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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방어가 제철

[ 양장 ] 트리플-1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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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84g | 116*183*20mm
ISBN13 9788954448444
ISBN10 895444844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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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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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 애가 멀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내게 기대어 왔으면 할 때조차 고집스럽게 혼자이기를 자처할 때요. 그런 면이 언니를 닮았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가파른 내리막길로 점점 사라지는 소애의 뒷모습을 한참 지켜봤던 기억이 나요. 그 밤에 떴던 달 모양도요. 방구석 어딘가에 잠자코 떨어져 있을 것 같은, 잘린 손톱 모양의 가는 그믐달이었어요. 언니. 언니는 거기서 어떻게 지내요?
---「달밤」중에서

우리는 우리 가난을 안주 삼아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죠. 그날 소주가 왜 그리 달았나 몰라요. 술이 달면 늙은 거라면서요. 내가 언니 빈 잔을 채우며 그랬죠. 술이 써도 늙어. 술맛을 몰라도 늙고. 다 늙어. 그날 후로 한참 동안 언니를 만나지 못했어요. 전화를 걸어도 문자 메시지를 남겨도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언니는 종종 그렇게 사라지곤 했으니까. 세상에서 흔적을 지워버린 사람처럼 지내다가 어느 날 불쑥 밥 먹을까, 하고 연락해오곤 했으니까요.
---「달밤」중에서

언니를 알고 지냈다는 낯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미지근한 육개장을 떠먹으며 앉아 있었잖아요. 질긴 대파를 오래 씹으면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잖아요. 옆자리에서 언니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말들이 들려오는데, 하나같이 정확한 사실은 없고 무례하기 짝이 없어서, 가서 면전에 소주를 뿌리고 싶은 걸 참고만 있었잖아요. 분명했던 건, 그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언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거예요. 나조차도요.
---「달밤」중에서

‘잘 지내?’나 ‘잘 있니?’ 그는 그렇게 묻지 않고 마주 선 채로 눈길을 피하는 사람처럼 잘 있나, 하고 묻는 사람이었다. 반찬 용기들의 뚜껑을 닫아 쇼케이스에 집어넣고 라텍스 장갑을 고무장갑으로 바꿔 꼈다. 조리대를 행주로 훔치고 수세미에 거품을 내 프라이팬을 닦으면서 지난여름 장례식장 뒷마당에서 고개를 돌려 담배 연기를 내뿜던 그의 옆얼굴과 땀에 젖은 이마, 고깃고깃한 검은 양복을 떠올렸다. 그는 내 인중께를 보며 물었다. 잠은 좀 잤나?
---「방어가 제철」중에서

무엇이 그토록 그 두 사람을, 그리고 우리 셋을 서로 끌어당기게 했는지 지금도 정확히는 모른다. 우리가 아버지 없는 아이들이었다는 것, 일찍부터 엄마 없는 집에서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익히 알았다는 것, 뭐 하나 특출난 것은 없지만 특별하기를 원하는 평범한 아이들이었다는 것,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볼 뿐이다. 우리 세 사람은 안전한 집에 모여 앉아서 멀리 떠나 있기를 바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낯선 언어와 감정이 우리를 꼼짝없이 포위하는 곳으로. 그도 아니라면, 그저 외로운 아이들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방어가 제철」중에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더는 내게 묻지 않는다. 언제부터 묻지 않게 되었는지조차 묻지 않는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왜 오래전 연락이 끊어진 정오의 연락처를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해 엄마의 장례식 소식을 그에게 전했는지, 그가 왜 다시 내게 연락을 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철 음식을 사주었는지, 우리가 왜 3년 동안 만남을 이어갔는지.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 그 일들의 이유가 모두 같으며 그러므로 단 하나의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곧 방어가 제철인 계절이 온다.
---「방어가 제철」중에서

정말 그런 생각을 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런저런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질 때면 필규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정말 그런 생각을 한다고? 나경아. 생각은 생각일 뿐이지 사실이 아니잖아. 생각을 멈추려고 노력해봐. 악의라고는 없는 순진무구한 얼굴, 지치지도 않는 한결같은 말투. 필규가 나경의 어깨 위에 다정하게 손을 얹으면 나경은 되레 말문을 닫아버리곤 했다. 긁힌 자리를 또다시 긁힌 것처럼 가슴속이 따끔거렸다.
---「만화경」중에서

이사 오기 전부터 설치되어 있던 구형 환풍기에는 가장자리를 둘러 빼곡하게 야광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떼어버릴까도 싶었지만 밤이 되면 은은하게 빛나는 별들을 보며 담배를 태우는 맛이 나쁘지 않아 그대로 놔두었다. 누가 붙였을까. 왜 방 천장이나 창문이 아니라 베란다에, 그것도 누렇게 변색된 환풍기에 야광별 스티커 같은 걸 붙여놓았을까. 나경은 궁금했다.
---「만화경」중에서

알게 된 후에는 그것을 모르던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게 돼버리는 일들이 있다. 아파트 수위로 일하던 아버지가 맨손으로 택배 상자를 나르다 무게를 이기지 못해 상자들을 우르르 길바닥 위로 쏟는 모습을 나경이 멀찍이서 목격했을 때처럼, 수진이 신부 대기실 문을 걸어 잠그고 눈화장이 번지도록 우는 것을 아무 말도 못 하고 지켜봤을 때처럼, 법원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필규의 서늘한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을 때처럼.
---「만화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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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화자가 은주를 생각하며 올려다본 달, 「방어가 제철」의 화자 기억 속 정오, 재영과의 바래지 않는 눈부신 장면, 「만화경」의 화자가 야광별 스티커를 보며 떠올리는 미리내(은하수). 이 각각의 광원에서 흐르는 빛은 과거와 현재, 죽음과 삶의 심연을 건너 지금 이 자리를 비추며, 누군가를 계속 살아가게 한다. 안윤의 소설은 그렇게 어떤 애도의 기록은 재생의 기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김보경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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