임약이 발명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용이해질 수 있었고, 클로르프로마진은 수많은 환자가 정신병원 대신 집에서 통원 치료를 받도록 만들어줬다. 약은 인류의 삶과 역사를 바꾸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약이 선사한 선물뿐 아니라 드리운 그림자도 알고 있어야 약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에 이끌려 『텐 드럭스』를 읽다 보면 약을 먹기 전에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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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과학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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